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게 장소 찾았는데 홍수가…" 홍종찬 감독의 'Mr.플랑크톤'[EN:터뷰]

'Mr.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 오른쪽)가 인생 마지막 여행에 나서며 전 여자 친구인 재미(이유미, 중앙)를 억지로 데려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사기 결혼까지 생각한 재미였으나, 해조에게 이끌려 결혼식 날 어흥(오정세, 왼쪽) 눈앞에서 사라지게 되고 어흥은 그렇게 사라진 재미를 찾아 나선다. 넷플릭스 제공

촬영하면서 유독 힘들게 찍는 장면이 있다. 촬영 장소가 많다면 더 복잡해진다.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서울부터 전라도, 경상도, 강원도 그리고 제주도까지 다양한 풍경을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Mr.플랑크톤'(이하 플랑크톤) 촬영 현장도 마찬가지였다.

작품을 연출한 홍종찬 감독은 "장소 선정에만 평소보다 10배 더 애를 썼다"고 털어놨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그는 "3화에서 경찰차로 추격하다 절벽 아래로 고꾸라지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소가 굉장히 방대하다"고 떠올렸다.

홍 감독이 언급한 장면은 3회차 내용이다. 어흥(오정세)이 재미(이유미)와 해조(우도환)를 발견하고 경찰차를 탄 채 추격하다 재미와 해조가 탄 차를 들이받아 언덕 아래로 떨어지는 장면이다.

그는 "그런 지형을 찾기가 힘들었다. 적절한 곳을 찾았는데 여름에 홍수가 나서 다 잠겨버렸다"며 "어떻게든 장면을 담아내려고 했는데 마지막 날에 비가 왔다. 진짜 힘들었던 장면이었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작품 속 주요 촬영지는 이번 촬영 과정에서 발견한 장소라고 한다. 홍 감독은 "6개월 정도 촬영했는데, 촬영이 없는 날에는 새로운 장소를 찾아다녔다"고 밝혔다.

홍종찬 감독이 유독 힘들게 촬영했다는 장소.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영상 캡처

특히 어흥의 엄마 범호자(김해숙)가 머무는 고택을 선정하는 데에는 각별한 공을 들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나라 고택들을 다 돌아봤는데, 관리가 잘 돼 있다 하더라도 실제 사람들이 생활하는 느낌을 주지 않더라"며 "또 한옥의 구조가 1층이다 보니 평면적으로 쭉 펼쳐져 있어 시각적으로 봤을 때 단조로운 면도 있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고민하다 완주로 향했는데, 거기는 지형 차가 있다 보니 한 프레임에 다 들어오더라"며 "또 숙박하는 곳이어서 실제 사람이 살 만한 느낌도 들었다"고 밝혔다.

무인도 장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작품 속에서 해조와 재미, 어흥이 갇혀 있는 무인도는 사실 제주도라고. CG를 입혀 무인도처럼 보이게 했단다.

그는 "우리나라 바닷가의 촬영 환경이 좋지 않다"며 "서해는 밀물 썰물이 있고 물때가 있어 촬영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인도는 너무 열악하고 들어갈 수도 없어서 결국은 돌고 돌아서 제주도까지 가게 된 것"이라며 "산방산을 CG로 지우고 황우치 해변에서 찍게 됐다"고 덧붙였다.

숨겨진 '존나'의 서사 밝히기도…대본 없던 장면도 촬영

홍 감독은 플랑크톤의 의미에 대해선 "바다에 사는 플랑크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산소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며 "우리가 모두 플랑크톤처럼 반짝이고 귀중한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은 어흥을 지켜주는 존나의 모습. 넷플릭스 제공

홍 감독은 작품 속에서 풀지 않은 존나(알렉스 랜디)의 서사도 전했다. 사실 존나가 어렸을 적에 범호자를 만났다는 내용이다.

그는 "지역 사회에서 봉사를 하는 범호자가 고아원에서 존나에게 따듯한 밥을 해줬고, 존나가 양자로 받아달라고 부탁하는 설정이 있었다"며 "자신의 뿌리가 중요한 범호자가 결국 거절하게 되면서 존나는 다른 곳으로 입양 가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원치 않은 곳으로 입양되면서 그도 적응하지 못 했을 것"이라며 "혼자서 일하고 사람 관계가 없던 그에게 있어 어흥의 손길은 다른 감정의 의미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이번 작품을 촬영하면서 의도적으로 컷을 늦게 해 배우들의 모습을 더 담아내려고 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플랑크톤의 인물은 하루하루 피곤하지만 자유롭게 산다"며 "여정 안에서 쫓고 쫓기다 보니 배우들이 이 안에서 더 능동적으로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정 장면을 제외하고는 배우들에게 자유를 주고 조금 풀어놓았다"며 "배우들이 인물을 더 깊게 팔 때가 있어 연출이 예상하지 못한 부분을 준비해 오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효과가 있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무인도에서 재미와 해조가 나눈 대화 내용에 두 사람의 애드리브가 일부 포함됐다고 한다.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영상 캡처

실제로 해조와 재미, 어흥이 무인도에서 나눈 대사 장면은 배우들의 역량이 듬뿍 들어갔다.

