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 쟁점 '충실' 의무, 본질은 감옥행 공포 VS 당초 주주 대상 아니다[경제적본능]



상법개정 반대 : 충실 의무는 당초 주주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다  


▶윤지나>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를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재계는 강력히 저항하고 있는데요.

▶진성훈> 의사 충실 의무라고 하는 건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편취하는 걸 막는 조항이었어요. 주주와은 관계가 없어요.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마치 이사 충실 인 것처럼 말하는 건 잘못된 거고요.지금 이사의 충실 의무에 주주를 넣으라는 건 소액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라는 거잖아요. 그럼 상법에서 봤을 때 어떤 현상이 벌어지냐. 회사의 이익은 주주의 이익과 같아요. 회사가 잘 돼야만 주주가 보호될 수 있다는 전제를 상법은 갖고 있는데 상법 내에서 갑자기 주주를 가르는 거예요. 지금 상법 개정이 주장하는 입장은 '최대 주주의 이익은 회사의 이익과 같으니 이사들은 소액 주주의 이익을 보호해라'라고 말을 하고 있는 거죠. 상법 체계가 흐트러지는 거예요.

▶윤지나> 이론적으로 상법의 어떤 체계 뭐 이런 걸 떠나서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 것은 최대주주와 회사의 이익을 등치시키고 소액주주는 소외시켰기 때문에 이 모든 논란이 시작된 거잖아요. 그러므로 현실에 맞게 상법 체계를 좀 고치자 이렇게도 똑같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진성훈> 회사의 이익이 마치 대주주의 이익인 양 말씀을 하시는 거 같은데요. 소액 주주의 권리를 보호하려면 가장 먼저 해야 되는 건, 주주가 회사의 주인이다, 라는 명제인데요. 지금 말씀 하시는 건 대주주를 회사의 주인으로 얘기하는 거예요. 회사의 이익과 대주주의 이익을 동일시할 필요는 없다는 거죠. 회사 입장에서는 합병 같은 걸 할 때 자금 유출을 최소로 하는 방법을 고민하겠죠. 여기서 소액 주주 같은 경우에는 기존의 주주들보다 덜 받았다거나 아니면 자기가 못 받았다라는 생각이 분명히 존재하는 거죠. 상법개정이 된다면 이런 식으로 문제가 생길 때 이사회에 모든 책임이 전가된다는 거죠. 우리나라의 배임죄라고 하는 개념을 생각해 봤을 때 대법원까지 가서 무죄를 받는 데 있어서 2~3년이 걸린다라고 생각하면 2~3년 동안 기업들 같은 경우에는 계속적으로 경영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이미 배임죄가 아니더라도 상법상에서는 주주 대표 소송이라든가 이사회 책임 유지 행위 유지 의무라든가 이런 소송 같은 게 굉장히 많아요. 이사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소송은 이미 굉장히 많습니다.

▶진성훈>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조항이 상법으로 들어가면, 상장 법인만 규율을 받는 게 아니라 전체 법인이 규율을 받으면서 우리나라 가장 밑에 있는 경제활동을 하는 법인들이 경제활동이 위축돼요.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이나 위축될 수밖에 없어요. 단기적으로는 성과가 보이지 않는 결정을 했을 때 소송을 당한다, 그럼 이 투자들은 전부 다 철회해야 되거든요. 10년 20년의 장기 비전을 보고 나가기 어렵습니다.

▶윤지나> 소액주주 역시 대주주나 오너가와 마찬가지로 회사가 잘되기를 바라고, 그래야 주가도 올라가고 그러니까 상대 편에 있는 사람은 아닐텐데요.

▶진성훈> 기업 입장에서 보면 우리는 회사의 이익이 되는 쪽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소액주주 입장에서 보면 아니야 나는 피해를 봤어라고 말을 할 수도 있는 거거든요. 주주들의 이해충돌이라고 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예를 들어서 합병을 한다라고 가정을 해보자고요. 기자님께서 굉장히 그 회사의 주식을 비싸게 잡았어요. 저는 주가가 굉장히 쌀 때 들어가서 엄청 싸게 잡았어요. 그런데 합병 가액을 봤더니 가격이 딱 중간인 거예요. 그러면 제 입장에서 보면 난 괜찮아 만족했다고 말할 수 있지만 기자님 입장에서 보면 아니야 이 회사의 가치는 여기 가 있어야 돼라고 말할 수 있잖아요. 회사 입장에서는 자금 유출을 고민 안 해볼 수 없잖아요. 적당한 가격이 무엇인가라고 했을 때 이거보다 약간만 높게 설정한다는 거, 근데 이게 정말 잘못된 행동이냐, 그건 아니라는 거예요. 왜냐하면 법을 어긴 게 아니잖아요. 그러면 법 제도가 잘못된 거고 여기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도 분명히 필요해요. 정말 주주들과의 이해 상충이 가장 적은 부분에서 결정할 수 있는 구조, 이걸 만들어내는 게 필요해요.

