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부경대학교에서 농성하던 학생들이 경찰에 연행돼 과잉 대응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대학생과 법조계 등이 부산경찰청장을 불법 체포·감금 혐의로 고소하고 헌법 소원을 예고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시 학교에 출동한 경찰이 '미란다 고지' 없이 학생을 연행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연행 과정의 위법성 의혹도 계속되고 있다.
부산대학생겨레하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등은 20일 오전 부산경찰청장을 불법체포·감금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본관 농성 당시 현장을 지휘하고 체포를 결정한 책임자도 함께 고소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9일 부경대 본관에서 '학내 정치활동 제한'을 규탄하며 벌인 농성을 해제하고 귀가하려 했지만 경찰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퇴거불응 현행범으로 자신들을 불법 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체포 과정에서 일부 학생은 미란다원칙과 체포 이유 등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며 절차적으로도 문제가 있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 전 부산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과 8명의 학생을 체포하기 위해 경찰 수십 명이 동원됐고 학생 1명당 무려 4명 이상의 경찰이 몰려 사지를 붙잡거나 신체를 통째로 들어 올려 짐짝을 옮기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연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연행된 학생들은 체포 당시 도대체, 왜, 어떤 이유로 체포되는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는지 등 미란다 원칙조차 제대로 고지받지 못했다고 증언한다"며 "검사는 경찰력 남용에 의한 인권침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해 책임자를 기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시 경찰에 연행됐던 이승민 학생도 대표 발언에 나서 "처음에 어떤 이유로 잡혀 왔는지 알지 못했고 변호사가 오고서야 퇴거 불응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점거를 마치고 집에 가겠다고 한 우리가 왜 퇴거 불응자가 돼야 하냐. 학내에서 정권 퇴진을 외친 게 죄가 되는 거냐"고 항의했다.
앞서 부경대는 대학생 단체가 학내에서 정권 퇴진 관련 투표를 진행하려 하자 정치 행사의 경우 시설물 사용을 불허할 수 있다는 학칙을 근거로 제한했다. 이에 반발한 대학생 단체는 지난 7일부터 총장실 앞에서 면담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하지만 총장 직무대리와의 대화의 자리가 마련되지 않았고 결국 이들은 지난 9일 저녁쯤 농성을 해제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측이 건물 외부에 몰린 인파 등을 이유로 정문을 폐쇄하자 학생과 학교 간 대치가 발생했고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부경대 소속 학생 1명을 포함한 대학생 8명과 외부인 2명을 공동퇴거불응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당시 현장에서 체포된 또 다른 학생 역시 "경찰 여러 명이 사지를 잡고 후문으로 들어낸 후 한참을 바닥에 놓고 몸을 붙들고 있다가 경찰차에 태웠다"면서 "그 과정에서 계속 소리도 지르고 항의했지만 '진정하라'는 얘기밖에 듣지 못했다. 미란다원칙도 고지하지 않았다"고 반발했다.
반면 경찰은 계속된 퇴거 요구에도 학생들이 불응했다며 학교의 정상적인 업무 수행을 방해한 행위로 보고 원칙적으로 대응했다는 입장이다.
남부경찰서 관계자는 "현장에서 여러 차례 해산을 요구했으나 학생들은 이에 불응했고 인적사항도 밝히지 않았다. 이럴 경우 체포할 수 있다. 미란다 원칙도 현장에서 고지하는 등 원칙대로 대응했다"면서 "해당 학교 학생이고 공부하려고 교내를 다니는 거면 퇴거 요청을 할 필요가 없지만 이번 경우는 그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연행된 학생들과 민변 등은 침해된 기본권 구제를 위해 다음 달 중으로 부경대 학칙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부경대학교를 상대로도 학칙 개정 촉구 운동 등을 벌이는 등 문제제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연행된 학생을 대리하는 흰여울 법률사무소 김승유 변호사는 "표현의 자유와 집회·시위에 대한 자유 등 기본권이 보장되지 못한다면 그건 죽은 사회"라며 "이번 사태를 일으킨 부경대학교의 시설물 사용 허가 관련 학칙 등에 대해서도 헌법소원 제기를 통해 따져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