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맞댄 서울·부산…오세훈·박형준 "수도권 집중 해소해야"

CBS·복지부 공동 주최 '2024 대한민국 인구포럼'
두 시장, 3부의 '지역소멸 시대, 미래를 위한 결단' 발제 나서

김진오 CBS 사장,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 부위원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CBS와 보건복지부 공동주최로 열린 2024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현재 중앙에 집중된 행정 권한을 지역에 대폭 이양하고, 재정 분권을 강화해 '지역 중심의 국가 발전 전략'을 과감히 추진할 필요가 있다."(오세훈 서울시장)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하기 위해서는 복수의 거점도시 중심의 혁신역량 분산을 통한 균형발전 전략이 필요하다."(박형준 부산시장)

오세훈 서울특별시장과 박형준 부산광역시장이 22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CBS와 보건복지부가 공동 주최한 '2024 대한민국 인구포럼'에서 인구위기를 놓고 머리를 맞댔다.

두 시장은 인구포럼 3부의 '지역소멸 시대, 미래를 위한 결단'을 주제로 직접 발제에 나섰다.

오세훈 시장 "은퇴 후 지역으로 '골드시티'…지역과 '윈윈' 정책"


먼저 단상에 오른 오 시장은 '지역소멸 시대, 중앙-지방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발제했다. 오 시장은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일본과 함께 빨리 지역이 소멸하고 도시로만 몰려들어서 (지역 소멸)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것이 문제"라며 "더 큰 문제는 이에 대한 준비로서 정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서울시 키즈카페나 1인 자영업자 또는 프리랜서의 출산 휴가 지원 등 서울시에서 처음 시작한 정책들이 있다"며 "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한 번 들어가면 20년을 보장하는 '장기전세주택'에도 서울에서 약 3만 5천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지역과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소개했다. 그는 "은퇴 후 살기 좋은 지역을 발굴하는 '골드시티'라는 정책도 있다"며 "예를 들면 삼척시를 발굴했는데, 겨울에 따듯하고 바닷가가 있어서 가족들이 서울에서 1~2시간 걸려 오면 주말에 여가를 즐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서울의 집을 팔거나 임대를 놓고 (지역으로) 옮기면 주거비가 몇 분의 1로 줄어든다"며 "차익을 가지고 여생을 즐길 수 있고, 서울의 빈집은 젊은 층에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에 서울에는 주거를 공급하는 효과가 생겨 지방과 '윈윈', 상생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행정 권한을 중앙에서 지역으로 이양하자는 과감한 아이디어도 제안했다.

오 시장은 "중앙 정부에서 지역에 어떤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예 행정 권한을 지방으로 이양하자"며 "(지역이) 독자적으로 재정권을 행사하고 독자적으로 발전 전략을 짤 수 있도록 해서 각자의 정책 상품으로 승부하도록 하는 분위기를 만들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예산 배분이나 활용을 '1인당 25만 원씩 나눠주자'는 식의 인기 영합적인 정책들을 쓸 수 있겠느냐"며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하기 위해서 건전한 의미에서의 바람직한 경쟁 상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준 시장 "서울이 청년 빨아들여…개헌 수준 분권 필요"


오세훈 서울시장(왼쪽)·박형준 부산시장. 서울시 제공

박 시장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혁신 균형발전 전략' 발표를 맡았다. 박 시장은 "한계에 부딪힌 성장 잠재력, 초저출생, 각종 격차 확대라는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며 "세 가지 문제의 뿌리에는 '수도권 일극 체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도권이) 지방에서 모든 청년들을 빨아들였다. 과연 그 청년들이 서울에 와서 행복해졌나"라며 "청년 삶의 질 만족도는 수도권이 최하위다. 부산에 사는 청년들은 삶의 질 만족도가 오히려 높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이같은 '수도권 쏠림' 문제를 해결하려면 개헌 수준의 분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큰 문제를 다루려면 권력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된다"며 "개헌을 할 수 없으면 큰 제도 개혁이라도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역 자치단체에 확실한 규제 권한을 줘서 지역의 특성에 맞는 규제 혁신을 해 기업을 끌어들이고 자본을 끌어들이고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각종 공모 사업으로 지역을 통제하는 정책보다 포괄적인 예산을 지역이 쓸 수 있도록 하고, 지역의 대학과 기업과 산업과 시민사회가, 또 지방 정부가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야 '혁신 강소국'으로 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당부했다.

"청년들 수도권 집중 현상 해결해야" 한목소리…'지역 발전' 강조


발제에 이어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가 진행한 토론회에서도, 두 사람은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 현상을 해결할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지방 도시의 힘을 키우기 위한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박 시장은 "연방제에 준하는 정도의 (지방) 분권이 필요하다"며 "부산을 두바이, 싱가포르, 홍콩과 같은 국제적인 항만도시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말했다.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은 부산을 글로벌 경제거점 도시로 만들기 위해 특구로 지정하고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을 하는 내용이 골자다.

오 시장 역시 "지역 도시 4~5개가 서로 경쟁하는 체제를 갖춰서 발전해야 한다"며 화답했다.

이어 "지역의 자체 발전의 중심에는 대학의 경쟁력이 있다"며 "인재 양성과 더불어서 경쟁력을 만들어낼 수 있는 첨단 과학기술의 엔진과 같은 역할을 하는 대학이 (지역에) 꼭 몇 개씩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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