▶윤지나> 오너가한테 유리하고 소액주주에게 불리했던 분할 합병 이런 걸 했던 기업들도 16개 기업 공동긴급성명에 이름을 올렸더라고요. 역효과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그리고 굴지의 기업들이 한 날 한 시에 모일 정도로 상법 개정이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인가요?

▶진성훈> 많이 급합니다. 그리고 분명 소액주주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도적 보완이 된다면 그걸 충실히 따를 의무가 돼 있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근 문제가 됐던 부분을 알고 있고 분명히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고요.

▶윤지나> 예를 들면 자본시장법 같은 부분을 손보는 게 맞지, 모법 격인 상법에 주주 보호를 이사의 의무로 넣는 건 안된다는 말씀.

▶진성훈> 그런 걸 고침으로 인해서 재계와 소액주주분들 다 만족할 수 있다면, 아니면 재계가 조금 양보하느라 있더라도 소액 주주들이 정말 만족할 수 있는 제도가 나온다면 그런 부분도 저희는 어떻게 보면 수용할 수도 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은 해요. 지금 기업들도 주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지금 가장 많이 바라는 게 주가 부양이라든가 실질적으로 배당이잖아요. 그런데 코스닥만 봤을 때 흑자가 계속 나는 기업이 1800개 중에 500개 정도밖에 안돼요.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 중 반 정도는 배당이나 이런 부분을 할 수 있는 여력이 거의 없다라고 하는 거예요. 성장은 더 멀리 보는 투자를 생각해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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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나> 상법 개정의 필요성은 최근들어 기류가 바뀌긴 했지만, 사실 윤석열 대통령부터 시작해서 올해 초부터 경제부총리, 금감원장도 얘기할 정도로 공감대가 형성된 얘기였잖아요? 어떤 필요성 때문이죠?

▶박시동> 다른 나라, 이른바 선진국들도 이사의 어떤 충실 의무에 대한 규정이 있습니다. 선진국에는 이사는 '회사와 주주를 위해' 또는 '회사와 주주를 공평하게', '회사와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이렇게 다 되어 있어요. 우리만 주주 없이 '회사를 위해'라고 돼있어요. 주주 단어 없이도 그동안은 주주까지 포함한 개념이라고 생각돼 왔는데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의 대법원 판결을 기점으로 저 회사를 위해라는 단어를 좁게 해석하는 게 우리나라의 명확한 판례가 되었어요. 그 판례에서 분명히 얘기해요. 이사는 회사를 위해서는 업무를 처리하는 자의 위치에 있지만 주주에 대해서는 그러한 위치에 있지 않다라고 딱 판결을 내립니다.

▶윤지나> 그러면 주주는 그냥 회사에 투자금만 넣고 그 투자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전혀 관여할 수 없는 법적 존재가 되는 거네요.

▶박시동> 두산밥켓, 고려아연 유상증자, 또 LG화학의 물적 분할 같은 사건들을 보면 많은 부분 소수 주주분들의 이익은 도외시되고 오직 대주주 일가나 회사의 이익만을 위해서 그야말로 주주 가치를 폭락시키는 행위들이 빈번하게 일어났거든요. 그러다 보니 한국 주식시장을 개혁하기 위한 첫걸음은 이제 회사나 이사들도 모든 주주에 대해서 비례적으로 평등하게 그들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의무화해야 된다라는 개혁의 목소리가 높았던 거죠.


▶윤지나> 그런데 재계는 이사의 결정이 주주로서의 이익을 침해했다며 소송이 남발되고, 그러면 경영활동이 위축될 거라고 주장하고 있거든요.

▶박시동> 트럼프 정부 들어와서 황제주로 주목받고 있는 게 테슬라잖아요. 일론머스크가 70조 정도의 성과보수를 받는다고 해서 한 주인가 10주 갖고 있는 소액주주가 소송을 걸었어요. 저 사람 저렇게 돈 많이 받은 거 회사 이익에 반해, 나 못 참겠어라고 소송을 냈거든요. 1심에서 이겼습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요 소송 되지도 않아요. 어떻게 보세요? 이게 소송 남발의 우려입니까? 아니면 그 작은 주주수를 갖고 있는 주주조차도 대주주 일가에게 너 너무 돈 많이 가져갔어 회사에 남겨놔야 될 돈을 왜 네가 다 가져가, 라고 소송할 수 있는 게 더 자본주의적인가요. 드디어 소액 주주도 회사의 이익과 나의 이익을 위해서 목소리를 내는 세상으로 바뀌는 것인가, 드디어 제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볼 것인가 여쭤보고 싶어요.

