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를 중심으로 이어진 시국선언에 대전 시민사회와 학계, 교계 원로 등 262인이 동참했다. 이들은 더 이상 침묵의 방관자가 되지 않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26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피해자가 되길 거부하고 침묵의 방관자가 되는 것도 거부한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우리의 가족을, 동료를, 제자를 뺏기지 않겠다고 선언한다"고 말했다.
대전·충청권의 대학 명예교수와 현 교수, 지역 시민사회단체에서 대표와 고문 등을 역임한 시민사회 인사들이 참여했고 종교인들도 동참했다.
민교협 대전세종충청지회장을 맡고 있는 박철웅 목원대 교수는 "그동안 합법적인 선출로 자리에 오른 대통령이라고 해서 혹시라도 장기적인 민주주의 발전에 위해가 될까 많이 참았지만 이제 말해야겠다. 여기서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김규복 목사는 발언문을 통해 "내치와 외교안보의 총체적 위기를 임시방편책으로 막고 정당한 국민의 소리와 양심적 언론의 비판을 '입틀막'하며 견뎌온 윤석열 정권의 명백한 무능과 한계를 절감했다"고 비판했다.
각계가 모인 대전비상시국회의는 매주 화요일 윤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 등 목소리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다음은 시국선언문 전문이다.
시국선언문
윤석열 폭정 종식과 옹호 잔당 영구 퇴출!
역사 퇴행 반복하지 않을 것
아침에 눈을 뜨면 북한의 우크라이나 참전과 미국의 미사일 허가 소식을 접하며 불안한 전쟁의 기운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오늘도 응급실 뺑뺑이 돌다가 환자들이 죽어 가는데도 양보 안 하겠다고 기자회견 질이다. 하루가 멀다고 보도되는 윤석열, 김건희, 명태균으로 이어지는 국정 농단은 갈수록 점입가경인데 10만 원, 밥 먹은 야당 대표부인과 명품 가방을 받은 김건희에 관한 결정을 지켜보며 대한민국 사법 체계에 대한 마지막 신뢰마저 시궁창에 던져버린다. 온 나라를 쑥대밭으로 만든 이 난리들이 모두 다 대통령 뽑은 지 겨우 2년 남짓한 세월에 벌어진 일이라니, 정말로 억장이 무너진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태원에서 안타까운 159명의 희생 중에 우리 박가영 학생을 비롯한 여러 명의 지역의 젊은이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았을 때, 나는 그들의 희생을 진심으로 슬퍼했지만, 내일로 여기지는 않았다. 마음 한구석엔 '그들의 선택'이라고 여겼고 '국가가 거기까지 책임을 져야 하나?"는 생각도 했었다. 그리고 지난여름, 학교에서 신민기 학생이 입이 틀어 막힌 채 검은 양복들에 의해서 졸업식도 못 끝내고 들려 나갈 때, 마치 군사독재정권 시대로 돌아간 듯한 충격을 받았지만, 나는 그냥 구경꾼이자 방관자로 일관했다. 여전히 나는 안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오늘 또다시 대전 서구 도마동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굴착기로 지하공간을 메우는 복토 작업 도중 허망하게 안타까운 삶을 마감한 26세 청년 이진수에 관한 소식을 접한다. 용역 불법 하도급 공사와 원청의 무리한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한 '빨리빨리 작업'이 빚은 비극이었다. 그는 불과 몇 시간 전까지 우리 모두의 믿음직한 아들과 제자였으며 오지랖 넓은 친구였고, 함께 은하수 네거리에서 촛불을 든 평범한 시민이었을 것이다.
나는 '그가 왜 제대로 된 안전교육도 못 받은 채 지하 15미터의 땅속에서 덤프트럭이 쏟아내는 흙더미에 묻혀야 했었는지' 알고 싶어진다. 도대체 그는 왜 흙더미에 깔려 두 시간이나 넘는 시간 동안 사경을 헤맬 때까지 방치되었을까? 그리고 어떻게 시신이 발견된 후에도 현장에서 콘크리트 타설 작업을 중단 없이 진행 시킬 수 있었을까? 이러한 것들이 미친 듯이 알고 싶다. 나는 이제 안전하지 않다고 느낀다.
되돌아보니 내가 외면했을 뿐,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아리셀에서 쿠팡 물류센터에서 아까운 청춘들이 목이 떨어지고, 불에 타고, 떨어지고, 파묻혀 죽는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낯선 작업 현장에서 낯선 이국땅에서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외롭고 쓸쓸했을까? 서울에서 멀면 멀수록, 가진 게 없을수록 가까워지는 자본의 탐욕스러운 올가미는 이제 지방의 청년들과 외국인노동자들을 희생 삼아 점차로 피라미드 위로 치닫고 있다. 과연 다음은 누구의 차례가 될 것인가?
윤석열과 그를 추종하는 기득권 카르텔은 그동안 역사교육, 법질서, 의료, 국제외교, 환경, 서민복지, 지역 균형발전 등 모든 분야에 걸쳐서 대한민국을 철저하게 망가트렸다. 가계부채는 이제 1.896조 원을 돌파하고 작년에만 91만 명이 넘는 자영업자가 폐업했다. 노동자, 농민, 빈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삶은 이제 백척간두에 놓여 있으며, 지역은 '소멸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그동안 배고파 우는 아이의 뺨을 때려가며 가진 자들을 더 배부르게 한 일련의 행정들과 안하무인의 국민 담화의 태도로 볼 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상상하기조차 싫다.
나는 역사 속에서 '민초들의 항쟁'을 통하여 '우리'를 만난다. 우리는 망이 망소이, 우금치 전투이다. 우리는 3.8 민주 의거이며, 87년의 중앙로이고 박근혜를 촛불로 퇴진시킨 은하수 네거리다. 우리는 평소에는 순하디순한 백성들이지만 한번 일어나면 강물이 터지고 산이 포효한다. 금강을 막고 보문산에 쇠못 질을 하려는 자들을 감히 나서질 말 것을 경고한다.
이제 우리는 자신들의 탐욕만 추구하는 늑대 같은 윤석열 일당을 위하여 희생당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더 이상 피해자가 되길 거부하고 침묵의 방관자가 되는 것도 거부한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우리의 가족을, 동료를, 제자를 뺏기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이것은 또한 신자유주의 체제를 넘어 불평등과 기후 위기를 극복한 사회, 공존공영의 세계 체제와 한반도 평화 체제, 참여민주주의, 수도권 집중을 타파한 온전한 지방분권화를 향한 염원이기도 하다.
오늘 여기에 모인 우리는 대통령 윤석열과 그를 옹호하는 잔당들을 우리 사회에서 영구히 퇴출하여, 다시는 이러한 역사의 퇴행을 반복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며, 온 천하에 선언한다.
2024. 11. 26.
대전 시민·원로·학계 시국선언 참가자 26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