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수시 논술 논란에 법적대응만…법원조차 "대안이 뭔가"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이의신청 기각
연세대, 어제 즉시항고장 제출…2심 간다
합격자 발표일 다가오지만…아직도 해결책 無
수험생 혼란 계속…입시업계"신속히 대안 내줘야"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 시험 마친 수험생들. 연합뉴스

연세대학교가 '문제 유출' 논란을 빚은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의 효력을 정지한 법원의 결정에 불복해 이의신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연세대가 즉시항고하면서 2심에서 다시 판단을 구하기로 했는데, 수시 합격자 발표가 임박했음에도 재시험 등 대안은 여전히 내놓지 않아 수험생 혼란은 뒷전으로 미뤄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시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법원 판단과 관련해 연세대는 일단 수험생에게 사과는 했지만, 책임 있는 해법 제시 없이 법적 대응을 이어가자 법원조차 '대안이 무엇이냐'는 취지의 질문을 하기도 했다.

연세대, 이의신청 기각되자 즉시항고장 제출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전보성 부장판사)는 연세대가 낸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정지 가처분 이의신청을 20일 기각했다.

해당 시험에서 일부 수험생들에게 문제지가 시험 시작 전 노출돼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판단한 재판부는 연세대가 추가로 제시한 주장과 자료를 살펴봤지만, 기존 판단이 바뀌지 않았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이 시험을 다시 치를 지 여부를 다투는 본안 소송 판결 선고가 나올 때까지 시험 효력을 중지한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연세대는 즉시항고장을 같은 날 제출했다.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2심에서 그 정당성 여부를 다시 검토해 달라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시험 효력 정지 사건은 서울고법 2심 재판부에서 다시 다뤄지게 됐다. 수시모집 합격자 발표가 다음달 13일로 예정됐음에도 시험 효력 정지, 재시험 여부를 둘러싼 소송 절차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셈이다.

'시험 효력 정지' 결정에 불복절차…법원도 "연세대, 대안 뭐냐" 질의

연세대 본관. 연합뉴스

수험생 혼란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가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연세대는 앞서 18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본안 소송의 판결 결과와 기일에 따라 후속 절차 등 입시를 온전히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의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법원의 현명하고 신속한 판단을 바란다"고 밝혔다. 사실상 법원에 판단을 미룬 모양새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처럼 돌아가자 가처분 이의신청을 기각한 재판부조차 19일 심문 과정에서 연세대를 향해 '대안 부재'를 둘러싼 우려섞인 질문들을 내놓기도 했다. 판사가 "연세대가 갖고 있는 예상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연세대 측은 "어려운 상황이다. 본안 소송 판결 결과를 기다리겠다"고만 답했다.

판사는 "본안 소송은 증인 심문도 해야 하고, 사실 조회도 해야 하기 때문에 (합격자 발표날인) 12월 13일 이전에 끝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지만 연세대 측은 재시험도, 정시 이월 방안도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재시험을 실시했다가 본안 판결 결과가 재시험이 필요 없다고 나올 경우 혼란이 가중되고, 정시 이월 시에는 논술시험만 준비해 온 수험생들에게 회복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논리다.

연세대로선 가처분 사건 2심에서 승소해 기존 논술시험 결과대로 합격자를 발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법률사무소 도약 우성명 변호사는 "학교 측의 항고도 보장돼야 할 권리인 건 맞지만, 현재 상황에선 어느 경우든 억울한 사람이 발생하기에 피해를 최소화하는 가장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커지는 수험생 혼란…"연세대, 빠른 결단 내려야"

연세대는 논술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법원 판단이 나온 뒤 내놓은 18일 입장문에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입학시험 관리와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야기한 점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인해 많은 수험생과 학부모님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는 내용도 포함시켰다.

그러나 사과와 맞물린 책임 있는 후속 조치로 수험생 혼란을 해소하는 대신 법적 불복 절차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행보를 보이면서 입장문의 진정성에도 물음표가 붙는 기류다. 수험생과 학부모 측 집단 소송 대리인인 일원법률사무소 김정선 변호사는 "(연세대는) 정시 이월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모집을 못하고 넘어가는 상황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재시험은 못한다고 하면서 아무런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학원가에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한 수험생 피해 우려가 크다. 종로학원 임성호 대표는 "연세대는 어떤 조치를 취하든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수능 성적이 나오고 수시 합격자들이 발생하는 등의 상황이 되면 다른 대학교뿐만 아니라 입시 일정 전체에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진학사 우연철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연세대의 결정에 따라 정시 모집의 지원 가능 점수도 달라질 수 있다"며 "본안 소송의 날짜조차 잡히지 않아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대입 전형 운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수험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시 미등록 충원 합격 통보 마감 시한인 12월 26일까지 연세대가 입시혼란을 방지할 대안을 마련할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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