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밴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Xdinary Heroes)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인 2021년 말 데뷔해, 1년 만인 2022년 12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첫 번째 콘서트를 열었다. 그로부터 2년이 흐른 현재, 다시 올림픽홀로 돌아왔다. 그동안 예스24 라이브홀에서 15차례에 걸쳐 콘서트를 진행하며 내공을 쌓았고, 처음으로 '매진'을 이뤄냈다.
예스24 라이브홀보다 규모가 2배 이상 커진 이번 공연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평일인 금요일을 포함해 사흘간 치러졌음에도 전 회차가 매진됐다. 추가로 연 좌석까지 모조리 팔렸다. '국내 공연 6연속 매진'이라는 기분 좋은 기록을 안고, 첫 단독 콘서트를 연 장소로 돌아온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전율을 일으키는 '뜨거운 음악'으로 보답했다.
지난 16일 저녁 6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 단독 콘서트 '리브 앤 폴'(LIVE and FALL) 두 번째 날 공연이 열렸다. 건일(리더/드럼)·정수(키보드)·가온(기타)·오드(신시사이저)·준한(기타)·주연(베이스)으로 이루어진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다양한 악기 구성과 넘치는 보컬풀을 십분 활용해 열정 가득한 공연을 3시간 넘게 펼쳤다. 둘째 날 공연이었음에도 모든 힘을 쏟아붓는 '막콘'(마지막 콘서트) 분위기가 물씬 났다.
가장 최근에 낸 미니 5집 '리브 앤 폴'과 동명의 콘서트였던 만큼, 앨범 수록곡 8곡 전 곡이 세트 리스트에 포함돼 있었다. '엑스에이치_월드_세븐티파이브'(XH_WORLD_75)가 장식한 오프닝은 웅장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이런 음악을 하는 밴드입니다'라는 명확한 인사 같았다. 여러 곡의 무대를 연이어 할 때, 분명히 맺고 끊기보다 하나의 플레이리스트를 듣는 것처럼 곡과 곡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성이 인상적이었다.
6월부터 매달 새 디지털 싱글을 내는 시리즈 '오픈 베타'(Open ♭eta)와 콘서트 시리즈 '클로즈드 베타'(Closed ♭eta)를 두 갈래로 선보인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더 많은 관객을 품을 수 있는 더 넓은 공연장에서 그동안 쌓은 경험치를 공연으로 승화했다.
밴드 공연이었기에, 가창만큼이나 악기 연주가 공연장의 분위기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곡마다 두드러지는 '악기 솔로'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리브 앤 폴' 공연의 강점이었다. 우선 '심포니'(XYMPHONY)에서는 정수의 건반 연주가 백미였다.
건반은 이 노래의 기묘하면서도 긴장감이 도는 정서를 표현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심포니' 때 무척 긴장했다고 털어놓은 정수는 "저를 너무 힘들게 하지만 여러분을 너무 행복하게 해서 안 할 수가 없더라. 앞으로도 저의 손가락을 불살라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프리킹 배드'에서의 연주도 기억에 남는다.
오드는 '서커 펀치!'(Sucker Punch!)에서 전위적인 연주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쩌면 이질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곡에 '유니크함'을 심어주는 연주였다. 오드는 "진짜 깜짝으로 하고 싶다고 해 가지고 길게 생각해서 준비도 열심히 했다. 앞으로도 계속 진행해도 될 것 같나?"라고 물었고 빌런즈(공식 팬덤명)로부터 긍정의 답을 받았다.
공연 초반부 '브레이크 더 브레이크'(Break the Brake)와 '노 매터'(No Matter)부터 기타 연주가 '장난 아니구나!' 하고 느꼈던 준한은 여러 곡에서 뛰어난 실력을 뽐냈다. 정통 록의 향기가 짙었던 '머니 온 마이 마인드'(Money On My Mind)의 귀를 찢는 듯한 날카로운 속주를 듣고 나서는 다소 얼얼한 기분마저 들었다. '서커 펀치!'와 '플루토' 땐 엄청난 기교나 속도 없는 '여유로운 연주'만으로 곡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를 아주 약간만 아는 사람이 흔히 그리는 '관념적 엑디즈 노래'에 가까웠다고 생각한 '페인트 잇'(Paint It)에서는 가온의 기타 솔로가 발군이었다. 리더 건일은 기타 솔로가 멋있었다며 가온을 치켜세웠고, 가온은 멘트 시간에 다시 기타를 메고 일부를 연주해 환호받았다. 건일은 "가온이가 이 솔로 진짜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덧붙였다.
