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이 양국의 밀착관계를 토대로 동북아 국제 정세에서 "전략적 안정을 담보"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안정자(stabilizer)'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국을 중심에 두고 북한과 러시아가 참여하는 과거의 진영 협력 대신 북한과 러시아의 역할을 더 확대해 미국에 대응하는 동북아시아의 '균형자' 또는 '안정자'로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29일 북한을 방문 중인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강력한 조로(북러) 관계"는 "지역정세를 완화시키며 국제적인 전략적 안정을 담보하는 힘 있는 안전보장장치"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지난 6월 푸틴 대통령과 체결한 조약에 따라 "두 나라 관계를 정치, 경제, 군사를 비롯한 제반 분야에서 보다 활력 있게 확대 발전시켜나갈 의지를 피력"했다고 했다.
김정은의 발언은 북한과 러시아가 힘을 합쳐 동북아 지역정세를 좌우할 정도로 영향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면서 이를 앞으로 더욱 발전시켜나가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도 이와 유사한 인식을 표명했다. 그는 노광철 북한 국방상과의 회담에서 "(김정은과 푸틴이 지난 6월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이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안정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복잡한 국제정세 속에서 호혜적인 협조를 더욱 확대해나가려는 의향"을 피력한 것으로 되어있다.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안정자적 역할'은 김 위원장이 언급한 '힘 있는 안전보장장치'와 사실상 같은 맥락의 발언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김정은이 말한 '전략적 안정'은 첫째 아시아 태평양 지역 차원에서 미국·서방과 반미세력의 군사적·외교적 균형, 둘째 한반도 차원에서 미국의 군사위협에 대응한 억제력 확보 등을 의미한다"며 "러시아 국방장관의 방북 기간에 이런 표현이 나온 것은 북한과 러시아가 유럽과 한반도를 연계하여 유럽에서의 전략적 균형, 한반도에서의 전략적 균형을 찾겠다는 의도를 내포 한다"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벨로우소프 국방장관에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정부와 군대와 인민은 앞으로도 제국주의 패권책동에 맞서 국가의 주권과 영토완정을 수호하려는 러시아연방의 정책을 변함없이 지지할 것이라고 확언"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김정은의 이런 고강도 지지발언으로 볼 때 북한 매체에 보도되지는 않았으나 이번에 북한군의 추가 파병과 무기지원, 러시아의 대가제공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과 푸틴간의 친서교환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벨로우소프 장관은 내년 5월 9일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제2차 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해 열리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북한군 부대의 파견을 초대했다고 타스 통신 등 러시아 매체들이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