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빠르게 내각 인선을 마무리함에 따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면서 특히 경제·통상에서 향후 한국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맷 게이츠 법무장관 내정자의 낙마로 이탈자가 발생한데다 아직 후보자들에 대한 상원 인준 과정이 남아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후 20여일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빠른 속도로 조각을 마쳤다.
이는 트럼프 1기 때와는 달리 매우 속도감 있게 충성파 위주로 내각을 꾸렸다는 점에서, 취임 직후 '좌고우면'하지 않고 대선 전 약속했던 공약들을 추진력 있게 밀고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먼저 경제 사령탑인 재무장관에 지명된 스콧 베센트(62)와 상무장관 지명자인 하워드 러트닉(63)에게 눈길이 간다.
둘은 재무장관 후보를 놓고 경쟁했지만, 이제는 힘을 합쳐 트럼프 당선인이 지향하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바탕으로 한 제조업 부흥, 보호무역 강화와 같은 공약을 실행에 옮겨야 하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다.
재무부는 미 연방정부 경제 정책의 최고 결정 기관으로, 베센트 재무장관 내정자는 팁 세금 폐지부터 예산 감축, 수입품에 대한 전면적인 관세부과까지 미국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게 된다.
베센트는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적 관세 부과 공약이 무역 전쟁을 야기하고, 궁극적으로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월가 일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경제 공약을 공개적으로 지지해 왔다.
러트닉 상무장관 지명자 역시 트럼프 당선인의 대선 선거운동 기간 관세 확대 공약을 적극 지지하는 연설을 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은 상무장관 지명 성명에서 "러트닉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대한 직접적인 책임을 맡으면서 관세 및 무역 의제를 이끈다"고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USTR은 정부 직제상 대통령 직속 기관인데, 이를 상무부 관할로 두면서 러트닉에게 실질적 지휘 권한을 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떠오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러트닉에 대해 "실제로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한 반면 베센트에 대해서는 "늘 해오던 대로의 선택"(business-as-usual choice)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같은 특정인 공개 지지는 트럼프 정권인수팀 내부의 반발을 샀고, 결국 트럼프 당선인은 러트릭을 먼저 상무부 장관으로 내정하고 추후 베센트를 재무부 장관으로 선택하면서 교통정리를 했다.
다만 머스크의 말처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안정성을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은 베센트를 더 선호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베센트와 러트닉이 주도할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어느 정도 강도와 속도로 전개될 것인지에 쏠린 상황에서 베센트의 최근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베센트는 대선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관세를 점진적으로 쌓아 올리는 방안을 제언할 것"이라며 "트럼프 당선인이 가장 피하길 원하는 것이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최근 기고한 언론 칼럼에서도 트럼프의 '보편적 관세'를 옹호하면서도 "무역 파트너와의 협상 도구"라고 말했다.
경제의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 재무장관 입장에서 그가 관세와 물가 및 주식시장 사이의 '균형 잡기'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선거운동 막판 트럼프 당선인도 "관세는 사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강조했지만 구체적인 관세율을 거론하기보다는 상호주의적 '관세 맞불'을 놓겠다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이에따라 재무장관에 버센트를 발탁한 것은 관세 대폭 확대를 지지하는 트럼프 추종 세력과 안정성을 추구하는 '자본' 사이에서 절충점을 찾은 것이라고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베센트 재무장관 내정자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왜곡된 인센티브를 개혁해야한다"고 밝힌 바 있어 보조금 수혜를 받기 위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이에 대한 발빠른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
베센트는 "정부가 아닌 민간이 자본을 배분하는 것이 성장에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가 비생산적인 투자를 장려하는 부분은 고쳐져야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도 대선 전 각종 유세에서 바이든 정부의 IRA를 자주 비판했으며, '전기차 의무화'(EV mandate) 정책을 끝내겠다고 공약했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14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 정권인수팀이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IRA에 근거해 미국 내에서 만든 전기차에 대당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