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병원을 차려놓고 수십억 원대 실손보험 사기 행각을 벌인 의사 일당과 환자 등 2천여 명이 무더기로 경찰에 적발됐다. 구속된 전문의는 브로커와 손해사정사 등을 고용해 조직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보험사기 범행 중에 처음으로 '범죄단체조직죄'가 적용됐다.
부산경찰청 형사기동대는 범죄단체조직과 보험사기, 의료법 위반 등 혐의로 A(60대·남)씨 일당 8명을 붙잡아 4명을 구속하고 환자 등 모두 757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19일 밝혔다. A씨 일당은 2020년 12월부터 부산에서 병원을 운영하며 성형과 미용 시술을 하고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허위 진료 기록을 발급하는 수법으로 64억 원대 보험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마취통증의학 전문의인 A씨는 결제 비용의 10~20%를 소개비로 지급하는 조건으로 브로커를 고용해 환자를 모집했다. 이후 환자들에게 성형이나 미용 시술을 한 뒤 실제로는 치료 목적의 도수나 무좀 치료, 고가의 줄기세포 시술 등을 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환자들은 이를 이용해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해 모두 64억 원에 달하는 실비보험금을 받아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이 이번에 적발한 환자 등 범행 연루자는 모두 2353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757명을 검찰에 넘겼다.
특히 적발된 전체 환자 중 22%인 511명이 현직 보험설계사로 드러났다. 이들은 직접 시술을 받고 실손보험금을 청구하거나 환자를 모집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등 범행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사 결과 A씨는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손해사정사를 고용하고 보험설계사도 모집하는 등 조직적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A씨의 이런 행위가 보험 사기를 위한 범죄조직 결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보험사기 범행에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의사가 병원 설립 과정부터 브로커와 손해사정사 고용까지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범행했다"며 "병원장인 의사가 총책, 병원 직원 등이 조직원이 된 범죄단체조직 행위라고 보고 관련 혐의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보험 청구서와 의료기록지 등을 확보한 경찰은 금융감독원, 손해보험협회와 함께 자료를 면밀히 분석한 끝에 범행을 확인했다. 특히 A씨는 애초 해운대구에서 보험사기 병원을 운영하다가 근처 병원이 사기 범행에 적발되자 동래구로 병원을 옮겼다. 이 과정에서 진료 기록을 자신의 가족 집에 옮겨두는 등 각종 자료를 은닉하려 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추가 피의자와 범행 연루자 등에 대한 수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또 다수의 보험설계사가 범행이 연루된 사실이 드러난 만큼 관계기관에 행정 처분과 함께 관리를 강화하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실제 진료 사실과 다른 서류를 이용해 보험금을 받으면 보험사기죄로 처벌될 수 있으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며 "보험사기범의 적극적인 신고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