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락거지 된 기분"…비트코인 투자 고민한다면?

미국 대선 이후 40% 이상 급등
시장 '극단적 탐욕' 상태…포모 '주의'
美 금리인하, 트럼프 취임 등에 조정 가능성도

최근 1개월 비트코인 1개 가격 추이. 코인마켓캡 제공

미국 대선 이후 비트코인이 40% 이상 급등하면서 트럼프 트레이드의 최대 수혜 자산으로 떠올랐다. 코스피가 2400선까지 밀린 사이 가상자산시장의 수익률이 크게 오르며 포모(FOMO·뒤처지는 공포)성 투자도 밀려드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급등세만큼 조정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24일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 1개 가격은 미국 대선 직전인 11월 첫째 주 6만8천달러 안팎에서 거래되다 약 2주 만에 10만달러 선까지 40% 이상 상승했다.

지난 22일 기준 공포·탐욕지수(94점)와 전날·1주일 전·1개월 전 지수 비교. 얼터너티브(Alternative) 제공
   
글로벌 가상자산 데이터조사업체 얼터너티브(Alternative)에서 집계하는 공포·탐욕지수는 22일 기준 94점을 기록해 '극단적 탐욕'(Extreme Greed) 구간의 끝에 다다랐다. 공포·탐욕 지수는 0점일 때 극단적 공포를,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
   
얼터너티브에서 공포·탐욕지수가 94점을 넘은 건 2021년 1월 6일과 같은 해 2월 16일(95점)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11월까지만 해도 1만달러 대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한 달 새 3만달러 수준까지 오르고 2021년 2월엔 6만달러를 향해 가던 시기다.

2018년 이후 공포·탐욕지수 추이. 얼터너티브(Alternative) 제공
   
아직 진입 기회가 남았는지 살피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이 향후 상승세를 거듭하더라도 단기 조정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계속된 '트럼프 트레이드'가 내년 1월 취임을 전후로 소강기에 들어가면서 자산가격 변동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공약 기대감만으로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가 지속되기엔 한계가 있어 숨고르기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함께 각종 공약이 구체화되면서 트럼프 트레이드가 다시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트레이드 공백기간 중 여전히 주목받을 자산은 비트코인이 될 것"이라며 "주식·채권시장에서 강한 상승 모멘텀이나 변동성 장세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유동성이 가상화폐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크고 미국 연준 등 주요국의 금리인하 사이클이 지속될 수 있는 점도 유리한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 연일 최고가 경신 행진. 연합뉴스

다만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과 유동성의 힘만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강한 상승 랠리를 보이는 점에서 조정 가능성 역시 크다는 우려도 내놨다. 박 연구원은 "트럼프 트레이드가 아직까지 트럼프 공약의 긍정적 측면만을 바라보고 있지만 기대와 달리 물가 리스크 등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면 비트코인 가격도 조정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대선 테마주로 급등했던 종목들이 실제 대통령 취임 이후엔 주도주에서 탈락한 사례를 제시했다. 2016년 대선 직후 1차 트럼프 트레이드 시기엔 에너지·소재·산업재·금융주 등 민감 가치주가 강세였는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한 후엔 실적을 앞세운 FANG(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구글)과 IT 섹터로 빠르게 주도주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재생에너지가 강세를 보였지만 정작 취임 이후엔 폭락을 거듭했고 오히려 공화당 수혜주로 분류되는 금융과 에너지가 상승을 시작한 사례도 언급했다.
   
김 연구원은 "대선 테마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강하게 오를 수 있는 유효기간은 트럼프가 백악관에 입성하는 1월 중순까지"라며 "연초로 진입하면서 주도주가 실적을 중심으로 재편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주식시장의 과거 경험이지만 가상자산시장에서도 고려해 볼만한 대목이다.
   
또 다른 증권사의 한 디지털자산 담당 연구원은 상징적인 기준인 '10만달러' 돌파 이후 과거부터 비트코인을 보유해온 큰손들의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 요소로 꼽았다.
   
해당 연구원은 "가상자산이 내년 대세상승을 이어가더라도 12월 미국 금리인하 여부나 트럼프 전 대통령의 취임, 가상자산 공약 이행 정도 등에 따라 수차례 조정을 겪을 수 있다"며 "분할매수·매도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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