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교 승강기서 잇단 갇힘사고, 원인은 강풍?…대책 시급

해운대구 한 육교 승강기 멈춰 4명 갇힘사고
담당 지자체 "강풍 영향 추정…외부로 노출돼 있어 고장 잦아"
지역 내 육교 승강기 대수·고장 실태 등 집계 안 돼
전문가 "옥외 승강기 관련 안전 규범 마련해야"

육교에 설치된 승강기. 김혜민 기자

교통 약자의 이동 편의를 위해 설치된 육교 승강기가 잦은 충격에도 쉽게 고장나는가 하면 갇힘 사고도 잇따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소방재난본부와 해운대구청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4시 10분쯤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의 한 육교 승강기 1대가 멈춰섰다. 이 사고로 A(10대)군과 B(60대·여)씨 등 4명이 갇혔다가 30여분 만에 소방당국에 의해 구조됐다. 다행히 이들 모두 다친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운대구청은 승강기 문을 움직이는 '롤러' 이상으로 고장이 발생한 것을 확인해 수리작업을 한 후 운행을 재개했다.
 
당시 갇힘 사고는 강풍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궂은 날씨가 승강기에 영향을 미치면서 발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전에는 반대편 승강기도 강한 바람에 문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구청이 수리 작업을 진행했다.
 
구청은 육교 승강기가 외부로 노출된 형태이다 보니 궂은 날씨에 직접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외에도 취객이나 킥보드가 승강기에 부딪히는 등 작은 충격에도 쉽게 고장이 나 수리가 잦다고 설명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구청에서 관리하는 승강기가 6천 대 정도 되는데 이 가운데 15대의 육교 승강기의 경우 비교적 고장이 잦다"며 "건물 안에 있는 게 아니라 외부로 돌출된 형태이다 보니 작은 충격에도 비교적 취약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부산 곳곳에서 육교 승강기 고장으로 인한 갇힘 사고 등 불편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월 9일 해운대구 우동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있었고, 지난 1월 강서구 명지동에서도 육교 승강기 갇힘 사고가 발생했다.
 
대남교차로 인근 육교에 설치된 승강기는 지난 9월부터 운행이 중단된 상태다. 담당 지자체인 수영구청에 따르면 2008년 설치된 해당 승강기는 수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노후화한 상태다. 구청은 해당 승강기를 폐쇄하고 지역 재건축조합의 협조로 새 승강기를 설치할 계획이다.

부산의 한 육교 승강기가 노후화로 인해 운행이 중단된 모습. 김혜민 기자
 
이처럼 노후화와 외부 충격 등으로 인한 고장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육교 승강기의 전반적인 관리가 필요하지만 지역 내 설치대수 등 기본적인 실태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지역에 있는 육교는 모두 109개다. 다만 지역 내 육교 승강기가 몇 대 있는지부터 고장 건수, 유형 등은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국의 승강기는 행정안전부에서 고유번호를 부여해 관리하고 있지만, 위치와 고유번호 등으로 고장내역을 일일이 조회해 확인해야 하다 보니 통계를 내지 않는다는 게 시와 구청 등 관계기관의 설명이다.
 
이밖에 승강기 위치에 따라 구청이나 부산교통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관리 기관이 각기 다른 데다 대부분 민간업체에 위탁해 유지·보수되고 있다는 점 역시 관리를 어렵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육교 승강기의 경우 외부로 노출돼 있어 충격에 취약한 데다 사용량도 많아 빠르게 마모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안전 규범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제진주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승강기 안전기준에 따라 설치됐다 하더라도 육교승강기처럼 옥외에 있는 경우 빨리 노후화할 수 있는 만큼 옥내에 있는 경우보다 안전에 신경을 써야 한다"며 "관련 안전 기준을 더욱 강화하는 내용의 규범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