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체육회장=스포츠 대통령? 이게 최대 문제…51년 기업인, 권력보다 봉사의 마음으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나서는 강태선 BYN블랙야크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포부를 밝히는 모습. 노컷뉴스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그 어떤 회장 선거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이른바 '한국 스포츠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기흥 현 회장(69)이 정부의 사퇴 압박에도 3선 도전 의지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 41대 회장 선거에서 2위 득표율을 보인 강신욱 단국대 명예 교수(69),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 위원을 지낸 탁구 스타 출신 유승민 전 대한탁구협회장(42) 등 굵직한 인사들도 회장 선거에 나섰다. 김용주 전 강원도체육회 사무처장(63), 박창범 전 대한우슈협회장(55), 안상수 전 인천시장(78) 등도 출마를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다소 늦게 회장 선거에 뛰어든 인물이 있다. 강태선 서울시체육회장 겸 BYN블랙야크 회장(75)이다. 지난 11일 강 회장은 서울시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세계 최초 히말라야 8000m급 16좌 완등을 이룬 산악인 엄홍길 대장 등 지지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 회장의 출마 선언에 적잖은 체육인들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강 회장의 선거 캠프에 나설 주위 인사들이 이 회장과 일부 겹친다는 분석도 나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정부의 압박을 받고 있는 이 회장이 출마를 포기할 때를 대비해 강 회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반대로 이 회장이 출마할 경우 강 회장이 완주할 것인지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체육회장에 대한 강 회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강 회장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BYN블랙야크 본사에서 진행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회장이 나오든, 나오지 않든 끝까지 완주할 것"이라면서 "평생 체육인으로 살아왔는데 반드시 회장으로 당선돼 한국 스포츠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대한체육회장이 韓 스포츠 대통령? 가장 큰 문제…권력 아닌 봉사직"


최근 이기흥 회장은 '한국 체육 대통령'으로 불린다. 2016년부터 8년 동안 한국 체육 수장을 맡아온 데다 최근 상위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 유인촌 장관과도 공공연히 대립각을 세우는 등 위세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이 회장이 그동안 정부의 부당한 요구에 잔다르크처럼 맞선 역할을 하기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강 회장은 '한국 체육 대통령'이라는 표현에 강하게 반발했다. 강 회장은 "근래에 나온 얘기인데 대통령은 곧 권력이다. 체육회장이 가지면 안 되는 표현"이라면서 "왜 그런 말이 나왔지 생각이 들 정도로 이게 현재 한국 체육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체육회장은 군림하는 자리가 아니라 봉사직"이라는 것이다. 강 회장은 "체육회장으로 권력을 잡는다? 엄청난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면서 "회장을 하겠다는 것은 봉사하겠다는 뜻으로, 평생 체육인으로 살아왔고 현재 어려운 국면을 바로 잡는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시 체육회장직을 맡고 있는 강태선 BYN블랙야크 회장이 지난 11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출마 선언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권력형 회장이 아닌 통합 시스템을 통한 수평적 회장을 제시했다. 강 회장은 "현재 체육회는 헤드만 있고, 권력이 되다 보니 시도 체육회, 종목 단체와 소통이 안 된다"면서 "권한과 예산을 갖고 하부 조직을 지배, 운영하면서 권한을 주지 않으니 안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회장은 투명하고 공정해야 하고, 어느 누구와도 대화하며 평행을 유지해야 한다"면서 "체육회는 정책을 만들고 기획하며 소통하면서 하부 단체가 잘 돌아가도록 지원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 회장은 "정부든, 단체든 대화로 풀어가는 일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고 강조했다.

수평적인 소통 환경을 위해 강 회장은 기업인 출신답게 한국 체육 전체를 아우르는 시스템 구축을 제시했다. 강 회장은 "따로 따로 해서 문제가 생긴다"면서 "가야 할 목적은 같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체육회, 시도 및 종목 단체는 한 라인"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강 회장은 "예산 집행, 결산 등을 한 화면에서 투명하게 볼 수 있으면 오해가 안 생긴다"면서 "기획부터 행사까지 한 라인으로 같이 볼 수 있는 시스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신뢰가 쌓일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시스템 대통합이 한국 체육 대통합의 열쇠라는 의견인 셈이다.


