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현지시각) 실시된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제47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올해 대선과 동시에 치러진 연방 상원과 하원 의원 선거에서 모두 공화당이 다수당으로 확정되어 트럼프가 이끄는 공화당이 행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하는 레드 스위프(red sweep‧공화당 상징색인 붉은색에 빗댄 표현)가 현실화 됐다.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이 됨에 따라 국익을 최우선시 하는 고립주의 정책이 잇따라 전개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 즉시 시행할 기후‧에너지 관련 행정명령과 대통령 포고문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파리협정) 탈퇴가 가시화 되고 있다. 파리협정은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대비 2도 이내로 제한하고 이를 위해 각국이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해서 준비하는 내용으로 2015년 12월 미국 주도로 결성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2017년 6월 파리협정 때문에 미국인의 일자리가 줄어들고 공장들이 문을 닫고 있다는 논리를 강조해 탈퇴를 전격 선언했다.
트럼프는 후보 시절 공약으로 보편 관세 도입, 상호무역법 제정, 대중국 관세 인상을 통해 무역장벽 강화, 석유‧가스 등 전통에너지 개발 확대 등을 예고했다. 특히 산업 정책에서 '인플레이션감축법' 폐기 위험을 비롯한 정책 방향 전환이 예상되고 있다. 트럼프는 친환경 관련 규제(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채굴, 내연기관차 규제)폐지 등을 공약 했으며 인플레이션감축법 내 재생에너지 관련 보조금 폐지는 공화당 내 반대 세력을 설득해 관철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내년에 출범할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 정책을 면밀히 분석해 우리 정부 정책과 상호 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시급히 조정이 이뤄져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정책 방향은 확고하다. 저렴한 에너지 공급과 에너지 독립을 목표로 원자력 발전 및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원자력 발전에 대한 인프라 확보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미국 내 가정과 산업에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에너지를 제공하고, 이를 위해 원자력을 포함한 모든 에너지원의 활용을 확대할 것을 공약했다. 특히 원전산업 확대를 표명하면서 원자력규제위원회(NRC) 현대화와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에 대한 투자 등도 공약했다.
미국은 세계 원자력 시장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 FIRST(Found Infrastructuree for Responsible use of SMR Technology)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을 즉각 폐기하고 화석연료 사용 및 채굴 확대를 공언하고 있다. 정부 주도로 진행되던 친환경 전환 중심의 건설 투자가 민간 주도의 화석연료 채굴 확대로 전환되면서 시장은 이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7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정부 5대 에너지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첫째, 실현 가능하고 합리적인 에너지 믹스의 재정립으로 이 중 석탄발전은 전력 수급 상황 및 계통을 신중히 고려하여 합리적 감축을 유도하고, 특히 노후 석탄발전에 대해서는 LNG 발전으로 대체하며, 안정적인 전력 수급과 전력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석탄발전을 탄력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그리고 무탄소 전원을 위해 수소, 암모니아 등도 기술 여건을 감안해 활용키로 했다. 둘째, 튼튼한 자원‧에너지 안보 확립 셋째, 시장원리에 기반한 에너지 수요 효율화 및 시장구조 확립. 넷째, 에너지 신사업의 수출 산업화 및 성장 동력화로 원전산업 생태계를 복원하여 수출 산업화하고, 규제혁신을 통해 수소,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 신사업을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에너지 복지 및 에너지정책의 수용성 강화로 에너지 취약계층 보호를 강화하고, 주민‧지역 기반의 에너지 정책을 확대하여 에너지정책 전반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제고키로 했다.
정부의 에너지 및 전력산업 정책은 크게 보면 탄소중립과 에너지안보 조화에 있다. 11차 전기본에서도 제시 되었듯 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 석탄발전 지속적 감축, 무탄소 발전이 반영된 수소, 암모니아 발전 및 양수발전이다. 정부의 에너지정책 이행 사례로 국내 대표 발전공기업인 한국남동발전의 경우 무탄소 전환을 위해 발전사 최초로 중장기 무탄소에너지 로드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남동발전은 석탄발전에서 무탄소 발전으로 업의 대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발전사는 나름대로 준비된 로드맵에 따라 착실히 에너지 전환을 실천하고 있다.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환경‧에너지 정책 방향을 잘 살펴보고 우리의 에너지 분야와 산업 생태계, 미국의 석유‧가스 등 전통에너지 생산 확대가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우리 에너지 안보에 어떤 영향을 가져다 줄 것인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트럼프 시대에서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을 전(戰)후 재건 관련 산업에 집중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이내 종식 시키겠다고 했다. 중동 분쟁도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전쟁 후 재건산업과 관련하여 건설, 전력, 통신, 에너지 인프라 산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다. 특히 전력산업에 많은 경험을 가진 한국남동발전 같은 발전사와 민간이 협력해 전력 및 에너지 인프라 재건산업에 뛰어들 수 있도록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에너지정책이 우리 전력산업 성장에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부 필진 기고는 CBS노컷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