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7분 부동자세로 서 있어" 대전 수능 감독관 '인권침해' 지적

대전교사노조 현장 실태 조사…10명 중 3명 "인권침해 경험"
화장실 이용 제한, 장시간 부동 자세…"인권 침해 요소 개선 시급"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2017년 11월 23일 인천 부평의 한 고교에서는 오전 11시 9분쯤 여성 감독관이 시험을 감독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이송됐다.
#. 2019년 11월 14일 오전 9시 15분쯤 부천시 도당동 도당고등학교 시험장에서 수능 감독을 하던 교사가 실신했다는 신고가 동료 교사에 의해 119에 접수됐다.
#. 2021년 11월 18일 부산진구 개금고 고사장에서 시험 감독관이 감독 중 갑자기 실신해 예비 감독관이 배치되고 해당 고사장에 1분을 추가로 부여하는 일이 벌어졌다.


대전 지역 수능 감독관 10명 중 3명이 수능 관련 업무 중 인권 침해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일마다 감독관들이 쓰러지는 일도 반복되는 가운데 수능 감독관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8일 대전교사노조에 따르면, 노조가 지난달 15일부터 지난 5일까지 대전 중·고등학교 교사 100명을 대상으로 현장 실태 조사에 나선 결과, 응답자의 29%가 최근 3년 이내 수능 종사 업무와 관련해 (본인 또는 주변에서) 인권 침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인권 침해의 구체적 사례로는 '화장실 갈 시간이 없고, 점심시간도 부족해 급하게 먹다 체했다', '하루 종일 서 있어서 허리가 아프고 다리가 부어 다음날 병원 진료를 받았다', '수험생이 응시 요령을 제대로 숙지하지 않아 생긴 문제를 감독관 탓으로 돌리고, 시험 종료 후 본부에 와서 폭언하고 소리를 질렀다' 등이 있었다.

수능 감독관 10명 중 9명은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종사 요원으로 근무하면서 인권 침해를 당할 것을 걱정한 적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89%가 '그렇다'고 답했다. 하지만 '수능 종사 요원으로 업무 수행 중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단 6%만 '그렇다'고 답했다.

특히 86%의 교사는 '시험 감독이 연이어 있을 때 화장실 가는 시간이 부족해 고충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대전교사노조 제공
97%는 '시험 감독으로 하루 287분가량을 부동자세로 서 있는 게 고충'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한 교사는 "수능 감독 업무 중 화장실 이용이 제한돼 장시간 동안 생리적 요구를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며, 이는 기본적 권리의 침해로 이어진다. 또 감독관에게 제공되는 휴게 공간이 협소하거나 휴식 시간이 충분치 않아 피로를 회복하기 어려운 환경이 문제 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긴장감과 책임감으로 장시간 감독을 수행해야 하므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설문에 응한 교사들은 육아, 지병 등의 사유로 수능 감독에서 제외될 수 있는 허용적인 분위기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를 위해 교사 외의 일반직 공무원, 대학 교직원 활용 등을 통해 수능 종사 요원 대상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대전교사노조 이윤경 위원장은 "대학이 매년 수백억의 전형료를 수익으로 올리는 동안 교사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에도 반강제적으로 수능 감독관에 차출되고 있다"며 "근무 환경 개선, 수당 인상, 대학교직원 등 교사 외 인력풀 확충을 통한 감독관 증원, 수능 감독관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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