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덕여대에서 대학 측의 남녀공학 전환 논의에 반대하는 학생들의 점거 농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20일 2천명에 가까운 이 학교 학생들이 참여한 총회에서 '공학 전환' 안건에 대한 표결이 진행된 결과 99.9%가 '반대'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총학생회는 오는 21일 대학본부 처장단과의 면담에서 이 같은 결과를 전달하기로 했다.
동덕여대 제57대 총학생회 '나란'은 이날 오후 2시 45분 서울 성북구 동덕여대 월곡캠퍼스 운동장에서 재학생의 약 30%인 19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생총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선 '남녀공학 전환' 안건에 대한 표결이 이뤄진 결과 1973명이 참여해 찬성 0명, 반대 1971명, 기권 2명으로 부결됐다.
두 번째 안건인 '총장 직선제' 표결에는 1933명이 참여했으며, 찬성 1932명, 반대 0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학생총회는 학생 회칙 등을 결정하는 총학생회의 최고 의결 기구로, 동덕여대 졸업생과 휴학생을 제외한 재학생만 참여할 수 있다. 총회는 안건별로 찬성, 반대, 기권 순으로 재학생들이 거수 투표를 하면 총학생회 측에서 수를 집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총회는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면서 개회가 지연됐다. 총학생회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재학증명서 등을 통해 재학생 확인 절차를 거친 후 총회 장소인 운동장에 입장시켰다. 재학생 대부분은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한 채 총회에 참석했다. 동덕여대 최현아 총학생회장이 공학 전환 안건이 부결되고 총장 직선제 안건이 가결됐음을 알리자 학생들 사이에선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총회에 참여한 김인선(가명·24)씨는 "그간 시위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한 명의 학생으로서 민주적인 의견 표출 방식에 당당히 참여하고 싶어서 왔다"며 "학교가 공학으로 전환을 하든, 하지 않든 그 의견 표출 과정에 학생이 주체로 포함됐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학생들은 여태까지 학교가 수업과 학교 시설 질 하락 문제, 교내 안전 문제는 방치하면서 일방적인 학사 개편 등을 소통 없이 추진한 데에 대한 분노가 쌓여 있었고 공학 전환까지 시도하면서 오늘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모이도록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총학생회는 21일 오전 11시에 진행되는 대학본부 처장단과의 면담에서 총회 결과를 전달할 예정이다. 총학생회에 따르면 앞서 동덕여대 대학본부 측은 공학 반대가 학생들의 전체적인 의견을 반영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현아 총학생회장은 "학교 측이 (면담에서 공학 전환을) '안 한다'고 하면 (시위를) 철수할 의향이 있다"며 "6500명 정도 되는 재학생 중 2천 명의 학생들이 반대하는데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떤 의견을 수렴 과정을 거치겠단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결 방식이 공개적으로 이뤄진 데에 대해선 "학생회에서 매년 학생총회를 진행할 때 표를 드는 방식으로 공개 투표를 진행해왔다. 대학본부에 객관적이고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기 위해서 이 방법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대학본부 측에선 학생총회가 끝난 직후 "2천명은 모든 학생이 아니다"라는 의견이 나왔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이 같이 말하면서 "(공학 전환 철회를 요구하는 총학생회 의견에) 반대 의견을 표명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그 점도 감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오늘 학생총회에서 나온) 학생들 의견은 충분히 참조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학생총회가 시작되기 전 동덕여대 교수 241명은 학내 상황 정상화를 위한 호소문을 발표해 △수업거부 중단 △학교 시설 점거·훼손 중단 △학내 갈등 사회적 문제 비화 중단 등을 요구했다. 교수진은 "우리 교수들은 강의실과 실험실습실에서 학생 여러분과 함께 본래 있어야 할 자리에서 본연의 역할을 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동덕여대 14개 학장단도 현 학내 사태에 대한 학장단 호소문을 공개해 "지금의 집단 수업 거부와 강의실 무단 점거 및 폐쇄는 우리 대학의 정상적인 교육 활동과 적법한 학사 행정을 방해하는 무거운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