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 '법적 대응 없는 계약 해지' 발표…법조계 시각은[파고들기]

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2022년 7월 데뷔해 올여름 2주년을 보낸 그룹 뉴진스(NewJeans)가 지난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뉴진스를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라며 소속사 어도어에 29일 0시부터 전속계약이 해지된다고 통보했다. 단, 어도어를 대상으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등 후속 법적 대응은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아티스트와 소속사 간 분쟁이 벌어지면, 대개 소송으로 이어진다. 활동 제약 타격을 더 직접적으로 받는 아티스트 쪽에서 조금 더 빠른 판단을 구하고자 가처분을 낸다. 가처분 이후 본 소송에 들어가면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된다.

전속계약 해지 통보를 공식화하기 전, 뉴진스는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해임 이후인 9월 긴급 라이브 방송, 이달 13일 내용증명 발송 등을 진행했다. 이미 연예계에서도 여러 전례가 있기에, '당연히' 뉴진스의 다음 단계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등의 법적 대응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관측이었다.

뉴진스가 발표한 '법적 대응 없는 계약 해지'는, 말 그대로 전례 없는 독특한 대응이다. 어도어와 모회사인 하이브에게 귀책 사유가 있어서 계약이 해지되는 만큼 별도의 법적 대응을 할 이유가 없고 위약금을 물 필요도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 요지다.

법무법인 존재 노종언 대표변호사는 29일 CBS노컷뉴스에 이번 기자회견을 "굉장히 전략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판결은 1~2년 후에 나더라도, 법원은 '2024년 11월 28일 행위가 유효한지 무효한지'를 소극적으로 판단하는 구조다. 뉴진스 입장에서 '반드시 계약이 해지된다'라는 자신감이 있으면 저렇게 해도 된다"라고 말했다.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을 내는 이유는 해당 아티스트와 일할 때 누구와 소통해야 하는지 등 '비즈니스적'인 이유가 크다고 운을 뗀 노 변호사는 "뉴진스는, 광고주와 방송사에게 결정을 맡긴 셈이다. 뉴진스와 어도어 중 선택하라고. 이게 가능한 건 뉴진스가 엄청난 구매력을 담보한 글로벌 아이돌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진스는 지난 28일 저녁 8시 30분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소속사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연합뉴스

긴급 기자회견에서 뉴진스는 예정된 일정과 광고를 그대로 진행할 것이라며 "계약 해지로 다른 분들께 피해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다니엘은 "늘 응원해 주시는 광고주분들께도 정말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드리고 싶었다"라고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뉴진스가 발표한 대로 '계약 해지'는 무사히 이루어질 수 있을까. 노 변호사는 "전속계약서에는 '아티스트에 대한 보호 의무'가 있고, 그건 소속사가 가지는 가장 강력한 의무다. 그런데 '뉴진스를 버리자'라는 내용이 하이브 문건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며 "계약 해지는 인정될 확률이 매우 높다"라고 예상했다.

노 변호사는 "신뢰 관계의 파탄을 입증하는 객관적이고 중대한 징후가 있다면 누가 더 잘못했는지 따지지 않더라도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게 대법원 판례"라면서 오히려 어도어가 운신의 폭이 좁아질 가능성도 짚었다. 그는 "하이브 문건 등으로 여론이 좋지 않은데, 어도어가 먼저 뉴진스를 상대로 활동 중지 가처분을 내기에 부담되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올해 6월 3일 개정된 '대중문화예술인(가수·연기자) 표준전속계약서' 개정안 제16조 제1항은 "'기획업자'(기획사) 또는 '가수' 중 일방이 이 계약에서 정한 내용을 위반하는 경우, 그 상대방은 유책 당사자 일방에 대하여 14일의 기간 동안 위반 사항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고, 그 기간 내에 위반 사항이 시정되지 아니하거나 혹은 시정될 수 없는 경우에는 계약을 해제 또는 해지할 수 있으며,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위반 사항의 시정이 지체될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시정일로부터 14일의 범위에서 그 시정 기한을 연장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법원은 지난 5월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제기한 의결권행사금지가처분을 인용한 바 있다. 이때 민 전 대표에게 해임 사유가 존재하는지 여부를 따져보면서, 어도어와 뉴진스가 맺은 전속계약 제5조 제4항(제3자가 뉴진스의 연예 활동을 침해하거나 방해하는 경우 어도어가 그 침해나 방해를 배제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을 언급했다.

이어 "위 계약 제15조 제1항에 따르면 어도어가 위 의무(제5조 제4항)를 위반하는 경우 뉴진스 구성원들이 위 전속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는 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뉴진스는 이 두 가지를 참조해 근거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왼쪽부터 혜인, 하니, 민지, 다니엘, 해린. 어도어 제공

판사 출신인 새올 법률사무소 이현곤 대표변호사는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기자회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오늘 자정을 기준으로 계약은 해지하되 소송은 하지 않겠다는 부분이다. 전례 없는 방법이다. 가처분 소송을 하면 결론이 날 때까지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송을 하지 않고 나가도 된다"라고 썼다.

