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의 투자 규모가 1조달러에 육박하며 사상 처음으로 외국인의 한국 투자를 넘어섰습니다. 미국 투자 쏠림은 우리나라만이 아닌데요.
유안타증권 김후정 연구원의 집계를 보면, 글로벌 펀드에서 미국 비중은 최근 29.6%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2013년 이후 18~19%였던 미국 비중이 10%p나 늘었습니다.
반대로 우리나라가 포함된 신흥국 비중은 2010년 4.9%에서 최근 3%로 떨어졌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2.3%까지 내려갔던 2009년에 근접했습니다.
AI(인공지능)를 기반으로 빅테크 7개(M7)가 이끄는 미국의 랠리는 S&P500 기준으로 올해만 28.5% 상승했습니다. 2022년(-19.4%)을 제외하면 2019년부터 매년 20% 넘게 올랐는데요. 지수 투자만으로 워런 버핏의 연평균 수익률 20%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간이었죠.
상승세는 계속될 수 있을까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는 내년 말 S&P500이 현재에서 약 10% 상승한 6500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미국 우선주의가 미국의 '나홀로 경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낙관론의 주요 근거입니다.
이런 '미국 독주'는 역사상 처음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1995년부터 1999년까지 5년 동안 S&P500은 연평균 20% 이상 상승했습니다.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와 아시아의 외환위기, 유럽의 EU(유럽연합) 결성 진통 등 속에서 미국 'IT 기술주'가 홀로 돋보였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에 끝이 있죠. 이번 미국 주식시장의 상승세도 영원하지 않을 것이란 진단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DB금융투자 강현기 연구원에 따르면, S&P500의 PER(주가수익비율)은 현재 21배로 최근 40년 중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상황입니다. 가장 높았던 때는 2000년대 초반 IT 버블 붕괴 직전 25배이고, 두 번째는 코로나19 직후 무제한 양적완화가 펼쳐질 때 22배입니다.
강 연구원은 한 나라의 경제에 풀린 돈의 양 대비 주식시장의 위치를 보여주는 '통화량(M2) 대비 시가총액 비율'로 볼 때, 현재 수준은 IT 버블 붕괴 직전에 이어 두 번째 높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는 "펀더멘탈 대비 주가가 높다는 것은 주가에 긍정적인 미래 가정들이 무수히 들어 있다는 말과 같다"면서 "긴 호흡에서 미국 주식시장의 고평가에 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금융시장에서 불패 신화의 끝이 좋았던 경우는 지금껏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에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가 현금 비중을 꾸준히 늘리며 3분기 기준 3252억달러를 보유한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을 사고 있습니다. 전체 자산 중 현금 비중은 28.3%로 역대 최고 수준인데요. 자사주조차 매입하지 않고 현금이나 단기 채권 등으로 유동성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또 트럼프 당선인 정책도 미국 증시 상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로 꼽힙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기업 감세와 관세 인상을 추진하며 저물가와 저금리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구체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은 대규모 불법 이민자 추방을 예고했습니다. 불법 이민자를 포함한 이민자 확대는 코로나19로 발생한 미국 고용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추방하면 임금상승 등 고용시장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기준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한 요인이 될 수 있죠. 금리인하를 원하는 트럼프 당선인과 연방준비제도 간의 힘겨루기로 이어진다면, 통화정책에 대한 불안감이 국채 금리 상승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국채 금리가 오르면 투자금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게 됩니다.
만약 미국 주식시장이 조정장에 진입하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KB증권 이은택 연구원은 "1920년대 호황은 대공황, 1960년대 번영은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경기침체), 1990년대는 버블 붕괴로 막을 내렸다"면서 "끝이 있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 독주가 끝나고 10~20년간 미국으로만 쏠렸던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자금이 흘러간 곳은 '5~10배 급등'하는 초대박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이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금의 위험선호도 지표인 '달러'가 신호를 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달러 약세 시기에 미국에서 투자금이 빠져나온다는 것입니다.
이 연구원은 "시기는 빠르면 2~5년 뒤, 자산은 신흥 제조국과 귀금속 등을 주목한다"면서 "물론 한국도 후보"라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