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선제대응 했지만…트럼프 쇼크 현실화 가능성

금융위기 이후 첫 2연속 금리인하…경제성장률 1%대로 '햐향'
내수 부진에 '마이너스' 수출…美관세폭탄 땐 성장률 더 하락
내년 금리 인하 계속할 듯…킹달러·가계대출·부동산 상승 불가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깜짝' 인하했다. 내수 부진과 수출 둔화 속에 경제 저성장 우려가 확대하자 긴급 처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관세 폭탄'을 앞세운 '트럼프 리스크'가 확대하면, 한국 경제가 불황의 늪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깜짝' 금리 인하, 1%대 저성장 '위기' 대응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8일 기준금리를 3.25%에서 3.0%로 0.25%p 인하했다. 지난 10월에 이은 2회 연속 금리 인하다. 한은의 기준금리 연속 인하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2008년 10월부터 2009년 2월까지 6회 연속 인하 이후 년 이후 15년 9개월 만이다.
 
상상인증권 신얼 연구원은 "2회 연속 금리 인하는 국내 성장세 유지 필요성이 상당히 시급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은은 이날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낮춘 것은 물론,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기존 2.1%에서 1.9%로 하향했다. 한은이 추산한 잠재성장률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으로 한국 경제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을 시사한다.
 
한은 이창용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상당히 많다. (내년) 2월에도 변경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하면 경제성장률을 0.07%p 정도 올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저성장 위기는 내수 부진과 수출 성장세 둔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 등 악재가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내수 부진…소비 3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황진환 기자

한은은 내수 회복세가 완만하다고 평가했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5만 2천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늘었고 5개 분기 연속 증가했다.
 
하지만 물가상승을 고려한 실질 사업소득은 1.7% 감소해 자영업자와 저소득층이 내수 부진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실업률 역시 2%대에서 안정적인 모습이지만, 취업자수는 지난해 4분기 30만 3천명에서 올해 1분기 29만 4천명으로 감소했고 2분기와 3분기에는 각 14만 6천명으로 급감했다. 특히 10월 취업자수는 8만 3천명에 그쳐 지난 6월 이후 넉 달 만에 10만명 아래로 내려갔다.
 
이에 따라 소비를 보여주는 소매판매도 전기 대비 3분기 –0.5%로,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수출 위기…트럼프 쇼크 현실화 가능성

수출 성장세 둔화는 한은이 금리 인하 요인으로 지목한 원인 중 하나다.
 
이 총재는 "3분기에 수출 물량이 크게 줄었는데 일시적인 요인보다는 경쟁 심화 등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판단했다"며 "수출 불확실성과 성장 전망 조정은 새로운 정보이고, 굉장히 큰 변화"라고 말했다.
 
실제 한은이 집계한 3분기 수출은 전 분기 대비 0.4% 감소해 2022년 4분기 이후 1년 9개월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정책도 한국 수출의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로 평가된다.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취임 직후 중국에 10%, 동맹국이자 FTA(자유무역협정) 체결국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 같은 관세 폭탄은 상대국의 보복 관세로 이어져 전 세계가 '관세 전쟁'에 돌입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한은은 관세 전쟁의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고,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0.2%p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 총재는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경기와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면서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기준금리를 추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트럼프 리스크 대비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전날 성태윤 정책실장 주재로 긴급회의를 열고 트럼프 당선인의 최근 관세 부과 발표에 대해 "우리기업의 대미국 수출에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하고, 협상력을 높일 방안을 사전에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고환율‧가계부채 고심 깊어질 듯

 
이 같은 기준금리 인하 기조는 강달러 추세를 가속할 전망이다.
 
미국이 기준금리 인하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한국의 금리 인하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최근 1400원대에서 오르내리는 원달러 환율이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은행 박형중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향후 미 연준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졌고,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는 매우 더딜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지금의 경제 환경과 정책 대응이라면 고환율의 고착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또 금리 인하가 가계부채 확대로 이어져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도 작지 않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기준금리를 내리면 부동산 가격이나 가계부채가 늘어나는 데 영향을 주는 게 사실"이라며 "당분간 몇 개월은 가계부채가 안정화하고 있다는 근거에 이번 금리 정책을 했다. 다만 가계부채와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될지 보면서 금리 인하 시기를 조절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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