"이제 아마추어도 수익 내보자…초창기 극복하면 2036년 서울올림픽으로 화룡점정"


또 강 회장은 프로 스포츠가 아닌 아마추어 종목에서도 이제는 어느 정도 수익을 내야 한다고 제안했다. 50년 넘게 기업을 이끌어온 경영인답게 다른 후보들과 차별성도 여기서 찾았다.

강 회장은 "지금까지 체육회는 돈을 받아서 쓰는 역할만 했는데 공무원이라면 예산이 확정돼 쓰는 것만 잘 하면 된다"면서 "기업은 없는 돈을 갖고 예산을 짠다. 못 벌면 집행을 못 한다"고 짚었다. 이어 "집행하되 벌어서 집행하는 방법을 연구하겠다"면서 "100만 원을 얻어오면 10만 원 정도는 벌어야 한다는 사고 방식도 틔우겠다"고 강조했다.

체육계도 기업 마인드를 심겠다는 의지다. 강 회장은 "행사를 하면 정부에서 예산을 받는데 인력에 대한 경비가 없다"면서 "행사 예산은 받지만 경비는 스스로 벌도록 수익성을 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단지 경기만 하는 게 아니고 이벤트, 축제를 해서 이익을 내야 한다"면서 "기업은 소비자가 키워주고, 연예인은 팬들이 체육은 관중인데 그렇지 못 하면 퇴출을 당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2024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을 예로 들었다. 강 회장은 "야간 경기에 입장료도 받았는데도 1000명 이상, 혹자는 2000명이라고 할 만큼 팬들이 많이 오셨다"면서 "처음부터 엄청난 수익이 나지는 못하겠지만 운영비라도 벌면서 자급자족의 노력을 하면 정부에서도 신뢰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에서 열린 2024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월드컵 경기 모습. 대한산악연맹

2년 동안 이끌어온 서울시체육회가 강 회장이 구상하는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판단이다. 강 회장은 "직원들이 단순 관리가 아니라 종목 단체들의 애로 사항을 듣고 정부에 잘 전달하는 순환, 융화하는 서비스 역할을 하도록 시스템을 바꿨다"고 자평했다. "동대문에서 천막 수선부터 시작해 51년 동안 기업을 이끌어왔다"는 강 회장의 뚝심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물론 한국 체육의 어려운 상황을 감안하면 시스템 구축에 적잖은 지원이 필요할 수 있다. 이를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초창기 어려울 때면 회장이 부담하든, 후원사를 찾든 분명히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선거를 앞두고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지만 한국 체육을 도와주겠다, 봉사하겠다는 얘기는 굉장히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강 회장은 2년 동안 현금과 용품 등 서울시체육회에 10억 원 넘게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난관을 극복하고 시스템이 구축되면 2036년 서울올림픽 개최로 한국 체육이 화려하게 꽃피울 수 있다는 청사진이다. 강 회장은 일단 "현재 잠실야구장 신축과 주경기장 리모델링 등이 2032년이면 완공이 된다"면서 "그러면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완료된 시설에서 흑자 올림픽을 치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강 회장은 "오세훈 서울시장과도 꼭 올림픽 유치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올림픽 유치가 되면 막대한 예산이 편성돼 체육인들의 경제적 문제가 한번에 해결된다"고 전망했다. 이어 "임시직 연봉의 지도자 대우가 달라져 경제적으로 풀리고 선수들의 훈련 시스템도 과학적으로 달라질 것"이라면서 "한국 스포츠와 경제의 발전까지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 이기흥 후보 단일화? 환경 변화 오면 고민…그러나 끝까지 완주해서 이기는 전략 짜야"


이상은 높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강 회장이 바라는 한국 체육의 이상향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일단 당선이 돼야 한다.

여전히 회장 선거에서 가장 강력한 후보는 이기흥 현 회장이다. 8년 동안 체육회를 이끌면서 등을 돌린 체육인들도 적잖지만 지지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회장은 26일 체육회 회장선거준비TF(태스크 포스)팀에 '후보자 등록 의사 표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범야권 단일화'가 이 회장 3연임 저지의 관건으로 꼽힌다. 지금까지 2번의 회장 선거에서 이 회장은 정부의 의중이 담긴 후보와 경쟁했지만 다른 후보들의 난립 덕을 톡톡히 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016년 제40대 회장 선거에서 이 회장은 유효 투표수 892표 중 약 33%인 294표를 받아 장호성 당시 단국대 총장(213표), 올림픽 역도 금메달리스트 출신 전병관 당시 경희대 교수(189표), 여자 탁구 '사라예보의 기적' 이에리사 전 국회의원(171표) 등을 제쳤다. 4년 뒤 선거에서는 이 회장이 46.4%의 지지율로 25.7%를 기록한 강신욱 교수, 이종걸 후보(21.43%), 유준상 후보(6.53%) 등에 앞섰다.

