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가 된 첫눈 '습설'…'이것' 안 바뀌면 올 겨울 또 퍼붓는다

무겁고 축축하고 잘 쌓이는 습설…붕괴사고 잇따라
지난해 여름부터 이상하게 뜨거워진 지구 해수면
더 뜨거운 한반도 해수면에 수분 머금은 '습설' 증가
해수면 온도 안 내려가면 습설, 폭우 더 많아져

기상관측 117년 만에 역대 11월 중 서울에 가장 많은 눈이 내린 27일 오후 서울 시내에서 시민들이 눈길을 조심스레 걷고 있다. 류영주 기자

올해 첫눈은 폭설이었다. 서울에선 117년 만에 가장 많은 양의 첫눈이 쏟아지며 교통이 마비되고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수도권과 강원 지역 등에서는 시설물이 눈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지거나 나무가 쓰러져 다수의 사상자도 발생했다.

시민들을 공포로 몰아넣은 올해 첫눈은 무겁고 축축한 '습설'이었다. 문제는 올 겨울 또 쏟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평년과 비교해 이상할 정도로 높은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내려가지 않는다면 습설이 또 내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분 많은 습설…잘 쌓이고 무거워 '치명적'

30일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 등 주요 도시들의 11월 최고 적설량이 갱신됐다. 1907년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17년 만에 가장 많은 눈이 내렸다. 올해 첫눈이 내린 27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관악의 적설량은 40.2cm였고, 수원 41.6cm, 용인 백암 43.9cm, 인천 중구 25cm였다.

피해도 컸다. 교통편이 마비된 것은 물론, 시설물들이 무너지며 5명이 숨지는 등 인명피해가 속출했다. 피해를 키운 것은 축축하고 무거운 눈인 '습설'이었다.

수분을 많이 머금은 습설은 흩날리는 눈인 '건설'보다 3배 정도 무겁다. 또 잘 뭉치다 보니 잘 흩어지지 않고 쌓인다. 이번에 시설물 붕괴, 나무 쓰러짐 등의 사고가 많았던 이유다.

뜨거운 지구 해수면, 더 뜨거운 한반도 해수면

전문가들은 습설의 원인으로 이상 현상을 보이고 있는 지구 해수면을 꼽는다. 지구 해수면은 지난해 여름부터 뜨거워지기 시작해 0.3도 상승했다. 지구 해수면 온도는 1981년부터 지난해 여름 전까지 0.6도 올랐는데, 불과 지난해 여름부터 지금까지 짧은 기간에 0.3도나 오른 것이다.

한반도 해수면은 더 뜨겁다. 서해 등 한반도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2도 이상 높아진 상태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서해 바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주변 바다 해수면 온도가 예년보다 2도 이상 높은 상태"라며 "해수면 온도가 더 높다는 것은 그만큼 바다에서 수증기가 많이 증발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눈이 만들어질 때 훨씬 더 무거운 습설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상청 관계자도 "차가운 공기가 북쪽에서 밀려오면서 서해상을 지나는데, 지금 워낙 해수면 온도가 높다 보니까 (해수면과) 차가운 공기 사이에서 구름대가 좀 강하게 발달했다"고 밝혔다.

온도 안 내려가면 습설 또 온다

문제는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예년 수준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또 습설이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조천호 전 원장은 "지구 평균 기온이 1도가량 올라가면 보통 (바다 등에서) 수증기가 7% 정도 증가한다"며 "그만큼 눈은 습설로, 비는 올 때 더 많이 내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여름부터 지금까지 우리나라 주변 해양 온도가 2~3도 계속 높은 상태에 있다. 굉장히 특이한 상황으로 1년 이상 계속 평년보다 온도가 높은 것은 드문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바다가 뜨거워지면 뜨거워질수록 겨울엔 습설이, 여름엔 폭우가 더 내릴 수 있다.

반대로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면 이번 첫눈과 같은 습설은 줄어들 수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해수면 온도는 북쪽에서 차가운 공기가 한 번씩 내려올 때마다 낮아진다"며 "따뜻한 해수면 온도가 1월까지도 지속되면 지금과 같은 많은 눈이 계속해서 내릴텐데, 차가운 공기 내려올 때마다 해수면 온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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