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전 국가대표팀 감독이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허 전 감독은 2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표명했다.
정몽규 회장은 4선에 도전할 걸로 예상되지만,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내지 않았다. 현재로선 허 전 감독이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첫 번째 인사다.
선수 시절 PSV 에인트호번(네덜란드)에서 활약하며 유럽 무대를 경험한 허 전 감독은 은퇴 후 지도자로 전향해 K리그 전남 드래곤즈, 인천 유나이티드 등을 이끌었다. 대표팀을 이끌고선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출전해 사상 첫 원정 대회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이후 행정가로 변신한 허 전 감독은 2013~2014년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을 맡았고, 2015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로 일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허 전 감독은 "지금 한국 축구는 흔들리고 있다. 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면서 "축구 팬들의 질타와 각계각층의 염려, 무엇보다도 선후배 동료 축구인들의 갈등을 눈앞에서 지켜볼 때는 한없이 괴로웠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환골탈태를 바라지만 거대한 장벽 앞에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했는데 더 이상 방관자로 남지 않기로 했다"면서 "누군가 이 추락을 멈추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우리 축구를 다시 살려내는데 작은 밀알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출마 배경을 밝혔다.
최근 축구협회는 홍명보 대표팀 감독 선임 등 각종 논란에 홍역을 앓고 있다. 이에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은 국회로 불려가 국회의원들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축구협회 감사까지 나섰다.
결국 정 회장의 4선 도전을 반대하며 축구협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허 전 감독이 정 회장에 맞설 대항마로 나섰다.
허 전 감독은 ▲ 열린 경영과 활발한 소통을 통한 신뢰 회복 ▲ 시스템에 의한 투명하고 공정한 협회 운영 ▲ 지역협회의 창의성과 자율성 보장 ▲ 체계적인 지도자 육성 및 선임 시스템 마련 ▲ 축구 꿈나무 육성과 여자 축구 경쟁력 향상 등 공약을 내세웠다.
그는 "불투명하고 미숙한 행정의 연속, 그리고 잘못을 알면서도 고치지 않으려는 부끄러운 행동으로 축구협회의 위상은 땅에 떨어졌고, 한국 축구는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축구는 지금, 이 순간만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미래 100년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다. 저는 한국 축구를 위해 모든 걸 쏟아부으려 한다"면서 "제가 가려는 이 길은 가시밭길이며 거대한 장벽도 있다. 그러나 누군가는 가야 할 길이기에 포기하지 않고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