후반부에 등장한 '워킹 투 더 문'(Walking to the Moon) 무대 땐 멋진 재즈 클럽에 방문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름다운 피아노와 베이스의 조화가 인상적이었다. 건일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달나라로 떠나기 전에 해 주셨던 연주가 너무 좋았다"라며 "주연이의 베이스 솔로였다"라고 짚어줬다. 주연은 빌런즈를 위해 한 번 더 연주를 들려줬다.
개인적으로 제일 강력한 '진동'으로 다가온 것은 건일의 드럼 연주였다. 오프닝 곡부터 존재감을 발휘한 드럼 소리는 '프리킹 배드' '러브 앤드 피어'에서도 힘차고 또렷하게 들렸다. '언틸 디 엔드 오브 타임'(until the end of time)은 드럼이 더해지면서 곡의 서사가 본격화되는 느낌이었다.
'맨 인 더 박스'에선 놀라운 몰입력으로 2분가량의 긴 솔로 연주를 해냈다. 건반의 맑은 소리와도 합이 좋았다. 다시 쳐 달라고 멤버들이 요청하자 "다시 보기는 유료 결제 서비스"라고 능청을 부린 건일은 "멋있는 부분만 추려가지고 해 보겠다"라며 웃음기 뺀 연주로 호응을 끌어냈다. 준한은 "건일이 형 (연주가) 아주 멋있어서 (여러분이) 당연히 좋아해 주실 줄 알았다"라고 거들었다.
주연, 정수가 보컬을, 가온과 오드가 보컬과 랩을 고루 맡고, 건일과 준한까지 전원이 가창 파트를 맡는 데선 새삼 '넉넉한 보컬풀'을 실감했다. 둘째 날 공연에서 라이브로 확실히 존재감을 드러낸 멤버는 정수였다. 성량도 음정도 흠잡을 데 없었고, 까랑까랑한 음색이 귀에 꽂혔다.
노래할 때 평소보다 편해 보이지 않아 의아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주연은 목과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주연은 "솔직히 말하면 저 이주연 공연 역사상 가장 좋지 않은 컨디션이었다. 그래서 오늘 여러분들께도 굉장히 사과하고 싶었고, 무대 올라오기 전부터 걱정 많이 했다"라며 "사실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라고 털어놓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주연은 관객 덕분에 본인이 '살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이컨택(눈맞춤)도 하고 뛰면서 즐기는 분들을 보니까 없던 힘도 생기더라. 저는 항상 말하지만 여러분들이 엄청난 힘을 갖고 있다고 믿고, 그걸 오늘 또다시 느꼈다. 여러분들이 우리를 일으키고 노래하고 음악 할 수 있게 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한다"라고 말했다.
앙코르 첫 곡이었던 '세이브 미'(Save me) 무대를 언급한 주연은 "굉장히 뭉클해지는 감정이 셌는데 그 이유가 여러분들 덕분인 거 같다. 무대 올라오기 전까지만 해도 너무 컨디션적으로 힘들었는데 막상 올라오고 나니 '와, 이 사람들이 나를 살려주는구나. 이 사람들 앞에 서니 내가 살아있구나' 하는 감정을 다시 한번 느꼈다. 그래서 오늘 '세이브 미'는 유독 감정에 충실했던 거 같다"라고 밝혔다.
이어 "내일 하루만 더 살려줄 수 있나? 그러면 여러분들만 믿고 있겠다. 여러분들을 믿고 노래하겠다. 정말 감사하다. 아이 러브 유. 사랑한다"라며 '세이브 미'의 가사인 "플리즈 갓, 세이브 미"를 외쳤다.
오드는 "오늘도 여러분들의 찰나의 순간에 함께할 수 있어서 너무 기뻤다"라며 "우리에게 주는 사랑만큼 여러분들 자기 자신도 많이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다. 제가 함께 여러분들을 사랑하겠다. 사랑한다, 빌런즈"라고 말했다.
