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①"이기적 MZ라고요?"…청년이 말하는 '출산의 조건' ②"'아빠 껌딱지', 레알 가능한가요?"…主양육자 아빠들의 이야기 ③"'우리 아버지처럼'은 안 할래요"…요즘 아빠들의 속사정 ④[르포]"MBTI 'T'인 아빠는 육아 젬병?"…'파더링' 현장 가보니 ⑤그렇게 아버지가 된다…"10년 후 나는 어떤 아빠일까" ⑥"'또' 스웨덴?"…30대 싱글여성 셋, '복지천국' 찾은 이유 ⑦"첫 데이트서 '더치페이'한 남편"…'선(線) 있는' 다정한 육아 ⑧"몇 살이면 꼭 OO해야 한다? 그런 것 없어"…'근자감' 배경엔 ⑨"'불평등하려고' 열심히 사는 한국, 출산절벽일 수밖에…" ⑩약 30년 전 낯선 이들과 아이를 길렀던 엄마의 사연 (계속) |
"공동(?) 육아 참가자 모집 중. 가노 쓰치. 1994년 5월 3일생 남자. 음악과 전철을 좋아함(아마도). 나는 쓰치를 만나고 싶어서 낳았습니다. 집에만 틀어박혀 종일 가족 생각하느라 타인과 아무런 교류도 없이 살다가 아이는 물론 나 자신까지 잃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공동육아'라는 말에서 공동(共同)은 대체 무엇이고 어디까지 가능할까요? 평일 저녁(오후 5시 반~10시) 아이를 돌볼 사람, 계시나요?" -가노 호코-
역전(驛前)에서 뿌린 이 전단을 통해 당시 20~30대였던 청년들이 한 집에 모였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공동양육 생활이 시작됩니다.
사례를 접한 기획팀은 궁금했습니다. '엄마'라는 존재가 어떻게 자신의 아이를 돌볼 이들을 '무작위'로 모집할 수 있었을까요. 그녀가 그렇게 결심했던 배경은 무엇이었고, 이와 같은 양육 과정은 과연 '정상적'이었을까요. 편견과 불신을 완전히 떨치지는 못했던 기획팀은 가노 호코와 가노 쓰치 모자(母子)를 직접 만나 묻고 싶었습니다.
아래 영상에는, 가노 모자 그리고 이들과 함께 했던 당시 청년 돌보미들의 인터뷰가 담겼습니다. 이제 중년의 나이에 다다른 공동양육자들은 20여 년 전 당시 일상을 기획팀과 돌아봤습니다. 그 인터뷰 중 일부 내용을 소개해봅니다. 상상력이 쪼그라들 수밖에 없는 '육아'라는 난제를 놓고, 새로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덧붙여 봅니다.
'나를 잃고 싶지 않던' 싱글맘, 고립에서 생존으로
호코: "제가 쓰치에게 절대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저 역시 여러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지내고 싶었고, 아이도 그렇게 지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왠지 무서웠어요. 그렇게 (엄마와 아이가) 1대1이라는 닫힌 관계(로 지내는 것이요)…성격인지도 모르겠지만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졌어요."
'낯선 청년'들이 쓴 육아노트
라이치(돌보미 중 한 명): "모자 2명이 살고 있는 집에서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놀러갔는데 작은 방에 빽빽하게 어른들이 모여서 뭔가 마시거나 먹는 것을 보고 '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싶었죠.
저는 당시 4살짜리 딸이 있었는데, 아이와 둘이 사는 게 불안했어요. (엄마로서) 굉장히 고정화된 역할이랄까, 도망갈 곳이 없다고 할까. 공적 서비스도 숨 막힐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타자와 함께, 어른이 여럿 있는 곳에서 살고 싶었어요."
호코: "일본에서도 어른이 어린아이들을 학대하는 것 때문에 사회문제가 되는 일들이 있어요. 근데 솔직히 당시에는 그런 걱정을 안 했습니다. 집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다 보니까 아이들 친구들도 많이 놀러왔었지요."
돌보미들은 육아노트에 아이들의 '식사시간, 먹은 음식, 아이들이 한 이야기, 자신의 육아 소감'을 기록했습니다. 어느 누구도 아이와 돌보미를 단 둘이 두지 않았습니다. '경험자가 붙어서 여럿이 함께' 돌보는 게 유일한 규칙이었다고 합니다. 돌봄의 기준은 높지 않았고, 돌보미들마다 아이와 관계 맺는 방식은 달랐습니다. '그저 아이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무방했습니다.
쓰치: "지원하는 쪽과 지원받는 쪽, 뭔가 곤란한 사람을 도와주러 간다는 게 아니라 서로 능동적으로, '내가 가고 싶어서' 모였다는 느낌이 들어서 (육아노트를 보며 당시) 아이 입장에서는 더 기뻤어요."
새롭게 쓰는 '가족(家族)'의 정의
호코: "(곤란한 표정으로) 모르겠어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렇게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 살아왔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 저에게 있어서는 큰 희망으로 남아있어요."
쓰치: "역시 '가족이라는 말에 얽매이지 않아도 좋은 시대가 아닐까', '좀 더 다르게 표현해도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당신들은 가족입니까?'라고 질문을 받으면 좀 더 새로운 표현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떻게 표현할 거냐'고 묻는다면 글쎄요. 왠지 개인과의 관계, 얼굴이 떠오르네요. 그 집안의 분위기라든지, 어린이었던 제가 느끼는 풍경이라든지…한 사람 한 사람, 페페 씨의 얼굴, 다마고 씨의 얼굴 같은 것이 저에게 있어서 중요한 부분이에요. '집합체(가족) 같은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나 할까요(웃음)."
※본 보도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