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처방' 논란 위고비, 내달부터 비대면진료 처방 제한

'기적의 약' 불리며 상륙後 무분별 처방 문제 꾸준히 지적돼
삭센다·제니칼 등도 제한대상…내달 15일까지 2주간 계도기간

지난 10월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새종로약국에서 약사가 비만치료제 위고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도입 시부터 오·남용 우려가 많았던 위고비 등의 '묻지마 처방'이 현실화되자, 정부가 내달부터 비만치료제의 비대면 진료 처방을 금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의·정 갈등이 본격화된 올 2월 이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한시적으로 전면 허용해 왔다. 다만, 의료취약지 중심으로 진료공백을 방지하고자 시행한 조치가 엉뚱하게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짐에 따라, 이번 개선책을 마련했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내달 2일부터 비대면진료 시 위고비를 포함한 비만치료제 처방을 제한한다고 29일 밝혔다. 비만치료제의 잘못된 처방과 이로 인한 오·남용 우려를 최소화하고 국민 건강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지난달 15일 위고비가 국내에 출시된 후, 대면 진료는 물론 비대면진료 시 처방대상이 아닌 환자가 쉽게 처방받는 잘못된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은 데 따른 조처다. 국회와 전문가, 언론도 온·오프라인 불법 유통 문제를 지속적으로 지적해 왔다.
 
복지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 협의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자문단 회의' 등을 거쳐 관계부처와 전문가, 의·약단체, 소비자·환자단체, 플랫폼업계 등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기적의 다이어트약'으로 불리며 상륙한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개발한 세마글루티드 성분의 주사제형 비만치료제다.
 
당국이 명시한 투여대상은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이상의 비만환자 또는 이상혈당증·고혈압 등 체중 관련 동반질환이 있는 BMI 27~30인 자, 과체중에 해당하는 심혈관환자 등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의 '체중 감량 비법'으로 주목받으면서, 정상체중이나 저체중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도 무분별한 처방이 난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온라인에선 비대면진료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몸무게를 묻지도 않고 '1분 컷'으로 처방이 가능하다는 후기들도 다수 공유됐다.
 
이에 정부는 위고비를 비롯한 세마글루티드 함유제제를 포함해 △리라글루티드 함유제제 △터제파타이드 함유제제(이상 모두 비만치료에 한함) △오르리스타트 함유제제 △부프로피온염산염 및 날트렉손 염산염(복합제) 함유제제 등에 대한 비대면진료 처방 제한을 결정했다.
 
위고비와 함께 잘 알려진 비만치료제인 '삭센다'(리라글루티드 성분)와 '제니칼'(오르리스타트 성분) 등도 제한대상에 들어갔다.
 
정부는 다음 달 2일 부로 개정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지침(의료기관·약국용)'을 일선에 적용하되, 당월 15일까지 2주간 계도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또한 비만치료제 처방·이용 행태 등을 식약처 등 관계부처와 주기적으로 재평가하기로 했다.
 
위고비는 혈당 조절에 중요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식욕 억제를 돕는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다. 식약처는 위고비가 의사의 처방 후 약사의 조제·복약지도에 따라 사용해야 하는 의약품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관련 학회 등 전문가, 환자단체 등과도 협의를 통해 '비만치료제의 처방이 필요한 비만환자에게 적합한 비대면 진료모형'을 마련해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를테면 본인의 신체기록 등을 사전 입력하고, 주기적인 대면진료로 점검하는 '인증된 프로토콜'을 사용하는 환자의 경우 처방제한을 미적용하는 방식이 거론되고 있다.
 
복지부는 향후 희귀난치 질환자, 만성질환자, 장애인, 고령자 등에 맞는 비대면 진료모형들도 함께 검토할 예정이다.
 
아울러 진료형태와 무관하게 발생할 수 있는 위고비 등의 오(誤)처방, 오·남용 예방 차원에서 대한비만학회, 한국건강증진개발원 등과 '올바른 체중관리 방법에 관한 캠페인'도 추진할 방침이다.
 
복지부 정윤순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이번 개선안을 통해 국민들께서 보다 안전하게 비대면진료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비대면진료가 국민 건강증진에 기여할 수 있도록 국민들과 의약계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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