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노른자 땅, KCC건설 '갑질' 의혹


부산 해운대의 핵심 지역에 위치한 한 주상복합 신축 사업이 높은 수요가 예상되는 인기 부지임에도 분양이 중단되며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이 신축 현장은 해운대구 우동에 위치하며, 시공사는 KCC건설이다. 강민정 기자

부산 해운대 중심, 예상치 못한 분양 중단 사태

부산 해운대의 핵심 지역에 위치한 한 주상복합 신축 사업이 높은 수요가 예상되는 인기 부지임에도 분양이 중단되며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시행사인 태광개발은 시공사 KCC건설이 고의적으로 분양 업무를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상복합 건물인 '엘마르 스위첸'은 해운대구 우동 638-1번지 일원에 자리 잡고 있으며, 지난해 10월 분양을 시작했다. 지하 6층에서 지상 34층까지의 규모로 지어지는 이 오피스텔은 해운대역까지 도보 2분 거리의 초역세권에 위치해 있다. 우수한 교통망과 풍부한 생활 인프라, 인근 해운대해수욕장 등 쾌적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주거 시설이다.

이러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분양이 중단된 상황은 지역 사회의 큰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시행사 사업을 접게 만들겠다"는 KCC의 발언 논란

시행사 태광개발 측은 시공을 맡은 KCC건설이 분양 승인을 위한 서류 절차를 지연시켰으며, 공사비 증액 합의서 날인을 조건으로 다양한 방해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태광개발은 지난 2021년 12월, KCC건설과 시공사 선정과 관련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뚜렷한 이유없이 협력이 어려워졌다고 주장했다. 태광개발은 KCC가 분양 절차를 지연시키고 여러 방해 행위를 통해 시행사에 자금적 압박을 가하며 사업을 좌초시키려 했다고 지적했다.

태광개발은 KCC 주요 관계자들이 사업 방해를 시사하는 구체적인 발언을 담은 통화 녹취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녹취록에 따르면, KCC는 분양 업체와의 통화에서 "이 사업을 접게 만들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특히, 녹취에 따르면 KCC 관계자는 "6개월 안에 PF 이자를 연체시키고 EOD(기한이익상실, 사고상태) 사유를 만들어 시행사를 무너뜨릴 것이다. 내년 3월이면 우리가 사업을 인수할 수 있다"고 언급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태광개발은 "KCC가 이러한 구체적인 계획과 발언을 통해 시행사를 자금 압박으로 몰아가고, 사업권을 빼앗으려 한다는 점이 분명히 드러난다"고 비판했다.
KCC건설 로고. KCC 제공

KCC의 입장 "시행사의 일방적 주장"

이에 대해 KCC건설은 "해운대 엘마르 스위첸과 관련해 시공사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다"며 "시행사의 일방적인 주장과 녹취로 고소와 고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건에 대해 드릴 답변이 없다. 죄송하다"고 전했다.

첫 분양 대행사의 철수와 연이은 혼란

이 사업의 첫 분양 업무를 맡은 대행사는 KCC의 수수료 지급 지연과 거절로 인해 업무를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대행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초 분양이 시작돼 한참 분양 열기가 고조되고 있는데도 주말 영업이 중요한 분양 현장이 KCC건설의 의도적인 분양 대행 수수료 지급 거절로 인해 완전히 망가졌다"고 말했다.

결국 첫 번째 분양 대행사는 업무를 중단하고 지난해 11월 말 현장에서 철수했다. 이후 투입된 다른 대행사도 비슷한 문제로 인해 분양 업무를 포기하고 현장을 떠나는 상황이 반복됐다고 태광개발은 설명했다.
 
대행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같은 시기 분양에 나섰던 다른 신축 현장은 시행사와 시공사 간의 원활한 협업으로 완판을 기록했다"며, "이에 비해 엘마르 스위첸은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이번 분양 중단 사태는 부동산 시장의 하락기나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중견 건설사인 KCC건설이 시행 경험이 부족한 시행사를 지나치게 좌지우지하며 갈등을 빚은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의혹 속 시행사의 자금 압박

태광개발은 또, KCC가 감리업체 등 관련 업체들에게 시행사로부터 대금을 받아가라고 부추기며 자금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KCC가 감리업체와 모델하우스 건설 업체 등에 연락해 "시행사에 대금 지급을 요구하라"며 압박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로 인해 협력 업체들로부터의 지속적인 자금 독촉이 이어져 시행사의 자금 흐름에 큰 차질을 빚었다고 태광개발은 주장했다.

태광개발 관계자는 "KCC가 협력 업체들에게 직접 연락해 대금 지급을 독촉하게 한 것은 겉으로는 협조하는 듯하면서도 뒤에서는 시행사의 자금 사정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적인 행동"이라며, "이러한 이간질은 시행사의 사업권을 빼앗기 위한 전략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지역 사회 우려와 KCC의 침묵

부산 부동산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KCC건설의 행보가 단순히 시행사를 길들이는 수준을 넘어서, 시행사를 배제하고 사업 주도권을 독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며, "이러한 움직임은 건설업계와 시행사업자들 사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엘마르 스위첸 현장 관계자와 KCC 본사 측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했으나 구체적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KCC건설은 "시공사로서의 의무를 다하고 있으며, 이 건과 관련해 드릴 답변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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