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교사 혐의를 받았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국민의힘의 표면적 '단일대오'도 급속하게 해체되고 있다.
이 대표가 열흘 간격으로 공직선거법과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엇갈린 결과를 받아들면서, 국민의힘의 '이재명 때리기'에도 탄력이 빠질 수밖에 없게 됐기 때문이다.
아울러 한 대표를 둘러싼 '당원 게시판' 논란을 놓고 친윤계와 친한계가 정면 충돌까지 하면서 국민의힘은 내우외환(內憂外患)의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모습이다.
이재명 선고날 '치고받은' 與 지도부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단일대오를 유지해왔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이후 한 대표 역시 민생 행보를 강조하면서 당정 갈등도 '진정세'에 접어들었다.한 대표를 필두로 이 대표의 현실화된 '사법 리스크'에 초점을 맞춰온 가운데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도 최저치를 찍은 뒤 '반등세'로 돌아선 것 역시 청신호로 읽혔다.
하지만 한 대표와 그 가족의 명의로 쓰인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글이 단일대오에 균열을 냈고, 한 대표가 초동(初動) 대응에 실패하면서 양측 간 갈등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한 대표로서는 국면을 전환 시킬 정치적 '원동력'을 잃게 된 셈이다.
김민전 최고위원은 2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에서 한 대표 사퇴 같은 글을 쓰는 사람을 고발한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당원 게시판 논란을 거론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에 한 대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말하라"며 언짢은 내색을 숨기지 않았고, 비공개 회의에서도 고성이 오갔다.
한 대표는 "익명게시판에서는 누구든지 비판할 수 있다"며 직접 역공에 나섰지만, 논란의 핵심은 친한계 측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는지, 가족이 결부되어 있는지 여부다. 한 대표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고 익명게시판에 대한 일반론을 되풀이하는 이상 친윤계는 원내·외에서 공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한 대표로서는 내상(內傷)을 입은 채 야당과 싸울 수밖에 없는 것.
양측 간 갈등은 '무례함' 논란으로까지 번졌다. 친윤계 인요한 최고위원은 친한계 조직부총장인 정성국 의원이 김 최고위원의 발언 중 끼어든 것에 대해 "최고위원이 발언할 때 끼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국민의힘 초선의원은 "당이 내홍(內訌)에 빠질 때마다 텃밭 민심도 흔들려 왔다는 사실을 잊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생 특위 띄웠지만…'李 무죄'에 위축 불가피
한 대표는 당초 이 대표의 1차 선고(공직선거법) 이후 '사법 리스크와 민생 정책'이라는 투트랙 전략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1차 선고와 2차 선고(25일) 사이 열흘 동안 이 같은 전략이 효과적으로 통하지 않았다.
이 기간 동안 약속했던 김 여사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등 가시적인 변화를 냈어야 하는데 당원 게시판 논란에 발목 잡힌 한 대표가 그동안 말해온 쇄신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형이 예상됐던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이 대표가 한숨을 돌린 반면, 한 대표를 둘러싼 '당원게시판' 논란은 오히려 부각될 우려도 있다. 기존 정치권 인사와 달리 공정성을 앞세운 한 대표의 강점이 이번 사태로 이미 퇴색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의 최약체인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이 움직이지 않고, 고질병인 '영남 중심주의'가 오히려 심화한 것 역시 한 대표의 고민을 깊게 하는 지점이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가 민주당 내 권력 투쟁에 골몰하는 사이 민생 정책을 시리즈로 발표해 중수청 공략 발판을 마련한다는 국민의힘 지도부의 전략 역시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한 대표는 이 대표처럼 행정가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민생 정책에 대한 전문성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어려운 상태다.
또 다른 국민의힘 관계자는 "한 대표는 법무장관 시절부터 '이 대표 때리기'로 주목받은 인물"이라며 "자신의 강점을 살리지 못한 채 새로운 싸움을 했을 때 승산이 얼마나 있겠느냐"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