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상대로 무역 흑자를 기록해온 대만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미국 석유 수입을 늘려 '흑자를 줄이자'는 취지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인 무역 조치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17일 대만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양진룽 중화민국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입법원 보고에서 미국 재무부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대만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데 대해 "미중 무역 분쟁 이후 대만의 대(對)미국 무역 흑자가 크게 확대됐다"며 "향후 대만이 일상적으로 대상국 명단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2015년부터 자국과 교역 규모가 큰 상위 20개국의 거시경제와 환율 정책을 평가하고 일정 기준에 해당하면 심층분석국이나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한다.
평가 기준은 △150억 달러(약 21조 원) 이상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12개월 중 최소 8개월간 달러를 순매수하고 그 금액이 GDP의 2% 이상인 경우다. 3가지에 모두 해당하면 심층분석 대상, 2가지면 관찰대상국이 된다.
대만 중앙은행은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 분야의 대만 제품 수요가 늘어 2020년 이후 처음으로 대미 무역 흑자 항목이 미국 정부의 검토 기준을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대만의 대미 상품·서비스 무역 흑자가 570억달러(약 79조원), 경상수지 흑자의 GDP 내 비중이 14.7%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양 총재는 "대만은 미국의 에너지·농산품·군수품 등 상품 구매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연합보는 이미 저가인 농산품은 무역 흑자 축소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고, 군수품은 대만의 주문량을 미국의 납품량이 따라가지 못한다며 에너지 부문의 수입 확대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화석 에너지를 선호하는 만큼, 대만 입장에서는 미국산 원유를 더 사들이는 방안이 검토 가능하다는 얘기다.
대만 행정원 역시 이 문제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대미 무역 흑자 상황에 변화를 주기 위해 연구를 진행할 방침이다. 행정원은 최근 국영 기업 대만중유에 향후 원유 구매 계획을 외부에 공개하지 못하도록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고 연합보는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