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부산, 伊 '볼로냐'를 꿈꾼다…어린이·청소년 다 모여라[책볼래]

부산국제아동도서전 28일 벡스코 개막
아시아 최대 규모 국제아동도서전 첫발
지스타·BIFF와 함께 3대 K-콘텐츠 행사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아동도서전은 이탈리아 제2의 도시 볼로냐에서 열린다. 세계 최초의 대학인 볼로냐대학이 있으며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역사 유적지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1964년 봄 시작돼 올해로 61회째를 맞은 이 아동도서전이 유명한 것은 세계적인 권위의 아동문학상인 안데르센상과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 수상자를 볼로냐도서전 기간 현장에서 발표하기 때문이다. 올해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La fiera del libro per ragazzi)에는 유럽 대륙의 학문과 사상의 중심지 답게 94개국 1523개 출판사 및 단체, 5천여 명이 참가했다. 한국도 매년 한국관을 설치해 참가하는데, 인구 38만 명에 불과한 도시에서 어떻게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아동도서전이 열릴 수 있는 것일까.

볼로냐는 이탈리아 북중부에 위치한 에밀리아로마냐의 주도다. 면적은 140.86㎢로 전체 인구는 101만 명이다. 주도인 볼로냐는 이중 3702㎢ 면적에 38만 명의 인구가 거주하고 있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로 꼽히는 부산광역시를 보자. 면적은 771.31k㎡로 에밀리아로마냐주나 볼로냐보다 최대 5.5배 크고 인구는 327만 명으로 에밀리아로마냐의 3배, 볼로냐의 9배에 달한다. 그나마 해운대구의 37만 명이 볼로냐와 견줄만하다.

볼로냐는 넓은 평야를 바탕으로 농업과 전자, 기계, 섬유 식품, 의료기기, 세라믹 산업 등이 발달한 상공업의 도시다. 스포츠카의 대명사 듀카티 본사가 있고, 페라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등이 이탈리아로마냐주의 주요 도시에 포진해 있다.

지리적으로 우측 아드리해를 끼고 동유럽을 마주 보고, 북쪽으로는 유럽 대륙을, 서지중해로 나가는 육상과 해상의 중심 길목을 차지하고 있다. 그 때문인지 로마는 물론 수 많은 유럽 족속의 지배를 받았고 세계대전의 포화를 견뎌내야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토마토소스 스파게티가 바로 볼로냐식 스파게티다. 기름지고 맛있는 음식의 고장이라 하여 '뚱보 도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물산이 풍부한 지역이다.


볼로냐관광청·부산관광공사

볼로냐국제아동도서전 역시 이러한 지리적 특성 때문에 매년 유럽과 전 세계의 아동출판 관련 업계와 작가, 평론가들이 빠지지 않고 가는 행사다. 그런데 이 곳에는 전 세계의 아동출판 서적과 콘텐츠가 빠짐 없이 모이지만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세계적인 아동도서전이지만 주인공인 아이들을 볼 수 없다. 아동출판 저작권 거래가 중심인 탓이다.

국내 최초로 국제아동도서전인 제1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오는 28일부터 나흘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볼로냐도서전을 모델로 열리는 첫 도서전이지만 볼로냐에서는 볼 수 없는 아이들이 전시장을 가득 채울 예정이다.

부산도서전 주제 전시 '한다-어린이'를 총괄한 서울예대 김지은 교수(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는 19일 열린 대한출판문화협회 부산국제아동도서전 기자간담회에서 "볼로냐도서전은 출판사와 작가, 크리에이터가 중심이 되는 저작권 거래에 초점을 맞춘 행사여서 아이들이 참관하지 않는다"며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출판계는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이 참여하고 중심이 되는 행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거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전시 기간 저작권거래 센터를 운영해 최근 높아진 K-콘텐츠와 K-북에 대한 활발한 거래가 이루어질 전망이다.

행사를 주관하는 출판협회 관계자는 "다양한 K-콘텐츠가 세계적으로 큰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나 한국 작가들의 국제상 수상, 안데르센상과 린드그렌상 등 세계적인 아동출판상을 연이어 수상하며 그 위상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한국의 아동청소년 출판 콘텐츠는 세계 상위 5%에 드는 수준 높은 작품들로 해외 출판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출판 시장의 어려움을 해외 시장 개척을 통해 타개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K-콘텐츠 수요가 늘고 있어 부산국제아동도서전 역시 저작권 거래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도서전의 주제는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상상의 나라 '라퓨타'다. 어린이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희망으로 어린이만의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첫 도서전에 16개국 193개(국내 136개, 해외 57개) 출판사가 참가한다. 나흘간 도서 전시, 강연 및 세미나, 현장 이벤트, 워크숍 등 150여 개의 참여형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세계적 아동문학상인 린드그렌상, 안데르센상 등을 수상한 백희나, 이수지 작가 등 국내외 최고의 아동문학 작가와 연사 120여 명이 총출동한다. 보고 느끼고 상상하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관람객들 기다리고 있다.

2024 서울국제도서전. 연합뉴스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아동출판계의 숙원 사업이다. 부산에서의 첫 출발 역시 세계적인 도서전으로 발돋움하려는 의지의 산물인 셈이다. 국내 최대 규모로 해외 업계와 팬들까지 대거 찾는 국제 게임 전시회인 '지스타', 개최 30년을 내다보며 아시아 최대 규모이자 세계의 필름 메이커들이 주목하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등 콘텐츠 도시에 부산에 선보이는 국제아동도서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그림책의 경우 성인과 시니어 세대에게도 큰 인기를 얻으며 남녀노소 힐링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그런데,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올해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 지원되는 올해 예산은 총 10억원이다. 참신한 K-콘텐츠 발굴과 해외 수출 기회가 보장되는 행사인데다 아동출판계의 숙원 사업인 만큼 2년 전부터 준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광역시, 국회가 출판협회와 한 뜻이 되어 예산을 마련했다. 하지만 내년도 예산은 2억원 줄어든 8억원이 될 전망이다. 부산광역시에서 매칭 지원한 4억원에 맞춰 문체부가 똑같이 4억원에 맞춰 지원하겠다는 원칙을 잠정적으로 세웠다고 한다. 항간에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문체부와 출판협회 간의 불화가 여전하기 때문이라는데, 사실이라면 정부가 옹졸하기 그지없다.

백범 김구 선생은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라고 했다. 그 이유가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문체부의 역할이 아닌지 살펴보았으면 한다. 그 사이 우리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아동도서전에서 행복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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