또 작품 후반부 해조와 재미가 차를 타고 여정에 나선 장면도 대본에 없던 신이었다. 이들은 30분 동안 카메라만 단 채로 애드리브로 촬영했다. 그만큼 둘만의 호흡이 돋보인 장면이기도 했다.

그는 해조의 상징적인 색으로 '파랑'을 의도했다고 밝혔다. 홍 감독은 "해조의 차도 블루고, 심부름 집에 있었던 어항도 블루다. 아빠랑 찍은 롯데자이언츠 유니폼도 블루"라며 "플랑크톤이 있는 바다 색을 떠올리면서 해조의 자유로운 느낌을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미는 옐로우, 봉숙(이엘)은 퍼플이었다"며 "사실 인물의 색을 의도하려고 연출한 건 아니지만, 작품 보시면 눈에 보이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보다 더 과감해" 배우 열연에 감탄

배우들이 직접 논두렁에 들어가 연기를 소화했다. 넷플릭스 코리아 유튜브 영상 캡처

홍 감독은 이번 작품을 함께하면서 배우들의 열연에 감명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작품 초반 우도환과 이유미가 논두렁에 뛰어든 장면을 떠올렸다.

"물이 차 있는 논두렁이 깊어 다칠 수 있어서 대역도 준비해 뒀죠. 하지만 배우들이 먼저 직접 뛰어 들어가 봐야 감정을 알 수 있을 것 같다며 나서더라고요. 어린아이들로 봤었는데 어떤 면에선 저보다 더 과감했어요. 배우들이 인물에 많이 몰입했고, 이게 끝까지 유지됐어요."

또 칠성파 보스 왕칠성 역을 소화한 오대환에 대해선 "2017년 tvN '명불허전'에서 작품을 같이 했었다. 그때도 저 사람 힘이 있고 열정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했었다"며 "'Mr.플랑크톤'을 하면서 보니 연기를 너무 잘하더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어 "제가 몰랐던 면이 또 있었을 정도로 성심성의껏 연기를 하더라"며 "새롭게 다시 보게 됐다"고 덧붙였다.

범호자 역을 소화한 김해숙에 대해선 "현장에서 어떤 권위 의식 없이 한 배우로서 열심히 하고 최선을 다하시더라"며 "그 여름에 한복을 입었으니 힘든 내색을 내실 만한데 그런 거 전혀 없이 한 명 한 명 현장 스태프들을 다 챙겼다"고 감탄했다.

그러면서 "봉숙 역을 맡은 이엘 배우도 그렇고,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고 싶을 정도로 배우들이 충분히 표현해 줬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홍종찬 감독. 넷플릭스 제공

홍 감독은 인상적인 장면으로 무인도에서 해조가 쓰러진 모습을 꼽았다. 놀란 어흥이 해조에게 침을 놓고 몸을 주무르는 장면이다.

그는 "눈을 뜬 해조가 어흥에게 처음으로 형이라고 부르게 되는 신인데 어흥이랑 해조의 관계가 시작되는 장면"이라고 말했다.

또 "봉숙과 해조의 관계가 나오는 장면이 있다"며 "정말 가족을 싫어해서 도망 나왔을 것 같은 봉숙이 결국 해조와 가족이 된다"며 "봉숙과 해조의 짧지만 서사가 보이는 그 장면이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고 떠올렸다.

끝으로 마지막 엔딩 장면에 대해선 "제 개인적으로 해조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끝낸다기보다는, 또 다른 시작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차 안에 누가 탔는지 모르지만, 또 다른 길이 열리는 것으로 의도했다"고 덧붙였다.

홍 감독은 작품을 마치고 긴 여정을 끝낸 기분이라고 밝혔다.

"이제 제 손을 떠난 작품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 어떤 날 기억이 나서 넷플릭스에서 보셨으면 좋겠어요. 오랫동안 문득 문득 작품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어요."

지난 8일 공개된 작품은 한때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5위에 올랐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 42개국 톱10에 오르며 관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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