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힘 60% 줄인다"…로봇 조끼 '엑스블 숄더' 입어보니[딥뉴스]

현대차·기아가 공개한 '엑스블 숄더'
로봇이 '지지대' 역할…어깨 힘 60% 경감
근골격계 질환자 '대상' 충전 필요 없는 편리함
'탄소 복합 소재' 사용…무게는 약 1.9㎏
지난 2022년부터 현장 작업자 300명 의견 반영
2025년까지 현대차 계열사 비롯해 타분야 확대

현대차·기아가 공개한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 박성은 기자

"사람을 대체하는 게 아닌 사람과 함께 가는 기술"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는 인공지능(AI) 로봇이 아니다. 현대차·기아에서 내놓은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는 인간을 돕는 로봇이다. 고령화의 그늘로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제조업 근로자가 늘자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현대차·기아의 로보틱스 기술은 '인간'에서 출발했다.
 

조끼로 착용감 높이고, 내 힘은 40%만 

현대차·기아는 지난 27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Wearable Robot Tech Day)'를 개최하고,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공개했다. 무한한 잠재력을 의미하는 'X'와 무엇이든 현실화할 수 있다는 의미의 'able'이 합쳐졌다.
 
엑스블 숄더는 민소매 조끼 양팔에 엑스블숄더 본체가 달린 형태다. 조끼 뒷면에는 엑스블 숄더 본체를 지탱해 주는 지지대가 좌우에 있고, 엑스블 숄더에 팔을 감싸는 형태로 된 보호대를 팔을 고정하는 형태다. 조끼를 입고 양팔을 고정하는 동시에 본체가 작동된다.
 
현대차·기아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 착용 시범. 박성은 기자

처음 입었을 때는 '어색하지만, 가볍다!'는 느낌이 앞섰다. 팔을 기기에 고정하고 힘을 빼면 기기가 자동으로 작동돼 팔이 엉거주춤 들렸다. 팔에 힘을 주고 원하는 대로 움직이니 그제야 팔의 힘과 엑스블 숄더의 힘이 자연스럽게 합치되며,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었다.
 
실제로 착용한 뒤 모의 차량 하단에서 나사를 조립하는 작업을 해봤다. 팔이 들린 모양으로 본체가 고정돼, 지지대에 팔을 기대고 작업할 수 있어 확실히 힘을 덜 사용하는 느낌을 받았다. 빠르게 어깨 근육을 움직여야 하는 작업보다는 오래 지속해야 하는 작업에 더 적합했다.
 

근골격계 질환 예방하고, 배터리 충전도 필요 없음

'엑스블 숄더' 개발은 제조업 분야 고령화로 인해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자수가 점점 늘어나는 문제에서 시작됐다. 산업 현장에서 팔을 위로 올려 작업하는 '윗보기 작업'에 활용하면 사용자의 어깨와 팔꿈치 근력을 보조해 근골격계 부담을 크게 줄여준다.
 
기존에 작업에 필요하던 어깨의 힘이 100이라면, 로봇을 착용 시 최소 40의 힘만 써도 작업을 할 수 있다. '엑스블 숄더'가 60의 힘을 대체해 주는 것이다. 특히 현대차가 다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핵심 기술인 '멀티링크' 구조를 통해 작업 환경별로 요구되는 각기 다른 보조력을 생성해 낼 수 있다.
 
'엑스블 숄더'의 크랭크 축과 스프링을 연결하는 '멀티링크(파란색)'. 현대차·기아 제공

배터리가 없어 별도로 충전할 필요도 없다. '무동력 토크(회전력) 생성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구조는 크게 '스프링'과 에너지를 전달하는 중간 역할인 '멀티링크'와 로봇이 작동되는 중심축은 '크랭크 축'으로 구성돼 있다 스프링에서 생긴 에너지가 멀티링크를 걸쳐 크랭츠 축에 회전하는 방식으로 전달되면, 회전력이 사용자의 근력을 보조해 주는 식이다.
 
탄소 복합 소재를 사용해 충격 방지 효과를 높이고, 중량은 40% 감소했다. 무게는 다 합해서 약 1.9㎏다. 어깨 관절을 180도까지 움직일 수 있다. 경우에 따라 한쪽 팔로 작업하는 경우에는 본체 한쪽을 분리해 사용할 수 있다. 땀을 흘려도 조끼는 쉽게 세탁할 수 있는 재질이라 용이함도 살렸다.
 
로보틱스사업1팀 김영훈 팀장은 가격과 관련해서는 "단품으로 하드웨어를 판다기보다는 컨설팅 포함한 서비스로 다가가고 있다"며 "컨설팅에 어떤 항목이 포함되냐에 따라서 가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가격대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장 의견 반영…글로벌 진출도 기대

현대차·기아는 지난 27일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웨어러블 로봇 테크데이(Wearable Robot Tech Day)'를 개최하고, 착용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공개했다. 박성은 기자

지난 2022년부터 실제 현장 작업자들을 대상으로 시범 착용을 실시해 수많은 피드백이 반영된 결과가 '엑스블 숄더'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현장 작업자의 사용 만족도는 피드백 반영 전후로 16%가 높아졌고, 현장에 투입되면 사용하겠다는 작업자는 82%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인 착용감과 디자인, 위생 등 문제가 해결된 덕분이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28일부터 B2B(기업 간 거래) 기반으로 엑스블 숄더에 대한 상담과 판매를 개시한다. 2025년까지 현대차그룹 27개 계열사와 타분야에 판매처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허리를 보조하는 '엑스블 웨이스트'와 보행 약자의 재활을 위한 의료용 착용 로봇 '엑스블 멕스' 개발에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해외 진출도 도모한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웨어러블 로봇 시장 규모는 2024년 24억 달러 수준에서 오는 2033년 136억 달러로 4배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현대차·기아는 오는 2026년에 직업성 근골격계 질환자가 많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장 현동진 상무는 "엑스블 숄더는 현장 근로자들의 피드백과 로보틱스랩의 기술을 융합하여 개발한 착용 로봇"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착용 로봇의 가치를 누릴 수 있도록 제품군 개발과 보급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며, 인류에 보다 나은 삶을 제공하기 위한 기술 진보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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