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싱크탱크 "한국, 美 요새 안으로 들어갈 필요…경제협력 강화"

'美中갈등'과 '세계경제 블록화'는 '뉴노멀' 될 것
미·중 간 관세전쟁의 범위와 강도…더 격하게 전개될 것
한국 "미국과 윈윈 할 협력 아이템 제안해야…또다른 기회 될 수 있어"

연합뉴스

트럼프 당선 이후 한국을 둘러싼 경제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의 싱크탱크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과의 협력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26일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eterson Institute of International Economics, 이하 'PIIE')와 공동으로 '격랑의 트럼프 2기와 한국의 생존 해법'을 주제로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PIIE는 국제경제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역량과 영향력을 가진 싱크탱크다.
 

포젠 소장 "트럼프 강경한 관세정책…협상 도구 활용할 가능성"

기조연설에 나선 아담 포젠 PIIE 소장은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을 2.0%로 전망하면서 이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포젠 소장은 미국의 견조한 성장은 AI 등 기술진보에 따른 미국 노동생산성 개선에 기인한다면서, 2025년 하반기에는 물가 상승과 함께 기준금리 재인상 리스크도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또한 포젠 소장은 트럼프의 공약이 단순한 위협일지, 아니면 실제로 실행이 될지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한 이민 정책은 취임 직후 바로 실행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강경한 관세정책에 대해서는 주로 중국과 멕시코를 겨냥한 것이고, 다른 국가에는 협상을 위한 도구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포젠 소장은 한국 경제에 대해 "기본적으로 미국의 경제성장은 한국경제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며, "트럼프 2.0 시대에는 한국이 대미 직접투자를 확대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면서 '미국 요새' 안으로 들어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포젠 소장은 동시에 미·중 이외의 시장으로의 다각화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韓, 미국에 서로 '윈-윈'하는 산업협력 아이템 제안해야"

쇼핑하는 미국 소비자들. 연합뉴스

트럼프 2기 정책 변동 평가를 주제로 열린 세션 1의 첫 번째 연사인 제프리 쇼트 PIIE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관세정책은 아군과 적군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미FTA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자동차·반도체·방산·조선 등 양국의 이해관계가 합치되는 분야에서 한국과 미국이 서로 '윈-윈'하는 산업협력 아이템을 제안한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CPTPP 가입, ASEAN 및 EU와의 협력 강화 등을 통해 한국이 '규칙기반 통상질서' 의 유지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트럼프 정부의 보편관세 정책 실행 시, 한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158억 달러(13.6%)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관세에 대한 대미 수출 반응도(탄력성)은 산업별로 차이를 보였다. 조선, 플라스틱, 원자력은 관세장벽에도 불구하고 수출이 감소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우리가 경쟁우위를 가지고 있어 미국의 공급망 대체가 어려운 방산, 조선, 원자력 등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개별 산업별 맞춤형 공급망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세션 1 패널 토론에 참여한 강태수 한경연 객원연구위원(KAIST 교수)은 트럼프 2기 이후 미국 재정적자 증가에 따른 장기금리 상승을 예상하면서, 이것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결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한구 PIIE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에 여러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수출·투자 병행체제'로의 구조전환 등 우리 기업들이 체질 개선을 통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美中갈등'과 '세계경제 블록화'는 '뉴노멀' 될 것

트럼프 2기 이후의 세계 질서 변동에 대한 세션 2의 첫 번째 연사로 나선 컬렌 헨드릭스 PIIE 선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정책은 한국에게 '위기이자 기회'라고 밝혔다.

주한미군 등 방위비에 대한 '비용분담' 압박은 위협 요인이지만, NATO와 중동 지역에서의 무기 수요 증가는 한국 방산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틴 초르젬파 PIIE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및 기술규제가 반도체를 비롯한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봤다.

연원호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경제안보실장은 미·중 전략경제의 심화로 전 세계가 신뢰와 가치 중심의 블록경제 시대로 재편될 것이라 진단했다.

중국과의 탈동조화(디커플링)를 추진하는 미국이나 위험제거(디리스킹)를 추진하는 EU와 달리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 옵션은 그리 많지 않다고 지적했다.

연 실장은 한국의 경제안보 전략으로 정부 주도의 강력한 산업정책과 가치공유국과의 파트너십 강화라는 두 축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이혜민 김앤장 고문과 서정민 무역안보관리원(KOSTI) 원장은 미·중 간 정책충돌 심화로 관세전쟁의 범위와 강도가 과거에 비해 더 격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경협은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공동으로 매년 정기적으로 연례 컨퍼런스를 함께 개최할 예정이다.

행사를 주관한 정철 한경협 연구총괄대표 겸 한경연 원장은 "앞으로 PIIE뿐만 아니라 세계 유수의 글로벌 싱크탱크와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불확실한 대외환경 속에서 한경협이 글로벌 싱크탱크로서 한국 경제계가 나아갈 방향과 통찰을 제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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