▶윤지나> 외국계 펀드의 경영권 침탈에 허약해진다는 재계의 주장은요?

▶박시동> 지금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때문에 시끄럽거든요. 우리나라 1등이 아니고 세계 1등 회사고요. 우리나라 기관 산업입니다. 그런 고려아연 경영권을 먹겠다고 사모펀드가 들어왔는데 불과 2점 몇 조 들고 와서 거의 반 먹었거든요. 그런데 좀 넉넉하게 1초만 더 썼으면 경영권 그냥 게임 끝났습니다. 이미 산업자본이 글로벌리한 금융자본과의 싸움에서는 그냥 돈의 돈 대결로 붙으면 이길 수 없는 상황입니다. 글로벌리한 헤지펀드나 투기 자본으로부터 나를 지켜주십시오라는 방패막은 다른 수단으로 확보하거나 아니면 그야말로 당신에게 경영을 맡기는 것이 우리도 좋아라는 많은 주주들로부터 동의를 받는 측면 동의를 받음으로써 지켜낼 수 있는 거지 소수 주주를 배척하고 나만의 이 지분권을 계속 유지하면서 지켜질 수 있는 그런 수준이 이미 아니에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 예를 들어서 포이즌필이나 황제주, 차등의결권 등등을 요구하는데 충분히 고려할 만하다고 저도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것은 소수 주주 이의 이익을 배척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경영권 방어 수단이다라는 이 등가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봐요. 이번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주주에 대한 차별, 어떤 주주는 배척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내용이고 경영권 방어 수단은 평면이 다른, 아예 다른 얘기입니다.

▶윤지나> 16개 굴지의 기업이 긴급 공동 성명을 낼 정도로 기업들이 싫어하는 데는 결정적 이유가 있을까요?

▶박시동> 뭐가 가장 두려울까요? 제가 볼 때는 형법적인 리스크입니다. 만약에 이 조문이 바뀌었다고 해볼게요. 그래서 이사가 이제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어떤 결정을 내려서 주주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했다고 해볼게요. 우리나라에서 민사소송 눈하나 깜짝 안 합니다. 증권 관련해 집단 소송을 해야 되는데 사실상 6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소송할 수 있는 사유에 해당되는지 본안에 들어가기 위해 들어가기 전에 이 소송 적격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검토하는데, 상대편인 회사가 판사님 저 소송 적격에 이의 있습니다 하면 이것만 3심까지 가져갈 수 있어요.

▶윤지나> 그러면 본안은 강제 중지되고요.

▶김시동> 그래서 증권 관련 집단소송이 위반된지 10년여가 지나고 나서 첫 번째 대법원 판례가 나와요. 그 10년 동안은 아무도 대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민사적으로는 아무리 내가 설사 경영 관련해서 미스가 있더라도 꿈쩍도 안 하고요 지금 법 상으로는 잘못해도 회사에 잘못한 건 아니잖아요 하면 면책이 가능합니다. 배임은 형사고요. 이번에 상법 382조가 바뀌면 제가 원래 회사를 위해서 일하는 사람이었다가 회사와 주주까지 생각해야 되는 사람으로 저의 임무 범위가 넓어지죠. 처리해야 될 임무에 대해서 잘 처리 못하면 이제 배임이 될 가능성이 넓어지는 거예요. 재계의 본질적인 두려움과 리스크는 이제 감옥 갈지도 모른다. 소송 남발이나 이런 게 걱정되는 게 아니라 진짜로 감옥 갈지 모른다는 두려움 저는 그거라고 생각합니다.

▶윤지나> 재계도 주주 보호에 대한 의지는 있다고 하잖아요. 대신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을 고치는 방식이어야 한다는 접근은요?

▶박시동> 상법은 모든 상사를 총괄하는 모법입니다. 거기서 주주의 이익도 신경쓰라는 대원칙을 얘기하는 거고 자본시장법에서 미시적으로 고치자면 끝도 없어서 그래요. 예를 들어 물적 분할을 했다. 그럼 주주 보고 어떻게 할 건데 그 반대 매수 청구권 주면 되지 그거 하나면 됩니까? 공정가치 시장 평가를 어떻게 할 거고 공시는 언제 할 거고 대주주 마음대로 평가 일정을 조정하면 어떻게 할 거고 등등등 불공정 행위는 밑도 끝도 없이 수백 가지 경우로 사실 일어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모법에 일단 대원칙을 넣어놓아야 하고요, 금융위원장이 정말로 자본시장법 개정에 대한 어떤 진의가 있다면 그냥 그거대로 하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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