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처럼 번지는 시국선언…연세대 교수들 "당신은 대통령이 아니다"

"국민은 이미 등 돌린지 오래"
"탄핵 정치 원하지 않아…스스로 하야해라"
의료대란·이태원 참사·채상병 등 비판
전국 대학가로 들불처럼 번지는 시국선언

연세대 본관. 연합뉴스

연세대학교 교수 177명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국 대학 곳곳에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는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연세대 교수들은 21일 시국선언문을 내고 "윤 대통령이 보여준 분열과 대립의 정치, 무능과 무책임의 국정 운영에 많은 국민은 이미 등을 돌린 지 오래"라며 "탄핵의 바람이 거세게 휘몰아치기 전에 우리는 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는 결단을 내리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30년 경력의 검사 출신 대통령은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내걸고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며 "하지만 경제적 양극화와 민주적 제도들의 훼손으로 실질적 자유의 기반은 악화됐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 평등, 평화를 열망하는 주권자 국민의 정당한 요구는 묵살당하기 일쑤"라며 "가장 기본적인 언론과 표현의 자유조차 위협받고 있다"고 규탄했다. 앞서 대통령 경호처는 '윤석열 대통령의 골프 라운딩 논란'을 취재하는 CBS노컷뉴스 기자의 휴대전화를 강제로 빼앗아 대통령 심기 경호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관련기사: 기자 폰 빼앗은 대통령 '심기' 경호처…법조계도 "무리한 대응")

연세대 교수들은 "우리가 이제껏 윤 대통령에게서 본 것은 다른 의견을 무시하고 반대 의견을 배척하는 것"이라며 "비판이 듣기 싫다고 국민의 입을 틀어막고 언론을 겁박하며 국회 연설조차 거부하는 대통령에게 우리가 무슨 기대를 걸 수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시국선언문에는 의정 갈등, 이태원 참사, 채상병 사건, 노동계와 언론계 탄압, 역사 왜곡, 대미·대일 굴종 외교, 호전적 대북정책, 부자 감세, 연구개발(R&D) 예산과 각종 연구비 삭감 등을 규탄하는 내용도 담겼다. 교수들은 "윤석열 정권이 임기 절반의 기간 동안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무능력하고 무책임하고 무도한 권력의 민낯"이라고 꼬집었다.

정권 운영에 대한 안일한 현실 인식도 지적했다. 교수들은 "대부분 시민이 경제 위기와 경기 침체에 하루하루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음에도 정부는 국정 성과에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며 "정치적·정책적 실패와 무도함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도, 사과도 할 줄 모르는 대통령에게 우리가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이 스스로 하야할 것을 요구했다.

교수들은 "우리는 거리의 정치와 탄핵의 반복을 원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은 그동안 저지른 불의와 실정에 대해 사죄하고 하루빨리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다.

교수들의 시국선언은 그야말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날만 해도 동국대학교와 연세대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이뤄졌다.

지난달 28일 가천대학교 교수 노조의 시국선언을 시작으로 한국외국어대학교, 고려대학교, 한양대학교, 숙명여자대학교, 전남대학교, 충남대학교, 가톨릭대학교, 아주대학교, 남서울대학교, 민주평등사회를 위한 전국 교수연구자협의회(민교협), 경희대학교, 국민대학교, 중앙대학교, 진실과 정의를 위한 제주 교수·연구자 네트워크 등이 시국선언에 나섰다.

지난 18일과 19일에는 국립안동대학교, 대구대학교, 경북대학교 교수와 연구자들까지 시국선언에 나서면서 대학가 내 윤 대통령 비판 여론은 지역을 가리지 않고 더욱 강하게 번지고 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