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형 전자담배가 담배와 같은 규제를 받게 될지 주목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담배사업법 개정안' 논의를 앞두고 '액상형 전자담배에 사용되는 합성니코틴 유해물질 잔류량이 연초보다 적지 않다'는 보건복지부 용역 결과와 함께 규제 확대 의견이 제기되자 기재부도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다.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에 따르면 이날 기재위 경제재정소위원회에서는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 12건을 상정해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이 중 10건의 개정 방향이 담배 정의 확대에 대한 내용으로, 현행법상 '연초의 잎'만을 규정한 담배 범위를 확대하는 게 골자다.
앞서 21대 국회에서도 합성니코틴을 원료로 한 액상형 전자담배가 천연니코틴을 활용한 액상형 전자담배와 유사하게 중독성을 가지고 있고 개인의 기호제품으로 소비되지만 지방세와 개별소비세 등이 전혀 부과되지 않아 담배 정의에 포함시켜 과세 형평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검토가 이뤄진 바 있다.
다만 합성니코틴으로 제조한 액상형 전자담배까지 담배 정의를 확대해 규제할 경우 전자담배 가격이 상승하고 소매점주의 생계에 직접적인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당시 제기돼 무산됐다. 액상형 전자담배가 일반 궐련에 비해 덜 유해하며 금연보조제로 기능할 수 있다는 의견도 고려됐다.
그러나 이번 22대 국회 논의에서는 보건복지부 의뢰로 수행한 '합성니코틴과 연초니코틴의 유해성 비교·평가 연구' 결과 '액상형 전자담배가 권련보다 덜 유해하다'는 중론이 뒤집혔다.
연구에 따르면 연초·합성 니코틴 원액 중 유해물질 69종의 총 잔류량 비교 결과, 연초 니코틴 원액에서는 45개 항목이 1만 2509mg/L(각 항목별 평균 합산 농도) 검출됐고, 합성니코틴 원액에서는 41개 항목이 2만 3902 mg/L 검출됐다.
IARC(국제암연구소) 발암물질 잔류량 총합은 합성니코틴 원액이 852.2 mg/L, 연초니코틴 원액이 842.5 mg/L으로, 합성니코틴 원액에서 더 높게 나타났다.
또 IARC 지정 발암물질은 아니나,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 CMR(발암성·돌연변이성·생식독성) 목록에 있는 유해물질은 합성니코틴 원액에서 5개 항목 총 795.1 mg/L가, 연초니코틴 원액에서 5개 항목 총 74.1 mg/L가 각 검출돼, 합성니코틴 원액에서 10배 이상 높았다.
연구 보고서는 "각 원액의 제품 설명과 판매·판촉 과정에서 활용되는 '무담배'나 '순수' 물질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므로, 향후 오인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용어 사용은 배격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 영국, 캐나다 등 국외 액상 전자담배 관리 방법과 같이 합성니코틴과 연초니코틴을 구별하지 않고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결론냈다.
이에 기재부도 "복지부 중간 용역 결과에 따르면 합성니코틴의 유해성이 검출됐고 외국사례 등을 고려시 담배에 포함하여 규제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담배 정의에서 전자담배만을 구분해 규제할 실익이 없다"는 입장을 기재위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논의를 앞두고 글로벌 담배회사 BAT(브리티시 아메리칸 토바코) 그룹이 합성니코틴 액상형 전자담배 '노마드 싱크 5000'을 세계 최초로 국내 시장에 출시했는데, 이를 두고 우리나라의 규제 공백을 노린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