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하는 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홍명보 현 대표팀 감독 선임을 둘러싼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허 전 감독은 25일 서울시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4선에 도전할 걸로 예상되는 정몽규 회장이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은 가운데 허 전 감독은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첫 번째 인사다.
허 전 감독은 "사실 선거 출마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언론에서도 왜 축구를 위한 축구협회인데 축구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느냐고 지적하더라"면서 "누군가는 축구인을 대변해서 나서야 하지 않겠나 싶어서 용기를 냈다"고 출마 배경을 밝혔다.
그는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유쾌한 도전'이라고 표현하며 "경기장에서도 긴장하면 경기력이 발현되지 않는다. 밝은 분위기에서 해야 한다"면서 "협회도 밝은 분위기에서 직원들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스스로 이뤄내는 분위기가 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축구협회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등 각종 논란에 휩싸여 질타를 받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축구협회 감사까지 나설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허 전 감독은 현 집행부의 문제점에 대해 "승부조작 축구인 사면 파동,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홍명보 감독 선임 등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의사 결정 구조에 있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독 선임 등이 독단적인 의사 결정, 즉 협회장의 결정으로 정해지면 안 된다. 시스템이 잘 운영됐다면 이런 문제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윗사람의 눈치만 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며 책임지는 조직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축구인의 '화합'을 강조한 허 전 감독은 "서로 의견은 갈릴 수 있지만 대의를 위해서는 힘을 합혀야 한다. 나는 어떤 자리든 마다하지 않고 화합을 위해 뛰어다니겠다"면서 "긴 시간이 걸리는 일도 있겠지만, 화합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모든 걸 내려놓겠다'는 말의 의미에 대해서는 "권위적인 걸 좋아하지 않고, 직접 발로 뛰는 걸 좋아한다"면서 "내 의견을 내세우고 고집을 부리기보단 의견을 듣는 데 중점을 두겠다"고 설명했다.
허 전 감독은 축구협회장직에 오르면 감독 시절 제자였던 박지성, 이영표, 이동국 등과 함께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할 계획이다.
그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그런 분들은 잠깐 들어왔다가 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제대로 일하는 분위기가 안 돼서 그런 걸로 알고 있다"면서 "해외 경험이 풍부하고 젊은 인재들이 한국 축구를 더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제자 홍명보 대표팀 감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허 전 감독은 "홍명보 감독을 바라보면 고난의 연속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 문제는 현 집행부에서 결정하고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월드컵 예선을 치르고 있는 중요한 시기지 않나. 난 지금 후보자일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내가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입장을 밝힐 대가 되면 확실하게 밝히겠다"고 약속했다.
홍 감독 선임 논란을 일으킨 축구협회에 대해서는 "전력강화위원회 등 위원회가 다 있지 않는가. 그게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나 싶다"면서 "기능을 회복해야 하고, 협회장이 감독을 선임하고 해임하는 일은 절대 발생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