배달앱 기업들과 입점 소상공인 간의 상생 방안이 마련됐지만 주요 자영업자 단체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배달 음식 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치킨과 피자 등 프랜차이즈 가맹점 업주들로 구성된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현재 자영업자들의 배달앱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상생안이 오히려 부담을 키울 것이라며 상생안의 즉각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협의회는 상생안 마련 과정에 참여했지만 자신들의 요구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또다른 참여 단체인 한국외식산업협회와 함께 항의 차원에서 마지막 회의에서 중도 퇴장했다.
나머지 소상공인 단체인 소상공연합회와 전통시장 상인 단체인 전국상인연합회만 참여한 가운데 나온 상생안은 현재 9.8%인 배달앱 중개 수수료율을 배달앱별 거래액 규모에 따라 2%~9.8%로 차등 적용하되 소상공인이 부담하는 배달비는 최대 500원 인상한다는 내용이다.
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대다수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배달앱 이용 규모가 커서 거래액 상위 35%에 포함된다"며 "이렇게 되면 현재 수수료율이 조금도 인하되지 않으면서도 배달비는 배달비대로 올라 결국 손해를 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영업자들의 마진율이 6.6%에 불과한 반면 배달앱에는 수수료 등으로 30%를 떼이고 있는 실정"이라며 "2만원짜리 치킨 한 마리 배달로 팔아봐야 1천원이 조금 남는데 배달비까지 오르면 소비자 가격이 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출 상위 35% 소상공인에게 상생안을 적용해 보면 2만 5천원 미만의 음식을 배달로 팔면 이전보다 오히려 마진이 줄어드는 것으로 추산됐다. 배달 음식 가격이 2만 5천원 보다 높게 설정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협의회 관계자는 "상생안이 시행돼 (이전보다 마진이 줄게되면) 업주들은 이중가격제를 강화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중가격제란 똑같은 음식이라도 매장에서 판매할 때보다 배달할 때 가격을 더 높게 매기는 것이다.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은 프랜차이즈 가맹 자영업자 뿐만 아니라 일반 자영업자들도 느끼고 있다.
지역에서 10년째 개인 브랜드의 햄버거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이미 배달앱 음식 가격은 올렸고, 자체 배달 가격도 올려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달의민족이나 쿠팡이츠 등 배달앱 배달과 달리 배달대행업체를 이용하는 자체 배달은 음식 가격을 낮게 설정했었다"며 "하도 배달앱 수수료가 많이 나가니 가게 배달을 키우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힌 뒤 "하지만 상생안이 적용돼 배달비가 오르면 (마진 유지를 위해) 가게 배달 가격도 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싼 가게라고 인삭돼 제 살갉아먹는 줄 알지만가격 인상은 어쩔 수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소상공인 업계는 배달앱 기업의 배달비 책정 기준 등도 불투명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무료배달의 경우 소비자가 부담해야 할 배달비를 소상공인과 배달앱 업체가 나눠 부담하는 방식인데, 배달 기사에게 실제 지급되는 배달비가 부담분 보다도 작을 때가 많다는 것.
가맹점주 협의회 관계자는 "배달비 차액은 어디로 가는 것이나냐고 배달앱 업체에 물어봐도 '악천후 때에는 배달비가 더 많이 들어간다'며 잘 알려주지 않아 배달비가 정확히 얼마인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배달앱 업체 관계자는 "상생안으로 배달비가 오른다고 하더라도 배달앱 업체가 (인상분을) 가져가는 것은 아니다"며 "전체적으로는 배달기사에게 모두 지급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