이 변호사는 "이렇게 되면 어도어에서 뉴진스를 상대로 소송을 해야 하고 뉴진스는 그걸 기다리면 된다. 지금은 뉴진스가 독립하는 것을 아무도 막을 수 없다. 뉴진스는 없는 길을 만들어가고, 뒤에서 숨지도 않는다"라고 바라봤다.

새로운 글에서는 "뉴진스가 소송 없이 일방적으로 나갈 수 있겠냐고 하는데, 그건 잘못된 주장이다. 하이브는 민희진 대표에게 일방적으로 주주간계약 해지통보를 했다. 자기는 그렇게 하고 남은 못 하게 하는 게 말이 되나? 둘이 차이가 있기는 하다. 하이브는 이유도 없이 일방적으로 주주계약을 해지한 것이고, 뉴진스는 나갈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서 계약해지를 한 것이다. 그게 다르다면 다르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수천억 원으로 추산된다는 '위약금'은 산정 기준이 어떻게 될까. 개정 표준계약서 제16조 제2항에는기획사가 의무를 충실히 하고 있음에도, 가수가 계약 기간 도중에 계약을 일방 파기할 목적으로 계약을 위반할 경우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이 나타나 있다. 계약 해지 당시를 기준으로 직전 2년 간의 월평균 매출액의 계약 잔여기간 개월 수를 곱한 금액을 기획사에게 줘야 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뉴진스는 "위약금을 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뉴진스는 전속계약을 위반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활동하고 있고, 계약을 위반한 것은 "지금의 어도어와 하이브"이므로 책임 역시 양사가 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노 변호사는 "위약금은 쌍방 귀책일 경우 (둘 다) 안 나올 수도 있다. 한쪽이 귀책 사유가 크면 그쪽이 위약금을 무는데, 하이브 문건이 나오는 등 지금 펼쳐진 사실관계에선 뉴진스의 귀책 사유보다 하이브, 어도어의 귀책 사유가 더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어도어는 인사권, 경영권, 예산 집행권을 다 가진 하이브의 절대적 지배를 받는 자회사이기에 법적으로 한 몸인 셈"이라고 덧붙였다. 민지 역시 긴급 기자회견에서 "하이브가 잘못한 것이지 어도어가 잘못한 것이 아니므로 전속계약 위반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데, 모두가 아시다시피 하이브와 어도어는 이미 한 몸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또한 노 변호사는 "하이브 주장의 가장 강력한 논거가 '민희진과 뉴진스는 한 몸이다'라는 것인데, 민 전 대표 1차 가처분에서도 '실행'한 것이 없기 때문에 배임 인정이 안 됐다. 민 전 대표가 그 과정을 뉴진스와 모의한 정황도 없다. '둘이 한 몸이겠거니' 하는 느낌이 든다고 해도, 법원은 결국 객관적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한다"라고 부연했다.

어도어를 떠나도 뉴진스는 '뉴진스'로 활동할 수 있을까. 전속계약 해지로 당분간은 그 이름을 못 쓴다고 해도 "저희 뉴진스 다섯 명이 뉴진스라는 본질이 달라지지 않는다"라며 "맨 처음 만난 그날부터 지금까지 저희가 이뤄온 모든 일들에 대한 의미가 담겨 있는 이름이기 때문에 저희는 뉴진스라는 이름에 대한 권리를 온전하게 확보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혜인)하겠다는 입장을 폈다.

개정 표준계약서 제8조(상표권 등)에는 계약 종료 시 상표권과 디자인권 활용 방향이 명시돼 있다. '기획업자'(기획사)가 취득한 상표권은 가수가 그룹 일원으로 활동했을 경우 기획사와 그룹 구성원 간 합의된 내용에 따라 권리 이전이 가능하다. '기획업자'가 해당 이름 개발에 상당 비용을 투자하는 등 '특별한 기여'를 한 경우엔, 권리 양도 시 '기획업자'가 '가수'에게 이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요구할 수 있다고도 나타나 있다.

노 변호사는 "예전에는 아이돌이 계약 해지되면 그룹 이름을 못 쓰는 경우가 많았지만, 개정된 표준계약서는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적정가를 산정해 소속사에 지급하면 상표권을 쓸 수 있도록 했다"라며, 이 부분을 들어 "어제 기자회견을 법률 조언 하나도 안 듣고 '어린애들이 막 질렀다'라고 하는 반응이 있던데, 절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한편, 어도어는 "전속계약 당사자인 어도어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 어도어와 뉴진스 멤버들 간에 체결된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반박하며, 뉴진스에게 만남과 진솔한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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