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퓨타'는 영국 작가 조너선 스위프트가 1726년 쓴 풍자 소설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거인국과 소인국 다음 등장하는 3번째 하늘의 섬 나라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천공의 성 라퓨타'로 더 잘 알려진 라퓨타는 영국 사회의 시대적 풍자를 담고 있지만, 동화와 다양한 콘텐츠의 소재로 활용되며 전쟁이나 갈등이 없는 상상의 세계로 등장한다.
오는 28일부터 나흘 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전시관에서 국내 처음 열리는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의 주제는 걸리버 여행기에 등장하는 상상의 나라 '라퓨타'다. 어린이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희망으로 어린이만의 즐거운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올해 서울국제도서전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포화가 가득한 '세계의 비참'을 줄이고 '미래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을 모색하자는 의미를 내걸었던 '후이늠'에 이어, 싸움과 갈등의 세상이 아닌 어린이를 통해 꿈을 담고 꿈을 이루기 위한 다음 세대의 여정을 '부산 라퓨타'에서 어린이들의 상상력으로 펼쳐보자는 주제 의식을 담아낼 예정이다.
도서전 주제 전시 '라퓨타 - 한다, 어린이'를 담당한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는 19일 서울 종로구 삼청로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열린 부산국제아동도서전 기자간담회에서 "엄마와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한 아이가 '서울국제도서전에는 어린이가 없는 것 같다'고 말해 마음이 아팠었다"며 "코로나 펜데믹을 겪으며 비대면에 익숙해진 아이들에게 책을 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어른들이 어린이에게 '무엇을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하다'가 아니라 어린이들이 주체적으로, 즐겁게 '한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며 "주제 도서와 도서전 참가 출판사들의 대표 책, 부모 등 양육자를 위한 책 400여 권을 자유롭게 펼쳐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처음 열리는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는 16개국 193개(국내 136개, 해외 57개) 출판사가 모여 도서 전시, 강연 및 세미나, 현장 이벤트, 워크숍 등 150여 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세계적 아동문학상인 린드그렌상, 안데르센상 등을 수상한 백희나, 이수지 작가 등 국내외 최고의 아동문학 작가와 연사 120여 명이 총출동한다.
한국인 최초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한 한국계 미국인 차호윤 작가도 이날 참석해 "올해 도서전 테마인 라퓨타는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 전설 속 상상의 도시로 등장한다"며 "같은 그림과 글을 봐도 보는 사람마다 자신만의 이야기로 희망을 만들어낸다. 여러분의 상상 도전으로 여러분만의 라퓨타 세계를 만들어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차 작가는 "이번 도서전에서 다양한 미술 작업이나 칼데코 아너상 수상에 대해 이야기 나눌 예정이다. 많은 작가들과 독자분들과 만날 생각에 무척 설렌다"고 덧붙였다.
도서전 첫 날인 28일 서울국제도서전 주제도서로 선보인 '걸리버 유람기'를 쓴 김연수 소설가와 강혜숙 그림책 작가가 도서전을 찾아 '걸리버의 라퓨타'를 주제로 독자들과 만난다.
2022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일러스트레이터 부문 수상 작가인 이수지 작가는 '어린이는 모든 색'이라는 주제로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어린이처럼 각각의 고유한 색깔을 가진 그림책의 매력에 대해 이야기 할 예정이다. 어린이 책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상을 수상한 백희나 작가는 '어린이와 판타지'를 주제로 상상의 세계를 탐구한다. 어린이들과 어른들에게도 큰 인기를 얻고 있는 황선미 작가는 '우리가 여전히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라는 주제로 어린이와 어른 모두 책을 읽는 사유에 관해 깊이 있는 사색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김경언, 오세란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소설가 이꽃님, 조우리, 황보름 등이 연사로 나서 소년과 청소년의 고민을 함께 이야기하고 사회문제나 환경문제, 냉혹한 세상의 문제들을 그림책은 어떻게 담고 있고 또 아이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북돋아 줄 '키즈 아틀리에'에서는 아크릴 마카를 이용해 풍선과 키링에 직접 자신의 생각을 채워 넣는 체험 공간부터 세상에 하나 뿐인 나만의 이야기와 꿈을 담는 그림책 만들기 공간,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려넣을 수 있는 플라잉 드로잉 공간도 마련된다.
출판협회는 올해 부산국제아동도서전에는 국내외 아동문학·그림 작가들이 처음으로 총출동한다고 밝혔다.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가인 '용을 찾아서'의 차호윤 작가, 스위스 아동문학가 다비드 칼리, '두더지의 고민' 김상근 작가, '내마음의 ㅅㅅㅎ' 김지영 작가, '청동 투구를 쓴 소년' 소윤경 작가, 2022 볼라냐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선정된 이탈리아의 줄리아 파스토리노 작가,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의 압듈라 만화가, 2021 볼로냐 라가치상 픽션 부문 대상을 수상한 대만의 린롄언 작가, 프랑스 화가 콩스탕 조이, 일본 그림책 작가 고마가타 가츠미 디자인 스튜디오 디렉터 고마가타 아이 등 평소에 쉽게 만날 수 없었던 작가들을 도서전 기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출판사들은 차야다·문정회·김민우·안효림·한유진·이고은 작가 등이 참여하는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박슬기·김남중·안미란·김경구·신나군·마오위 등 아동·청소년 작가들이 어른과 학습을 위한 강연과 워크숍을 통해 아동 콘텐츠의 확장을 만나볼 수 있다. 출판사 외에도 그림책 작가들이 참여하는 '그림작가 마을'에서는 17명의 그림 작가들이 창작품을 선보이고 책에 대한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이 외에도 저자 사인회, 어린이 워크숍, 북토크, 이벤트, 전시 등 즐기고 볼거리 등이 다채롭게 마련됐다.
출판협회는 보고 즐기고 상상하는 도서전 외에도 최근 높아진 K-콘텐츠의 위상에 맞춰 한국의 우수한 아동 출판 저작권을 해외에 소개하는 '저작권 센터'도 운영한다. 도서전을 방문한 해외 출판 관계자들과 국내 출판사들의 수출입 상담을 지원하고 세계의 아동 출판 동향을 파악할 수 있는 국내외 출판 전문가들의 저작권 세미나도 열린다.
도서전은 행사가 개최되는 부산과 경남 지역 기관들과도 연계 행사를 진행한다. 부산현대미술관, 현대어린이책미술관, 부산도서관 등이 협력해 책과 책에서부터 확장된 풍부한 상상력을 담은 문화 콘텐츠를 선보인다. 부산시청 열린도서관, 부산광역시립 시민도서관, 사상도서관, 강서기적의도서관, 경남도교육청 양산도서관, 영화의전당 라이브러리 등 지역 도서관에서는 24일까지 주말마다 황선미·이금이·소윤경·김개미 작가 등의 찾아가는 강연이 진행된다.
2024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은 공식 홈페이지 사전 등록을 통해 무료 입장 티켓을 받을 수 있다. 현장 등록도 가능하다. 입장료는 5천 원이지만 어린이·청소년의 경우 무료 또는 바우처를 제공해 전시장 내에서 도서구입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출판협회 관계자는 "어린이·청소년이 주인공인 아시아 최고의 국제아동도서전으로 거듭나기 위해 정부와 국회, 문화체육관광부, 부산광역시, 출판계, 작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행사를 준비해왔다"며 "어린이 뿐만 아니라 청소년, 성인, 할머니와 할아버지까지 찾는 풍성한 부산국제아동도서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