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증교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형의 집행유예 유죄 선고를 받은 이 대표는 일단 한숨 돌리게 됐다.
이재명, '위증교사' 1심서 무죄 선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김동현 부장판사)는 25일 오후 위증교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위증 혐의로 기소된 고(故)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씨는 위증 혐의가 일부 인정돼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재판부는 이 대표가 2018년 12월 22일경 및 24일경 김씨와 통화하고 자신의 변론요지서를 전달한 것과 관련해, "위증의 교사로 보기 어렵다"며 "'교사의 고의'가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이 대표는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당시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씨에게 위증을 요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2004년 'KBS PD 검사 사칭 사건'에 가담해 유죄가 확정됐던 이 대표는 2018년 지방선거 토론회에서 "누명을 썼다"라고 말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해당 재판에서 무죄를 받기 위해 김씨에게 허위 증언을 요구했다는 혐의다.
검찰은 이 대표가 2018년 12월 22일부터 24일까지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김 전 시장과 KBS가 해당 PD에 대한 고소는 취하하고 이재명을 주범으로 몰아가자는 합의가 있었다'는 취지로 위증을 요구했다고 봤다.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이 대표는 "교감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주면 딱 제일 좋죠. 실제로 비서였으니까", "정치적 배경이 있던 사건이었던 점들을 얘기해 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등의 말을 했다. 이후 김씨는 실제로 2019년 2월 재판에서 허위로 증언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이들의 혐의와 관련해 지난 9월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에게 징역 3년을, 김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法 "'고의' 있었다 보긴 어려워"
재판부는 이 대표가 김씨에게 '증언을 요청'한 것이지, '위증을 교사'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우선 김씨가 위증한 개별 부분과 관련해 이 대표의 통화로 이뤄진 '증언' 요청으로 김씨가 위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따라서 김씨가 위증한 부분에 대한 이 대표의 '교사 행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고의가 없어 무죄라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재판부는 이 대표에게 먼저 '위증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씨가 허위로 증언해 위증의 결과를 실현한다는 정범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이 대표가 김씨에게 통화할 당시 김씨가 어떤 내용을 증언할지 정해지지 않았고 이 대표가 예견할 수도 없었다는 판단이다. 또한 이 대표에게 '교사의 고의'가 있다고도 보지 않았다. 교사행위로 볼 수 있을지언정 '고의'가 없다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2024.11.25.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위증교사' 설명 中 |
피고인 이재명과 피고인 김진성 사이의 각 통화 당시(교사행위 당시)에는 피고인 김진성이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보면 교사행위 당시 피고인 이재명은 피고인 김진성이 이 부분 위증을 할 것이라는 점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나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피고인 이재명에게 피고인 김진성의 위증에 대한 정범의 고의가 있었다고 볼 수는 없다. 피고인 이재명이 피고인 김진성과 통화, 즉 교사행위를 할 당시, 피고인 김진성이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와 구체적으로 어떠한 내용의 증언을 할 것인지 여부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 이재명이 위 각 증언이 거짓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보기도 부족한 점, 피고인들 사이의 각 통화 내용은 피고인 이재명이 피고인 김진성에게 어떤 사실에 관한 거짓 증언(위증)을 요청하는 것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 이재명에게 피고인 김진성으로 하여금 이 부분 각 위증을 하도록 결의하게 하려는 고의(교사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도 부족함. |
김진성 '위증' 혐의 일부 유죄…法 "사법기능 방해"
이 대표가 무죄를 선고받은 반면, 재판부는 김씨의 위증 혐의에 대해서는 일부 '유죄'로 판단했다.재판부는 김씨의 증언 6개 중 4개가 '위증'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는 수사기관과 법정에 이르기까지 이 부분 증언들은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증언임을 인정한바, 위 증언들은 김씨의 기억에 반하는 증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2024.11.25. '위증'으로 인정된 김진성씨의 증언 中 |
피고인은 이재명 측 변호인의 "그러던 중 김병량은 증인에게 '최OO(KBS PD)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면, 이재명 변호사는 혼자 싸워야 하는데 더 불리해지지 않겠느냐'라고 하면서 'KBS 측 고위관계자와 그 문제를 협의 중이다'라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나요"라는 질문에, "예, 들은 적이 있습니다"라고 증언. |
그러면서 "이는 국가의 사법기능을 방해하고 법원의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을 저해하는 행위로서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李 "진실과 정의 되찾아"…지지자들은 환호
이날 이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법정 밖은 지지자들의 환호성으로 가득 찼다. 선고 전 이 대표 지지자들과 반대 측이 각각 "이번에는 무죄다", "법정구속하라" 등 서로 엇갈린 구호를 외치던 모습과는 상반된 분위기였다.
선고 후 법정 밖을 나서던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를 되찾아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며 "그 과정이 참으로 어렵고 길긴 하지만 '창해일속'이라고, 제가 겪는 어려움이야 큰 바닷속의 좁쌀 한 개 정도에 불과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께서 겪는 어려움, 그 고통에 비하면 제가 겪는 어려움이 미미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우리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죽이는 정치보다 사람을 살리는 정치를 하자고 정부, 여당에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무죄 선고 이후 "김씨가 이 대표의 부탁으로 허위 증언했다고 자백하고, 재판부가 이 대표의 교사행위로 김씨가 위증했다고 판단해 김씨에게 유죄를 인정했다"면서 "이 대표에게 위증교사의 범의가 없다고 봐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리와 증거 관계에 비춰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발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해 항소한 뒤 항소심에서 유죄 입증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공직선거법 혐의와 관련한 1심 결과도 다시 항소심 판단을 받게 됐다. 이 대표와 검찰은 공직선거법 혐의 1심 결과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당시 이 대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