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브로커 명태균(54)씨가 구속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또는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을 암시하는 내용의 통화 녹취가 추가로 공개될지 주목된다.
1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명씨는 그간 본인이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 "윤 대통령은 한 달이면 하야 또는 탄핵될 것"이라며 추가 폭로 가능성을 시사해왔다. 구속 심사 전날엔 "저 위에서 입 틀어막고 들어가라는 얘기"라며 "그냥 확 다 불어버릴까 진짜"라고도 언급했다.
다만 하야·탄핵 발언에 대해선 이후 "그런 말 한 적 없다. 언론의 가짜뉴스"라고 번복했고, 구속 심사 당일엔 "민망한데 어떻게 이야기하겠나"라며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아직 명씨의 휴대전화 3대와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미래한국연구소에서 사용하던 컴퓨터 하드디스크를 포렌식해 명씨의 SNS(카카오톡) 대화 내용과 무수한 사진은 입수했다.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6개월 주기로 휴대폰을 바꿔왔고, 과거 사용한 것들은 모두 폐기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명씨가 공공연하게 "구속되면 모두 불 것", "다 죽는다"는 취지의 언급을 해온 것을 토대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육성이 담긴 추가 파일이 존재한다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 명씨는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관계자들과 만나 본인이 미래한국연구소와 무관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아 녹취하는 등 검찰 수사에 대비해 왔다. 이를 제3자에게 맡겨놓은 뒤, 수사가 시작되자 검찰에 제출하기 위해 다시 찾은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현재 검찰은 명씨가 사용하던 컴퓨터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엔 지난 2022년 5월 9일 명씨가 '대통령과의 대화'라고 된 파일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전송한 기록이 발견됐다. 다만 구체적인 파일 내용은 복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김영선이 해줘라 그랬는데"라는 대통령의 통화 육성 녹취가 이뤄진 날이다.
검찰은 명씨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만 적용했다. 명씨가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해 지방선거 공천 희망자들로부터 공천을 미끼로 금품을 받았다는 혐의다. 대통령 부부와의 연결고리는 빠져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검찰이 명씨의 '공천 사기' 행각으로 사건을 끝내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다만 검찰이 현재 나온 증거들 만으로 용산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는 부담일 수도 있다는 반박도 나온다. 현재 공개된 대통령 육성 녹취는 행위 시점이 취임식 전날이라 법적 해석 여지가 있는 데다가, 대통령이 '김영선을 공천하라'고 당시 권한이 있는 이들에게 의견을 전달했는지 여부도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당시 공관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최근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언급하며 "어느 도당 위원장이 '이준석이 말을 안 듣는다'고 대통령에게 읍소해서 대통령이 저에게 특정 시장 공천을 어떻게 해달라고 하신 적도 있고, 서울의 어떤 구청장 공천은 '지금 있는 사람들이 경쟁력이 없으니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게 좋지 않냐'고 말한 적도 있다"고 폭로하면서 사건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이 의원은 이 밖에도 윤 대통령의 공천 개입 정황이 담긴 사례가 더 있다며 검찰이 부르면 진술할 용의가 있다고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을 암시하는 추가 육성 녹취까지 드러날 경우 검찰 수사는 용산을 향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3일 '윤 대통령 공천 개입 의혹' 고발 2건 모두 창원지검으로 이송했다. 윤 대통령이 당선 전 명씨로부터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받고 무상으로 여론조사를 제공받았고, 당선 뒤 청탁을 실행했다는 게 고발 요지다. 윤 대통령 부부와 이준석 의원, 윤상현 의원 등도 함께 피고발인으로 적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