가온은 "사실 좀 바쁘고 굉장히 도전도 많았다. 그러면서 느낀 거는 난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여기 올라와 보니까 힘든 게 하나도 아니었구나 하는 거다. 진짜로 너무 예쁘다, 여러분. 진짜 이제 앞으로 힘들다는 말을 잘 안 하려고 한다. 이거를 보고 있는 사람이 어떻게 힘들 자격이 있을까"라며 "여러분 에너지 덕분에 힘들었던 순간들이 잊혀지고 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또한 가온은 "저는 진짜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데 제가 특별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얘네들(멤버들)을 만나서다"라며 "저희가 어떤 이유로 엑디즈를 좋아하는 이유, 빌런즈를 좋아하는 이유로 이렇게 한자리에 모이지 않았나. 저희는 지금 굉장히 행복한 사람이지 않을까. 서로 좋아하는 사람을 보러 온 것이지 않나"라고 말했다. 그러자 주연은 "이 멘트 미쳤다, 진짜"라고 감탄했다.
건일은 "이렇게 많은 빌런즈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게 정말 좋은 것 같다"라며 "엑디즈 건일이 아닌 한 명의 인간 구건일로서, 여러분과 똑같이 삶을 살아가는 인생을 걸어가는 한 사람으로서 정말 너무 고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말했다.
한때 자신에게 향하는 관심이 두렵고 힘들었다고 고백한 준한은 요즘 들어 생각이 바뀌었다며 "좋은 무대, 퍼포먼스를 보여드리는 게 나의 최선이자 노력이고 보답이라고 생각하게 됐다"라고 전했다. 그는 "더욱더 많은 사람들에게 '와, 재밌었다!' '좋은 시간이었다' '감동이었다' 그런 기억이 남을 수 있도록 연습하고 고민하고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정수는 "이 수많은 사람들이 엑디즈 노래를 따라 불러주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저한텐 너무 행복해서 그게 눈물로 다가왔던 거 같다"라며 "우리 애들이 정말 너무 잘 컸구나 생각이 들어서 사실 리허설 때부터 너무 행복했다. 쫙 돌이켜보니까 여러분들이 주신 사랑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지 않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초심 잃지 않고, 여러분들이 사랑할 수 있는 아티스트 정수가 되도록 하겠다"라고 마무리했다.
"뜨겁게 불태우고 뜨겁게 사랑하고 뜨겁게 음악하고 그렇게 살고 싶다"(가온)라고 한 엑스디너리 히어로즈는 그 말처럼 꽉 찬 공연을 돌려줬다.
예정된 세트 리스트에는 없었던 '컴 인투 마이 헤드'(Come into my head)와 '머니볼'(MONEYBALL) '바이시클'(Bicycle)을 추가하고, '불꽃놀이의 밤'으로 마무리해 3시간 넘게 관객과 호흡했다. 빌런즈도 적재적소의 떼창은 물론 그로울링까지 멋지게 소화해 멤버들을 깜짝 놀라게 했고, 슬로건 이벤트로 감동을 안겼다.
▶ 11월 16일 '리브 앤 폴' 세트 리스트 |
1. 엑스에이치_월드_세븐티파이브 2. 심포니 3. 브레이크 더 브레이크 4. 노 매터 5. 머니 온 마이 마인드 6. 필링 나이스 7. 페인트 잇 8. 스트로베리 케이크 9. 잠꼬대 10. 서커 펀치! 11. 프리킹 배드 12. 소년만화 13. 러브 앤드 피어 14. 헤어 컷 15. 해피 데스 데이 16. 맨 인 더 박스 17. 인스테드! 18. 워킹 투 더 문 19. 플루토 20. 어리고 부끄럽고 바보 같은 21. 언틸 디 엔드 오브 타임 22. 패러노이드 23. 나이트 비포 디 엔드 (앙코르) 24. 세이브 미 25. 꿈을 꾸는 소녀 (추가) 26. 컴 인투 마이 헤드 (추가) 27. 머니볼 (추가) 28. 바이시클 29. 불꽃놀이의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