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원식 국회의장은 22일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 관련 국정조사 절차에 착수하겠다며, 여야에 오는 27일까지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위원을 선임해 달라고 요청했다. 우 의장 측은 오는 12월 10일 정기국회가 종료되기 전에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를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우 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세 차례 특검법안을 의결했지만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실현되지 않아, 국정조사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국회의장의 판단"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납득할 수 없는 일로 군 복무 중이던 청년이 목숨을 잃었고, 그 일로 여러 국가기관이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진상을 규명해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라는 것이 국민들의 요구로, 국회가 응답해야 한다. 국민들의 뜻을 받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 의장은 국정조사가 통상 여야 합의로 실시돼 왔다는 점을 거론하며 "국회의 조사권은 헌법을 통해 국민들께 위임받은 권한으로, 헌법적 가치와 국민 뜻에 따라 엄격하게 행사돼야 한다. 여야의 합의는 이 국민 동의를 확인하는 부분으로,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점은 사실이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여야 합의의 목적, 국정조사의 선결조건인 국민 요구와 동의는 이미 충분히 확인됐다"며 "한시라도 빨리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히고, 제도 개선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여당도 그 일에 함께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특히 우 의장은 여당의 동참에 대해 "1년 4개월 동안 특검을 3차례 (본회의에서) 처리했고 (거부권 행사로) 이뤄지지 않았는데 국민 여론이 식지 않았다"며 "(진상을) 꼭 밝혀서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 달라는 것이 국회의 요구이다. 이 과정을 통해 여당에서도 국정조사에 참여하길 권하고, 참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의장실의 국정조사 의견 표명 요청 공문에 더불어민주당은 찬성한다는 답변을 보냈지만, 국민의힘은 관련 수사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이유로 반대한다는 입장을 낸 바 있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 6월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했고, 22대 국회 초기 채 상병 특검법을 최우선적으로 추진하다 좌절되자 현재는 김건희 특검법으로 우선순위를 바꾼 상태다. 당 내에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의 '구명 로비' 논란 등 채 상병 사건이 김건희 특검의 수사 대상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인식이 크다.
의장실 박태서 공보수석비서관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장께서는 상시적으로 여야 원내대표들과 소통 채널을 가지고 있다"며 "위원 추천 이후의 절차에서도 계속해서 국조에 대한 합의를 독려하고 설득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채 상병 사건 국정조사 요구서가 6월에 제출됐다는 점을 거론하며 "단독 국정조사는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국정조사 이후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의장도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지만, 충분한 여론 숙성과 명분 확보가 필요하기에 나름의 기간 축적을 진행해 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12월 10일까지 국정조사 요구서를 처리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국정조사는 특위 위원이 구성되고 본회의에서 국정조사 요구서가 처리돼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여당이 참여하지 않을 경우 야당 단독의 국정조사로 개문발차(開門發車)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여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정부가 출석을 거부할 수 있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대해선 "미리 상황을 설정해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그런 (상황) 등을 포함해 여당도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여당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뒤늦게 합류했던 것으로 알고 있고, 의장도 늦게라도 여당이 합류하기를 기대하면서 말씀하실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우 의장의 요청에 대해 "민주당은 그렇게 하겠다는 찬성 입장"이라며 "국민의힘이 빠르게 결단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