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주축 의협 비대위…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는 '미궁'

박형욱 의사협회 비대위원장, 전공의·의대생 포함 비대위 꾸려
의대생 단체 '의대 증원 백지화' 등 대정부 요구안 관철 투쟁 계속
여야의정 협의체 2차 회의에서도 '평행선'…"의협 비대위 만남 추진"

13일 서울 대한의사협회에서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왼쪽)이 비대위원장 당선증을 받고 있다. 임기는 내년 초 차기 회장 선출 전까지다. 의협 제공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출되면서, 의료계 유일 법정 단체인 의협이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임부터 전공의·의대생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강조한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에도 이들 대표를 적극 참여시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등 향후 계획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여전히 협의체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라, 당분간 의협이 전격적으로 협의체에 참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의사협회 비대위에 '전공의·의대생 각 3명씩'…"적극 반영"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에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를 적극 포함해 이르면 이번 주 초 비대위를 꾸릴 예정이다.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 16일 운영위원회 제9차 회의와 워크숍 등을 열고 비대위 운영을 포함한 의료 현안을 논의했다.

우선 비대위는 몸집을 대폭 줄여 비대위원 15명으로 구성한다. 의협 비대위는 한때 비대위원이 50여명에 달한 적도 있었다.

신속한 논의와 효율적인 의사 집행을 위해 소수로 꾸리고, 또 전공의와 의대생 대표를 각각 3명씩 포함해 이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다는 취지다.

박 위원장은 당선 소감에서부터 전공의와 의대생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했다.

그는 지난 13일 당선 직후 "제일 경계해야 할 것은 위원장의 독단"이라며 "비대위 운영에서 그동안 소외돼 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미사여구를 동원한다고 해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의료 파탄이라는)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며 대 정부 강경 대응도 예고한 바 있다.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3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의대 증원 과학성 검증 결과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협의체? '전공의·의대생'에 달렸는데…"참여 힘들어"

이르면 이번 주 전공의와 의대생들을 주축으로 하는 의협 비대위가 모습을 드러내는 가운데, 향후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여부 역시 전공의와 의대생들에 달려있다. 여야의정 협의체에는 현재 의협과 전공의·의대생, 야당이 참여하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여전히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냉랭한 분위기다. 이들의 요구안 중 핵심이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인데, 정부는 내년도 의대 정원은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전공의 단체 대표인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줄곧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대해 "무의미"하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박단 위원장은 여야의정 협의체 2차 회의가 열린 전날(1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9월 8일 한지아 수석 대변인의 부재중 전화 한 통과, 9월 10일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 하나 남긴 것이 전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쪽짜리 협의체를 만들어놓고선 본인이 참석도 하지 않고 해결하겠다니, 한동훈 당 대표가 진정성은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한동훈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며 20-30대 청년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지난 15일 의정 갈등 이후 처음으로 전국 40개 의대 대표 등 270여명이 모인 확대전체학생대표자 총회를 열고 '의대 증원 백지화' 등 대정부 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내년에도 계속하기로 했다.

의대협은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수차례 의대협 요구안에 대해 논의가 불가능하다고 밝혀 (참여가) 힘들다"고 말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주축이 되는 의협 비대위가 꾸려져도 향후 의정 갈등 해결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서울에서 수련하던 사직 전공의 A씨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공의 안에서도 피부과, 안과를 다루는 이들과 응급의학과, 외과를 다루는 이들의 입장이 모두 다를 것"이라며 "지금 전공의 대표라고 있는 박단 위원장이라도 이런 다양한 전공의들의 생각을 모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협의체에서 전공의와 의대생을 제대로 대변할 사람이 있는가"라며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 구조에 대해 비관적으로 바라봤다.

연합뉴스

'개문발차' 협의체도 평행선…"의협 비대위와 만남 추진할 것"

더구나 의협 없이 '개문발차'한 여야의정 협의체도 의료계와 정부의 의견 차이만 확인할 뿐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의료계는 2025년도는 물론 2026년도 의대 정원 유보를 요구했는데, 정부는 2026년도의 경우 '제로 베이스'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7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2차 회의가 끝나고 "2025년도 증원 문제에 대해 서로의 입장을 이야기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에 대해선 공감하나, 추진 여부에 관해선 입장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계가 2025년도 증원 문제에 대해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는데 정부는 법적인 문제가 결부돼 쉽지 않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평원) 자율성 보장 방안에 관한 논의도 있었지만 합의에 이르지는 못했다.

여당은 의협 비대위와도 적극 접촉할 계획이다. 한 의원은 "(의협 비대위 측에) 연락을 드려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만나서도 의협의 의견을 진솔하게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형욱 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대위원장 당선 이후 첫 기자회견을 연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향후 비대위 운영 방안과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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