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부산에서 180억원대 전세 사기를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집주인에게 15년 중형을 확정했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20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신모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신씨는 2020년부터 3년간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부산 수영구 지역 9개 건물에서 임대 사업을 하면서 세입자 229명에게 전세 보증금 180억원 상당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범죄 중대성과 회복되지 않은 피해자 고통 등을 고려해 검찰이 구형한 13년보다 높은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징역 10년까지 선고할 수 있는 형법상 사기죄에 법원이 여러 죄가 있을 경우 합쳐서 고려하는 경합범 가중까지 활용해 선고할 수 있는 법정 최고형을 택한 것이다.
그는 법정에서 부동산 정책 변화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했을 뿐 사기 의도는 없었다고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자신의 탐욕이 누군가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 탐욕은 타인의 고통 앞에서 즉시 멈춰야 한다"며 "사건의 주된 책임은 위험을 신중하게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무리하게 임대 사업을 벌인 피고인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은 나쁜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하지만, 사기 피해자의 처지에서 보자면 가해자가 나쁜 의도로 돈을 편취한 것과 선한 의도로 돈을 편취한 것에 무슨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사건 1심을 맡은 박주영 부장판사는 판결문에 피해자들의 탄원서를 담으며 "피해자들 개개인의 고통은 객관적 수치로 뭉뚱그릴 수 없을 만큼 고유하고 깊고 막대했다"고 적었다.
항소심 재판부도 "양형을 변경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보이지 않는다"며 1심 형량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이 틀리지 않다고 보고 형을 확정했다.
부산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재난인 전세사기 범죄와 관련된 첫 번째 대법원판결이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며 향후 전국의 다른 전세사기 형사재판에도 주요 판례로 활용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