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코는 24일 오후 5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두 번째 솔로 콘서트 '지코 라이브 : 조인 더 퍼레이드'(ZICO LIVE : JOIN THE PARADE) 마지막 날 공연을 열었다. 첫 곡은 지난해 '스트릿 맨 파이터'의 미션곡이자 지코가 프로듀싱하고 가창해 인기를 끈 '새삥'(Feat. 호미들)이었다.
'새삥'으로 분위기를 달군 후에는 '괴짜'(Freak)와 '서울 드리프트'(SEOUL DRIFT)와 '보이즈 앤드 걸즈'(Feat. 베이빌론) 무대를 선보였다. 지코도 몰랐던 제니의 깜짝 등장으로 어마어마한 환호가 터져 나온 '스팟!'(SPOT!)까지가 첫 번째 퍼레이드 '네온 정글'이었다. '보이즈 앤 걸즈'를 제외하고는 2022년부터 올해까지 지코의 최근작을 모아둔 구간으로, 지코가 하는 음악의 '지금'을 엿볼 수 있었다.
두 번째 '모노 휴먼'의 첫 세 곡은 모두 사랑 노래였다. "좀 몽글몽글한" 섹션이라고 소개한 지코는 "'걘 아니야'에서 질투하고 '너는 나 나는 너'에선 사랑에 빠지는데 장기 연애를 해서 '웬수'(Feat. 비비)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스토리라인 같은 게 있는데 그렇게 많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라고 덧붙였다.
"미디어 같은 데서는 주로 날 서고 때론 반항적이고 뭔가 재간둥이 개구쟁이 이런 이미지"라고 자진 납세한 지코는 "사실 저는 감성적이고 서정적이고 몽글몽글한 곡들을 굉장히 좋아하고 또 그런 걸 만드는 데 소질이 있다"라고 밝혔다. 그 '강점'이 가장 잘 드러난 구간이 바로 '모노 휴먼'이었다.
스트릿풍 의상을 갈아입고 품이 넉넉한 수트와 무테안경을 착용하고 나온 지코의 무드는 확실히 첫 섹션보다는 나른하고 편안해져 있었다. 이번 콘서트에는 밴드 세션이 생생한 연주를 더해 색다르면서도 풍성한 느낌을 더했다. 차분하면서도 적당히 묵직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 베이스와 흥겨운 관악기의 조화는 '걘 아니야'를 더 극적으로 들리게 했다.
'너는 나 나는 너'에서는 특이한 화면 연출이 관전 포인트였다. 회색빛과 진한 핑크빛으로 나뉜 지코의 모습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데칼코마니처럼 딱 맞는 반쪽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지코가 반쪽 하트를 하면 화면에서는 온전한 하트가 되는 식이었다. '웬수'에서는 구형 캠코더에 착안한 화면 연출로 Y2K 감성을 풍겼다.
'모노 휴먼' 구간에서 공개한 '걘 아니야' '너는 나 나는 너' '웬수'를 두고 "말랑하지만 힙한 베이스가 있다"라고 설명한 지코는, 다른 두 곡은 "대놓고 발라드이거나 알앤비(R&B)인 곡"으로 채웠다. '남겨짐에 대해'(Feat. 다운)와 '사람'은 지코가 피아노를 직접 쳐 눈길을 끌었다. '남겨짐에 대해'는 맑지만 가볍지는 않은 피아노과 잘 어울렸고, 바다 거품이 화면을 덮는 연출이 서정적이었다. '사람'은 지코에게 잘 맞는 음역인 듯 편안하게 들렸다.
대외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지코의 '래퍼' 모습을 만끽할 수 있었던 구간은 '레드 터틀십'이었다. "난 아이돌이었다 래퍼였다/호감이었다 비호감이었다/극과 극 어느 축에도 못 껴/일 년에 한 번꼴로/사망했다 부활해"라는 '극', "백 번의 선행은 모래 위/한 번의 과오는 바위에 다 새길 거야/적 되면 누가 손해게 직접 봐/카메라 렌즈는 불시에 총구로 변해"라는 '안티'(ANTI) 등 자전적인 가사의 힙합곡이 주를 이뤘다.
'극'과 '안티'에서도 그랬지만 '날'(Feat. JTONG)과 '레드 선'(Red Sun)(Feat. 지코, 스윙스) 역시 흉내 내기 어려운 지코의 빠르고 전달력 좋은 래핑이 인상적이었다. 길지 않은 시간에 많은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을 주저 없이 능숙하게 뱉어내는 지코를 향해 객석은 호응의 손짓으로 화답했다.
