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왕정홍 전 방위사업청장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했다.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리는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입찰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도 계속 진행된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28일 왕정홍 전 청장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지난 25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왕 전 청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다음날인 29일 진행된다.
경찰은 왕 전 청장이 지난 2020년 방사청장 퇴직 후 방사청에 특정업체를 알선하는 대가로 금품 등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왕 전 청장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다음 날 늦은 오후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앞서 경찰은 지난 9월에도 왕 전 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반려했다. 당시 경찰은 변호사법 위반과 함께 직권남용 혐의를 추가했는데 이번에는 직권남용 혐의를 일단 제외했다.
경찰은 한국형 미니 이지스함 사업으로 불리는 KDDX 사업과 관련한 왕 전 청장의 직권남용 혐의 사건 수사도 계속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KDDX 사업 의혹과 관련해 고소전을 벌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최근 고소를 취하했지만, 명예훼손죄만 반의사불벌죄여서 나머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업무 방해 혐의 등에 대한 수사는 계속 이어진다.
KDDX 사업은 6천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2030년까지 배치하는 사업으로, 2020년 기본설계 사업 수주전에서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현재 한화오션)에 0.056점이 앞서 수주에 성공했다.
경찰은 방사청이 당시 현대중공업에 유리하도록 입찰 규정을 바꿔 특혜를 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방사청은 KDDX 기본설계 입찰 공고를 내기 8개월 전인 2019년 9월 무기체계제안서평가업무지침을 개정했는데, 이 과정에서 '보안감사 위반 적발 시 해당 업체에 0.5~1.5점을 감점'하던 규정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현대중공업은 KDDX 기밀 자료 유출 사건에 연루된 상황이어서 해당 규정이 삭제되지 않았다면 감점을 받아 수주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