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윤석열 대통령의 대중 외교 기조를 원색적으로 비판해 오던 중국의 한 관영매체가 "한국에 있어 양국(미국과 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다"며 우호적인 평가를 내놨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계열의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는 20일 "균형 잡힌 외교 전략이 한국의 이익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된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공개된 브라질 현지 일간지 '우 글로부', '폴랴 지 상파울루'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미동맹을 기본 축으로 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과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중국과 계속 소통하고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노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은 또 "미·중 관계가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하며 그 과정에서 한국은 미·중 양국과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며 "한국에 있어 양국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글로벌타임스는 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동아시아의 핵심 국가로서 한국은 경제, 문화, 안보를 포함한 다양한 영역에서 중국과 미국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이러한 복잡한 관계로 인해 한국은 두 강대국 사이에서 단순히 편을 들 수 없다"고 짚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한국 협력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며 "이는 중국과의 관계를 손상시키지 않으면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균형 잡힌 외교 전략이 한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가장 효과적인 접근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접근 방식은 중한 협력의 경제적 중요성을 명확히 이해하고 있음을 반영한다"며 "특히 세계 경제 회복이 부진한 상황에서 한중 협력의 안정과 심화는 한국의 경제 성장과 산업 업그레이드에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 당국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을 이유로 한국에 대해 외교적 결례와 다름없는 막말을 쏟아내며 압박하는 '전랑'(늑대전사) 외교를 이어왔고, 글로벌타임스를 비롯해 당국의 통제하에 있는 관영매체들 역시 한국의 대중외교 기조를 비판해왔다.
하지만 미국 대선을 앞둔 올해부터 양국간 고위급 교류가 재개되는 등 관계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이 한국을 무비자 대상국으로 지정하는 등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중국이 양국 관계개선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중국 관영매체들 역시 한국에 우호적으로 논조가 바뀐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