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주도" 약속한 전북도, 전주-완주 통합 '행정 드라이브'

세출예산 비율 유지 4년→12년 확대 조례안
"민간주도" 뒤집고 도민 설명회 개최
설명회 자료 80% 이상 통합 당위성
완주군은 독자 시 승격 방안 모색
13년 전 무산된 통합 재추진…갈등 예고

김관영 전북자치도지사. 전북도 제공

전북 전주-완주 통합 절차가 추진되고 있다. 완주군은 지난 13년 전의 통합 무산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전북자치도가 '통합 시군의 상생발전에 관한 조례안'을 발표하고 도민 설명회를 가진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완주군민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상생발전 방안은 민간주도로 마련되어야 한다"는 자신의 말과 정반대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전북도는 19일 브리핑에서 '전북특별자치도 통합 시군 상생발전에 관한 조례안'을 발표했다. 또 전북도는 이날 오후 2시 '통합 의견 수렴을 위한 도민 설명회'를 연다.
 
이 조례안은 "전북특별법에 따라 시군 통합 이후 폐지되는 각 시군 간 세출예산의 비율 유지 기간은 통합 시군이 설치된 날부터 12년으로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지방분권균형법은 대통령령을 통해 "폐지되는 각 지방자치단체 간의 세출예산의 비율이 4년 동안 유지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전북도의 이번 조례안은 시군 통합 뒤 4년이 아닌 12년 동안 통합 주민들이 받는 혜택이 줄어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이번 조례안과 도민 설명회는 완주군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보이나, 오히려 통합 논의에 새로운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북도가 만든 도민 설명회 자료에는 '세출예산의 비율 유지' 내용을 제외하면, 80% 넘게 전주-완주 통합이 추진돼야 하는 근거가 담겼기 때문이다.

또 전북도는 "이번 조례안과 설명회는 전주-완주가 대상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자료의 전반이 전주-완주 통합을 다루고 있으며, 이날 토론회 참석자 8명 가운데 1명은 청주-청원의 통합을 이끌었던 인사다.
 
김관영 도지사가 "상생발전 방안은 민간주도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것과 달리, 전북도가 전주-완주 통합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거는 것으로 보인다. 기관이 나서 선제적으로 도민 설명회를 열고 통합 찬성 자료를 배포해 완주군 측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러한 지적에 전북도 관계자는 "전북도가 통합을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다"며 "세출예산과 각종 지원, 재정에 관한 것은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검토 없이 조례를 만들 수는 없는 것"이라며 "전북도는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전북도가 19일 오후 2시 도민 설명회를 위해 준비한 자료물. 전북도 제공 자료 캡처
 
반면, 완주군은 전날 군의회에서 '시 승격 방안 연구용역' 최종 보고회를 열고 독자적인 시 승격 방안을 모색했다. 이는 전주시와의 통합에 대한 반대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전북도의 '전북특별자치도 통합 시군 상생발전에 관한 조례안'은 2024년 12월 2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13년 전 전주-완주 통합 시도 당시 예산 비율 유지와 지역 균형발전이 주요 쟁점이었으나, 완주군민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번 전주-완주 통합 추진은 네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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