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테니스의 자랑" 정든 코트 떠나는 '흙신'…굿바이 나달

라파엘 나달. 연합뉴스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38·스페인)이 정든 라켓을 내려놓았다. 나달은 20일(한국시간)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2024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대회 준준결승에서 네덜란드의 보틱 판더잔출프에게 0-2(4-6 4-6)으로 졌다.

그는 국가 대항전 대회를 자신의 현역 마지막 무대로 삼았다. 스페인이 네덜란드에 패하면서 나달에게 더 이상 경기에 나설 기회가 주어지지 않게 됐다. 해당 경기는 나달의 마지막 공식전이 됐다.

살아있는 전설 나달의 마지막 순간은 특별했다. 오랫동안 남자 테니스 최정상의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로저 페더러, 노박 조코비치 등 테니스 스타들 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축구 스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등의 헌사 영상이 경기장에서 상영됐다.

나달의 대표적인 라이벌은 페더러다. 한때 두 선수가 남자 테니스를 양분했던 시절이 있었다. 페더러는 최근 자신의 SNS를 통해 나달의 은퇴를 지켜보는 심정을 전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내가 당신을 이긴 것보다 당신이 나를 이긴 적이 더 많았다. 클레이 코트에서는 특히 너무나 강한 상대였고 나는 더 노력해야 했다. 라켓 끝에라도 공이 맞기를 바라는 마음에 라켓 헤드 크기를 더 크게 했을 정도"라며 "당신이 있어 테니스를 더 즐길 수 있었다. 당신은 스페인을, 그리고 테니스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는 감동의 글을 남겼다.

나달은 2005년 프랑스 오픈에서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정상에 올랐다. 이때부터 2022년 프랑스 오픈까지 메이저 단식에서 무려 22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조코비치의 24회에 이어 역대 메이저 남자 단식 부문 최다 우승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국내 팬들은 나달을 '흙신'으로 불린다. 클레이 코트의 황제 나달은 프랑스 오픈에서만 무려 14번이나 우승했다. 포기하지 않는 근성으로 엄청난 랠리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는 나달의 경기 방식은 오랫동안 수많은 테니스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나달은 "사람들은 나의 우승 타이틀과 기록을 더 알아주겠지만 나는 스페인 마요르카의 작은 마을에서 온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소감을 남기고 정든 라켓을 내려놓았다. 나달은 눈물을 흘렸고 팬들은 그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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