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 순방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국정기조인 '양극화 타개'를 위한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순방 후 첫 일정에서 양극화 해소 및 경제 활력을 통한 '새로운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다고 선언했고, 오찬에선 국민통합위원회를 만나 양극화와 관련한 의견을 청취했다. 대통령실은 정책 추진에 있어 필요하다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도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확장 재정 연장선상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일부 여지를 남기고, 정부는 명확히 부인하며 메시지 혼선이 빚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통령실은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일반론적 언급일 뿐, 추경에 대해선 검토나 결정한 바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尹 "새로운 중산층 시대 열 것"…임기 후반기 '양극화 타개' 본격 행보
윤 대통령은 순방 후 첫 일정으로 22일 '제56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임기 후반기에는 양극화 타개로 국민 모두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각자 국가 발전에 열심히 동참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민생과 경제의 활력을 반드시 되살려 새로운 중산층의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임기 전반기에는 민간 주도, 시장 중심 기조로 경제 활력에 방점을 찍었다면, 후반기에는 '양극화 타개'를 중심으로 한 국정기조로 가겠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양극화 해소를 통한 '새로운 중산층의 시대'는 중심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양극화가 해소되면 계층 구조가 중산층이 두터운 '마름모형' 사회가 될 것"이라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4대 구조개혁에도 박차를 가하겠다며 의료개혁은 연말까지 핵심 과제를 마무리하고 최종 목표인 지역 완결적 의료 체계 구축을 임기 내에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교육·노동·연금개혁 완수 의지도 강조했다.
임기 후반기를 시작하며 지지율이 일부 회복세를 보이는 등 동력 확보에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18~20일 전국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국지표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27%로 2주 전보다 8%p(포인트) 올랐다. 특히 대구·경북(TK)에서 14%p 상승하는 등 보수층 결집이 이뤄지는 상황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양극화 타개를 위해 각계각층의 의견을 듣는 일정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날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을 포함한 위원들과 오찬을 갖고 "양극화 타개에 힘을 기울여 국민 전체가 성장 엔진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민통합도 양극화가 타개돼야 이뤄질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추경 가능성'에 여권 메시지 '혼선'도…"검토 없다" 명확히 선 그은 용산
대통령실은 양극화 타개를 위해 필요하다면 재정이 적극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연장선상에서 추경 편성 가능성이 제기됐다. 대통령실은 '정부가 내년 초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추경을 포함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하지 않으나, 내년 초 추경으로 시기가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시기는 내년 초는 아니지만 추경 가능성을 시사한 입장으로 해석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일각에선 정부의 '건전 재정' 기조가 변화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이에 기획재정부는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현재 2025년 예산안은 국회 심사 중이며 내년 추경 예산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 역시 "내년 초 추경 편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브리핑에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재정적인 조치가 같이 검토돼야 한다는 입장이 추경 편성으로 와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정부 및 여당 간 '온도차'가 그대로 노출되면서 '엇박자' 지적이 일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대통령실에서는 재정을 좀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 강조되고,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긴축 입장을 유지하다 보니 메시지 혼선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유기적인 정책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전반적으로는 건전 재정으로 확보한 여력이 있으니 재정의 역할을 높일 필요는 있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추후 명확히 선을 그으며 혼란을 수습하기도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추경에 대해서는 논의한 바도, 검토한 바도, 결정한 바도 없다"며 "내년도 예산안이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상황이다. 필요한 경우에 재정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차원의 일반론적 언급이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역시 "연초에는 있는 예산을 우선 집행하기에 추경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코로나나 외환위기가 아닌 이상은 어렵다"며 "정부 간 엇박자는 아니고, 적극 재정을 강조하다 보니 다소 혼선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확장 재정에 앞서 구체적인 정책과 제도부터 제시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디테일한 정책이 나올 때까지 '재정을 얼마 쓰냐'에만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추경 추측도 이러한 맥락"이라며 "양극화 해소와 중산층의 시대를 여는 것도 오랜 기간이 걸리는 만큼 중장기적인 마스터 플랜도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