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교진 세종교육감은 AI디지털교과서에 대한 부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교육청은 관련 정책을 강행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육감과 교육청의 엇박자가 현장 혼란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27일 전교조 세종지부 등에 따르면, 최교진 교육감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AI디지털교과서로 "내년부터 수업하는 것은 무리"라고 밝힌 바 있다. 최 교육감은 교육부에서 주관하는 연수에 참석한 교사들도 내년 도입될 AI디지털교과서의 실물을 제대로 보지 못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전면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교육청은 최근 약 2천 명에 이르는 세종 교원을 대상으로 AI디지털교과서와 관련된 연수를 이수할 것을 안내하는 공문을 시행했다.
전교조 세종지부는 성명을 내고 "이 연수는 교원들이 필수적으로 들어야 하는 근거도 없고, 교육부에서도 AI디지털교과서 관련 연수를 교원들이 자율적으로 이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도 현장에서는 마치 의무 연수인 양 전달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다수 교사가 마지못해 신청하는 일이 벌어졌다가 해당 연수가 필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안내하자 많은 교사가 신청한 연수를 취소했다"면서도 "이 과정에서 연수 취소 사유서를 제출하라거나 특정 교과 교사를 교장실로 호출해 연수를 강권하는 부당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고 꼬집었다.
교육청의 글로벌 연수 관련해서도 지적이 잇따랐다. 전교조 측은 "1월 18일부터 26일까지 프랑스와 영국을 방문할 예정인 이 연수의 필수 조건은 AI디지털교과서 관련 연수를 이수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부족한 교육예산이 불요불급하게 쓰이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어떻게 해서든 교원들에게 AI디지털교과서 연수를 듣게 하려는 교육청의 고민이 놀라울 뿐"이라고 비판했다.
AI디지털교과서는 이미 5만 명의 청원이 성사되며 재고할 필요성이 제기됐고, 전교조가 동참하는 AI디지털교과서중단공동대책위원회는 시민 10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을 만큼 전국민적 우려의 대상이 된 상태다.
전교조 관계자는 최 교육감을 향해 "교육부의 무리한 정책을 견제하고 책임지면서 교육청 관료들이 교육감과 보조를 맞출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교육청 관료들에게는 "교육부의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고민할 것이 아니라 교육자치의 관점에서 세종교육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비판적으로 판단하고, 그들의 행정이 교원에게 '교육감 따로, 교육청 따로'처럼 보이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세종교육청 관계자는 "교육감과 교육청이 엇박자라는 것은 아니"라며 "교육감께서는 시범 도입을 통한 점진적 도입을 강조했고, 정책 기조나 방향은 같다"고 반박했다.
이어 "정책의 찬반을 떠나 시행령상으로 AI디지털교과서 도입 절차가 있기 때문에 실무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이해와 장단점 분석 등을 위해 연수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연수의 내용도 그렇게 구성을 할 거고, 그렇게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연수와 관련해서도 "운영 취지 자체가 AI디지털교과서 도입에 따른 것이고, 다른 나라의 디지털 교육 상황을 살펴보는 내용"이라며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역량 강화 연수의 한 종류인데, AI디지털교과서 연수를 안 들은 분을 데리고 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