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국제통화기금)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2%, 내년에는 잠재 성장률 2.0%에 수렴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보다 낮춰잡았다.
또 한국 정부와 한국은행을 향해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와 제한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주문하고, 더 적극적인 건전재정기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2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IMF 미션단은 이러한 내용을 담은 2024년 IMF-한국 연례협의(Article IV Consultation) 결과를 발표했다.
IMF는 매년 회원국의 거시경제·재정·금융 등 경제상황 전반을 점검하고, 추후 이사회 승인을 거쳐 국가별 보고서를 발표한다.
라훌 아난드(Rahul Anand) 미션단장을 비롯한 IMF 미션단은 2024년 연례협의를 진행하기 위해 지난 7일부터 한국에 방문해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과 면담한 내용을 기초로 이번 연례협의 결과를 마련했다.
IMF 미션단은 우선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에 대해 "국내 수요 회복 약세로 일부 상쇄되나,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2.2%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내년 성장률에 대해서는 "경제 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에 수렴하고 아웃풋 갭이 축소됨에 따라 2025년 실질 GDP는 2.0% 증가할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IMF는 지난달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에서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각각 2.5%, 2.2%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0.3%p, 0.2%p씩 낮춰잡은 것이다.
물가에 대해서는 지난달 전년동기대비 1.3% 오르며 둔화된 점을 지적하고, 내년에는 한국은행의 물가 안정 목표치인 2.0%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한 한국 정부 정책 방향과 관련해, 물가에 대해서는 "한국은행의 목표치인 2%에 근접하고 있으나, 높은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점진적인 통화정책 정상화가 적절해 보인다"고, 환율에 대해서는 "외환 시장 개입은 무질서한(disorderly) 시장 상황을 방지하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현 정부의 재정 운용에 대해서는 "당국의 2025년 예산안의 건전재정기조와 지출 우선순위 조정은 적절하다"면서도 "다만 장기적인 지출 압력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을 마련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건전재정기조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부동산 시장에 대해서는 "금융 리스크 대응을 위한 선별적인(targeted) 정책 노력에 대해 환영하며, 당국은 취약 요인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고 당부하고 "통화 정책이 점진적으로 정상화됨에 따라 필요시 추가적인 건전성 조치가 고려될 수 있다"고 짚었다.
IMF 미션단은 전반적인 한국의 경제상황에 대해 "강력한 경제 펀더멘탈과 건전한 거시경제 정책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여러 차례의 글로벌 충격에 잘 대응해 왔다"며 "경제 성장은 회복세를 보였고, 인플레이션은 점진적으로 하락했으며, 금융 안정성에 대한 위험은 감소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 한국 경제가 맞이할 과제에 대해 "급속한 고령화에 대응하여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 한다"며 "무역 패턴 변화, 혁신적인 기술 변화, 기후 취약성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노동력 감소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지적하고 △한국의 출산율을 저해하는 경제적 제약 요인 완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대 △외국인 인재 유치 등을 대안으로 꼽았다.
또 "금융 기관의 회복력 강화, 높은 수준의 민간 부채 위험에 대응, 자본시장 개혁 추진 등을 통해 자본 배분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강조하면서 "최근의 외환시장 구조 개선과 기업 밸류업 관련 개혁은 긍정적인 출발점"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노동 시장과 상품 시장의 개혁을 통해 서비스 부문과 중소기업의 배분 효율성(allocative efficiency)을 개선하고, 인공지능(AI) 혁명을 활용한다면 생산성을 제고할 뿐 아니라 노동력 감소의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경제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위험은 하방 리스크가 더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국내외 환경 변화 속에서 한국 경제의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며 "한국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글로벌 무역 환경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데 있어 핵심"이라고 강조하고, 이를 위한 정책적 우선순위로 △혁신 강화 △공급망 다변화 △서비스 수출 촉진 등을 거론했다.
한편 고령화로 인한 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연금제도 개혁, 재정 준칙 도입, 세입 확충, 지출 우선순위 조정 등을 통한 재정 구조개혁의 필요성도 언급됐다.
또 IMF 미션단은 AI(인공지능) 도입 준비, 취약계층 보호를 위한 선별적인(targeted) 정책과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촉구하면서 "당국이 최근 발표한 '역동 경제 로드맵'에 따른 구조개혁의 신속한 이행이 한국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회복력을 제고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