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소설가 이광수·김동인·염상섭의 작품을 서사학적으로 조명한 국문학자의 연구서 '근대 서사의 행방'이 출간됐다.
저자는 근대적 개인 주체로서 이광수와 김동인과 염상섭이 취한 태도가 각 소설의 주제 면에서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도록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이광수가 '계몽적 이상주의'를 지향했다면 김동인은 '예술적 이상주의'를, 염상섭은 '사실주의'를 지향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제에 대한 각기 다른 지향이 서사를 전개하는 방식의 차이로 이어졌다고 분석한다.
책은 서사학적으로 소설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상상', '지각', '개념'을 바탕으로 세 요소가 소설의 주제를 어떤 방식으로 구현하는지 풍부한 인용문을 통해 설명해나간다.
춘원 이광수(1892-1950)를 한국 근대소설의 효시로 꼽은 저자는 그의 소설이 그가 처한 식민지 조국이라는 비루한 현실에서 자신이 소망하고 기대한 바를 구현하기 위한 '상상의 장', '상상의 서사화'였다고 분석한다.
재일 조선 유학생들이 벌인 '신문학운동'의 시초이자 평론가로도 활동한 김동인(1900-1951)에 대해서는 그의 소설세계는 자신이 인지한 범위 내에서 인물이 움직이고 기능하기를 바랐다면서 소설이 작가의 지각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만 전개될 수 있었으며 이를 '지각의 서사화'로 평가했다.
저자는 이광수, 김동인에 비해 뒤늦게 창작을 시작한 염상섭(1897-1963)이 자신의 소설이 이전에 발표된 소설들과 구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런 의지는 그가 소설에서 과장과 가공을 배제하고 현실을 가감 없이 표현하는 객관성을 가장 중요시했다고 분석했다. 염상섭이 현실의 객관적 파악을 위해 소설에 논설을 전면적으로 사용했다고 봤다. 추상적 전개로 세속적인 현실과 충돌하기도 했지만 이를 논설과 현실 사이의 모순을 성찰하고 그 안에서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며 '개념의 서사화'로 명명한다.
저자는 세 근대문학 소설가들의 문학 세계를 파고들며 그간의 연구에서 등한시되어온 서사론적이고 방법론적인 분석을 통해 작품을 다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