지코는 "저는 굉장히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고 시도하는 것도 좋아하는데, 저의 다양한 카테고리 안에 자전적이고 때로는 염세적이고 좀 네거티브한 바이브의 노래가 있다. 앨범마다 하나씩 있지 않나"라며 '레드 터틀십' 세트 리스트 속 노래를 '디톡스'(해독)라고 표현했다.
그는 "디톡스하는 느낌이다. 제 안에 쌓여있는 독소를 곡으로 빼내야지 비로소 활기차게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저의 비명소리나 통곡을 가사로 표현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런 곡을 쓰는 이유는 별거 없다. 저의 인생가도에 우여곡절이 있지 않나. 그 힘듦을 계속 잊어버리고 등한시해도 자기 안에 응어리진 게 꾸물꾸물 올라온다"라고 설명했다.
"내가 가진 상황에 대해서 직면하고 내가 그거를 타개하자 좀 그런 거로 이걸 이겨내는 거 같다"라는 지코는 "엄청 롤러코스터만큼이나 되게 이런 굴곡진 가도를 달려오지 않았나"라며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때를 대비해서 우리 후회 없이 살아보자. 너무 현실적인가? 그래야지 덜 아프다"라고 말을 이었다.
지코는 "당장 다음 주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제가 사라질 사람은 아니지 않나. 너무 힘들어하면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끝내도 제가 끝내지, 왜? 제 발로 가야 한다. 그렇게 생각한다. 아무리 많은 일이 있어도 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도 그 사람들의 꿈을 이뤄주면 안 된다. 저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꿈이 더 많은데.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우리 여기까지 온 거 진짜 대단하지 않나. 누가 예상이나 했겠나"라고 밝혔다.
무반주 랩으로 랩을 시작해 환호를 끌어낸 '노 유 캔트'(No You can't)에서는 드럼과 기타 소리가 귀에 꽂혔다. '거북선 리믹스'에서는 정말 거북선처럼 배의 형상을 한 세트가 불을 뿜으며 나타나 시선을 압도했다. 일렉 기타와 드럼 연주가 돋보였던 이 노래에서 지코의 래핑은 거의 묘기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빠르면서도 뛰어난 전달력을 과시했다. 튠을 건 목소리도 색달랐다.
마지막은 '비비드 아티스트' 구간의 키워드는 '신남'이었다. 자이언티가 피처링한 '유레카'로 시작해 지코의 대표곡인 '아티스트'(Artist)와 '오키도키'(Okey Dokey)를 거쳐, 챌린지 열풍의 시초였던 '아무노래'로 이어졌다.
'오키도키' 무대를 하기 전 지코는 "우리 솔직히 많이 찍었잖아~"라며 관객들에게 휴대폰을 내려놓고 두 손 들고 즐겨달라고 부탁했다. 또한 스탠딩 구역뿐 아니라 전 구역 객석에게 일어나라고 유도하기도 했다. 지코의 메가 히트곡인 '아무노래'가 신남의 정점을 찍음으로써 본 공연이 마무리됐다.
마지막 날 공연에는 '스팟!'을 함께한 블랙핑크(BLACKPINK) 제니와, 평소 지코와 절친한 사이인 엑소(EXO)의 도경수(디오)가 게스트로 등장했다. 특히 제니는 지코에게도 게스트로 온다는 사실을 숨겨 말 그대로 '깜짝 출연'해 '스팟!'의 무대를 최초로 공개했다. 도경수는 '말해 예스 오어 노(Yes Or No) 이후 '마스'(Mars) '괜찮아도 괜찮아'(That's Okay) '별 떨어진다'(I Do) '팝콘'(Popcorn)까지 4곡의 무대를 선물했다.
'솔로 10주년'을 맞아 6년 만에 콘서트를 연 지코는 "콘서트는 도파민 총량이 있다면 그 맥시멈(최대치)인 것 같다"라며 "이 세트가 아까워서라도 콘서트 자주 해야 할 거 같다. 저 진짜 이 장면을 절대 잊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짜 문화생활 하시는 분들 완전 리스펙(존경)이고, 그 소구의 대상이 (제가)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영광"이라며 객석에 고마움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