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으로 불황을 겪던 서점가에 활력이 돌면서 경기도내 골목형 소규모 책방인 '독립서점'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8일 경기도와 경기관광공사는 도내 지역별로 책과 함께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누리고 작은 모임을 통해 지역사회와 연결되는 독립서점이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첫째는 목감 문화 살롱 '시흥 책방내심'이다. 문을 연 지 5년 만에 지역 소통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서점이다. 책방지기는 서점이라는 공간이 자신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장소라는 생각에 상호를 '내면의 마음'이라는 뜻을 지닌 내심이라고 지었다.
시흥시에서는 첫 큐레이션 독립 서점으로 삶과 죽음, 관계, 일, 일상, 심리 등 5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일반 단행본과 독립 출판물을 함께 선보인다.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것에 더해 여러 모임도 운영된다. 소규모 글쓰기 모임, 원서 읽기, 독서 모임 등이다. 지역의 등단 시인과 독립출판 작가와의 만남도 있다. 시흥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의 샹송, 첼로 연주, 전자 음악 등 공연도 즐길 수 있다. 이른바 문화 살롱이다.
'안성 다즐링북스'는 작은 책방의 특별한 환대다. 다즐링은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생산되는 홍차 이름이다. 특유의 섬세하고 깔끔한 맛으로 '세계 3대 홍차', '홍차계의 샴페인'으로 불린다. 이 서점은 주택가 골목의 작은 책방이지만 책을 읽는 사람에게도, 차를 마시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편안한 명품 공간이라는 평가다.
따뜻함이 느껴지는 실내 장식과 구성이 특징이다. 책방지기가 선별한 책은 각각 '최근에 들어온 책들', '청소년을 위한 책들'로 나뉜다. 예쁜 손글씨로 친절하게 안내한다. 한쪽의 큰 테이블에서는 차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다. 책을 구입하지 않고 그냥 지나는 길에 들러 차를 마시고 가는 동네 주민도 많다.
안성시와 함께 환대의 마음으로 공존을 꿈꾸는 15분 문화 교류장 '2024 책으로 잇는 안성, 환대의 장소'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어떻게 살지가 고민인 청소년, 나의 삶도 고민인 엄마들, 50세 이후의 삶이 고민인 중년들과 함께 티타임 환대의 시간을 갖는 방식이다.
문장 속에 고요히 집중하고 싶다면 '용인 농부와책방'도 있다. 용인시 양지면의 특별한 책방으로 주목받는다. 평범한 일가족이 거주하는 보통 집 같은 풍경의 서점이다. 차곡차곡 들여놓은 책이 어느덧 본채 책방, 별채 오렌지카운티, 북스테이 공간 제페토하우스를 합쳐 6800권에 이른다.
아내는 책방을 운영하고 농사가 로망이었던 남편은 텃밭을 가꾼다. 그래서 이름도 농부와 책방이다. 손님들과 함께 텃밭에서 토마토를 따고 당근을 캔다. 아이들은 열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직접 수확하며 자연을 배운다. 그래서 아이들을 동반한 가족 방문객이 많아졌고 하루 묵는 북스테이도 인기다. 책방은 2시간 30분 단위 예약제로 운영된다.
다음은 책과 사진이 어우러진 종합문화공간인 '여주 수연목서'다. 원래 이곳은 사진가의 작업실과 아내의 가구 작업실 겸 공방을 염두에 두고 지은 시설이다. 아름다워야 한다는 생각과 공간이 사람의 삶을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모두 담았다. 공간에 대한 애정과 실천으로 2021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연목서가 완성되고 1년 후, 작업실로만 사용하던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고 사진과 건축 관련 서적을 다루는 책방을 열었다. 아울러 손님들이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카페도 오픈했다. 그러나 북카페보다는 책방이면서 갤러리의 정체성을 지닌 문화공간이기를 원한다.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사진 작품과 전문가의 손길이 담긴 가구와 공예가 더해졌기 때문이다. 수연목서라는 이름은 이곳 대표의 이름인 수연, 나무 목, 책 서를 합성해 지었다.
책보고가게는 양평군 강상면의 작은 동네 책방이다. 책을 고르고 책을 읽으면서 책과 친해질 수 있는 마음까지 따뜻한 공간이다. 책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볼 수 있는 그림책과 자녀 양육에 도움을 주는 책들을 주로 다루고, 책방지기들이 고른 에세이와 인문학 책을 선보인다.
4명의 책방지기가 함께 운영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인쏭, 그림책 출판과 한자 교육을 맡은 훈장, 먹거리와 자수를 담당하는 쏘잉, 디자인과 인테리어 전문 써니 등 개성 넘치는 책방지기들이 독서 마니아들을 맞이한다.
특히 독특한 공간들이 눈길을 끈다. 공유서가는 손때 묻은 흔적이 고스란히 담긴 자신의 책을 내어놓는 공간이다. 누군가에게 지식을 전하고도 여전히 빛나는 중고책을 만날 수 있다. 책방지기들이 수많은 책들 중에 소개하고 싶은 책을 선별해 모은 공감서가도 있다. 마음에 드는 문구에 줄을 치면서 읽고 싶은 책들이 가득하다. 마지막은 카페공간인데 정성과 느림을 중시하는 이곳 책방지기들은 좋은 찻잎을 고르고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낸다. 중ˑ고등학생과 성인 대상의 인문학프로그램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책으로 위로를 받고 싶은 이들에겐 '고양 위드위로'가 기다리고 있다. 고양시 일산서구의 동네 서점이다. '사람의 마음이 담긴 책이 있는 책방'을 테마로 독립출판과 기성출판물을 판매하는데, 독립서점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과 위로가 흠뻑 묻어있다. 책은 잘 팔리지 않더라도 손님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책을 고른다. 책방지기 역시 힘든 시기를 보낼 때 책에서 많은 위로를 받은 까닭에, 이제는 이웃에게 그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한다.
주로 심리학과 문학, 에세이와 소설을 취급하며 동네 서점답게 책 한 권 한 권 소중하게 골라 진열한다. 책방지기와 독자가 책으로 소통할 수 있는 점도 좋다. 책을 구입한 손님에게는 무료 커피가 제공되고, 겨울에는 따뜻한 붕어빵도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