'2019 대한민국 스포츠영웅 헌액식'에서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왼쪽부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헌액의 주인공 산악인 엄홍길, 배우 박상원이 기념 촬영을 한 모습. 연합뉴스

때문에 다른 후보들도 단일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강 교수와 유 전 회장은 CBS노컷뉴스에 "후보 단일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강 교수는 25일 이 회장의 3연임 포기를 위한 단식 투쟁 중인 박창범 전 우슈협회장을 찾아 응원하며 이 회장에 대한 공동 전선 의지를 확인했다.

이와 관련해 강태선 회장은 "단일화를 깊이 생각한 바는 없다"면서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환경의 변화가 오면 그때는 고민을 하겠다"고 여지를 남겼다.

하지만 한번 칼을 뽑은 만큼 끝을 봐야 한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강 회장은 "이 회장과 선거 캠프 인사가 일부 겹친다는 얘기도 나온다"면서 "그러나 체육계 인사들은 거의 모두가 알고 지내는 사이라 안 겹칠 수가 없다"고 전제했다. 이어 "어느 캠프로 가든 그 분들의 의지"라면서 "중요한 것은 끝까지 완주해서 이기는 전략을 짜야 한다는 점"이라고 입을 앙다물었다.


"에베레스트, 칸첸중가 등 히말라야만 50차례…나이? 美 대통령보다 어려"


강 회장은 블랙야크라는 브랜드 자체가 말해주듯 한국 산악의 대부다.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12년, 서울연맹 감사 10년에 한국아웃도어스포츠산업협회장도 역임했다.

하지만 강 회장은 "산악 이외에 다른 스포츠에도 관심이 많다"고 했다. 김효주 등 골프 선수들은 물론 동계 종목인 컬링, 프로야구 SK(현 SSG) 등을 후원했다. 프로야구 경기 시구를 하기도 했다.

또 체육 행정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는 강 회장이다. "산악연맹 부회장과 감사를 10년 이상 했고, 체육회 이사도 4년을 했다"면서 "체육 행정에 관해서는 안 해본 게 없을 만큼 어느 누구보다 경험이 많다"고 강점을 내세웠다.

지난해 서울시청에서 열린 제19회 항저우아시안게임 출전 서울시청 소속 선수단 격려 간담회 모습. 서울시체육회
2023 서울달리기(SEOUL RACE) 당시 강태선 회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행사에 참석한 모습. 서울시체육회

생활 체육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강 회장은 "경제가 아니라 스포츠 선진국이라고 해야 진정한 선진국"이라면서 "돈이 아닌 삶의 질이 선진국이 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어 "스스로 삶이 좋다는 측정에서 제일 높은 게 스포츠"라면서 "건강하게 살아야지 병원에서 100세 시대를 맞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생활 체육을 실천하고 있다는 강 회장이다. "집에 나가면서 운동하고 들어오면서 운동하는 게 선진국"이라는 강 회장은 "최근 한라산 등 주말마다 등산을 하고, 주 3회 헬스장에 간다"고 귀띔했다.

그래선지 회장 후보 중 고령에 속하지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강 회장은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칸첸중가, 초유 등 세계적 고봉을 등반하며 히말라야를 50번 정도 다녀왔다"면서 "미국 대통령도 고령 아닌가? 나이는 많지만 체력, 정신적 나이는 평균치보다 낮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인터뷰 말미 강 회장은 관록이 묻어나는 답변을 내놨다. 체육회장의 연임과 관련한 입장을 묻자 강 회장은 "정책 실행을 위한 시간 등 한번 연임해 8년이면 족하다고 본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다만 나는 4년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면서 "사람에 따라 다른데 8년을 4년 같이, 4년을 8년 같이 할 수 있는 건 능력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동대문 천막 수리부터 수천 억 원 연매출의 기업을 이끌어온 경륜에서 나오는 자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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