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 이브 "끝은 아니구나…이 기분 잊지 않을래요"[EN:터뷰]

지난 14일 두 번째 미니앨범 '아이 디드'를 낸 가수 이브. 파익스퍼밀 제공

"저는 올해가 인생의 2막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그래서 뭔가 방이 있으면 여기가 끝방인 줄 알았는데 둘러보니까 숨겨진 문이 있어서 그 문을 열고 나간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이 경험을 통해서 끝이라고 생각했을 때 '이게 끝은 아니구나' 한 거죠. 올해 여러모로 시작하는 게 많은 거 같아서, 올해 이 기분 잊지 않고 내년도 파이팅해서 잘 보내고 싶은 생각이에요."

이달의 소녀 멤버들은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 소송을 벌이느라 뜻하지 않는 공백기를 보내야 했다. 법적 분쟁으로 인해 그룹은 완전체 활동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고, 멤버들은 그룹으로 혹은 솔로로 흩어졌다.

그룹으로 출발했기에 솔로로 나설 때는 걱정과 불안이 앞섰다. '솔로'로 들려주는 음악을 팬들이 싫어하지는 않을까 염려도 했다. 하지만 이제 이브는 안다. 팬들은 여전히 그를 믿어주고 자신의 선택을 응원한다는 것을. 그래서 그토록 바랐던 '평온'을 꽤 찾았다.

올해 5월 낸 데뷔 앨범 '루프'(LOOP) 이후 6개월 만의 신작 '아이 디드'(I Did)는 이브가 아티스트로서 평온함을 찾는 과정에서 마주한 다양한 감정을 음악으로 풀어낸 앨범이다. 지난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열린 이브의 라운드 인터뷰에서 '평온함'이 화제에 오른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이브는 앨범 발매 사흘 전인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라운드 인터뷰를 열고 취재진을 만났다. 파익스퍼밀 제공

"팬분들이 공백기를 많이(길게) 느끼시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빨리 나오게 됐다는 이브는 "저와 같은 마음으로 좋아해 주셔서 너무 설레고, 데뷔 때보다는 덜 긴장하고 재밌게 무대 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요즘은 이전보다 평온해졌냐고 묻자, 이브는 "그런 것 같다. 회사(소속사)를 찾기 전엔 솔로를 마냥 하고 싶다고만 생각해서 최고로 불안했던 것 같다. 걱정도 많았다. 데뷔했을 땐, 꿈을 시작하는 단계지만 팬들이 (솔로 작품을) 싫어하시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때문에 또 불안했고"라며 "팬분들이 많이 믿어주시고 저의 선택을 응원해 주신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이번 앨범은 저번 앨범보다 확실히 좀 평온해졌다"라고 돌아봤다.

왜 팬들이 본인 음악을 싫어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까. 이브는 "그룹에서 솔로로 나오는 거다 보니까 그룹에서의 이브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았을 것 같았다. 그런 부분에서 걱정이 컸지만, 솔로를 하면 그전 모습보다는 아예 새로운 저를 찾아가고 싶었다"라고 운을 뗐다.

현 소속사 파익스퍼밀과 함께하게 된 계기다. 이브는 "이 회사의 세련된 음악 스타일과 제가 추구하는 감성들이 만나면 어떤 시너지를 낼까, 요런 것들이 많이 궁금했다. 저는 하면서 되게 즐거웠는데 팬분들은 '어? 처음 보는 이브다' 하고 어색하고 놀라실 수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걱정이 되게 컸던 거 같다"라고 답했다.

이브의 새 타이틀곡은 '비올라'다. 파익스퍼밀 제공

데뷔곡 '루프'로는 리드미컬한 얼터너티브 비트가 돋보이는 하우스 장르를 선보였다면, 이번 타이틀곡 '비올라'(Viola)는 몽환적인 사운드가 특징인 하이퍼팝으로, 이브의 세련된 보컬이 곡의 매력을 키운다.

이브는 "'비올라'는 좀 특이하게 훅부터 시작해서 뒷부분에 훅이 계속 반복된다. '아이 저스트 니드 썸 스페이스' 이 부분을 한 번 들으면 계속 흥얼거리게 된다. 그런 장점을 가진 게 일단 타이틀로서 엄청난 메리트"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하이퍼팝(장르)이 줄 수 있는 캐릭터적인 부분이 있지 않나. 제가 표현할 수 있는 되게 독특한 요소가 많다고 생각해서 '보는 음악'을 생각했을 땐 '비올라'가 타이틀 감으로 임팩트가 있지 않나"라고 전했다.

원래 이브가 타이틀곡으로 더 마음에 담았던 곡은 2번 트랙 '해시태그'(Hashtag)다. 처음에 듣자마자 '어, 이게 타이틀인데?' 생각했다고. 그는 "제가 안 해 보던 힙합 느낌의 트랙이라서 전주부터 귀에 감기는 느낌이다. 탑라인이 되게 독특하다. 보통 노래가 벌스-프리코러스-사비 이렇게 구성이 나뉘는데, (이 곡은) 모든 부분이 하이라이트인 느낌"이라며 "'아, 이거는 다 킬링파튼데?' 이러면서 자화자찬했던 장점이 있는 곡"이라고 말했다.

이브는 '해시태그'라는 후속곡을 타이틀로 고려했을 만큼 좋아했다고 밝혔다. 파익스퍼밀 제공

녹음하는 데도 제일 오래 걸렸다. 이브는 "들으시면 아실 텐데 '해시태그' 탑라인이 되게 다이내믹하고 딱 엄청 빠르게 영어 가사를 치는 부분이 있다. 그 안에 단어가 거의 열몇 개가 들어간, 약간 랩 같은 그런 부분이 있다. 그걸 발음을 정확하게 해서 전달을 잘해야 되는데 이게 안 되는 거다. 그 발음 때문에 그 소절만 거의 두 시간 걸렸고, 그 녹음본이 잘 나왔을 때 그땐 행복해서 울었던 거 같다"라고 전했다.

이브는 이달의 소녀 멤버들이 결성한 그룹 루셈블(Loossemble)의 '스트로베리 소다'(Strawberry soda) '트루먼 쇼'(Truman Show) 작곡에 참여한 바 있다. 아직 본인 솔로 앨범에 본인이 참여한 곡을 넣지는 않았다. 이에 이브는 "회사가 음악적인 부분은 전적으로 믿고 따라와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라고  답했다.

그는 "제가 작사·작곡하다 보면 저의 감성이나 색깔이 많이 묻어나지 않나. 한편으로는 그런 걸 담고 싶기도 했지만 회사에서 보는 저, 제3자가 보는 저의 색다른 그런 모습이 궁금하기도 했던 거 같다. 이번 앨범까지는 저희 회사의 음악으로 다 수록하는 거에 동의했다"라며 "투어 끝나면 시간이 많이 생길 텐데 그때 작업 시작해서 다음 앨범부터는 제 곡을 수록하려고 목표하고 있다. 많이 들어달라"라고 당부했다.

제3자가 보고 해석한 결과물에 이브는 만족할까. 이브는 "네!"라며 "저는 만족도 하고 되게 재밌고 감사한 과정이었던 거 같다. 그룹 활동하면서 저는 정해진 포지션이 있었다. 저는 걸크러시를 담당하는 멤버로서 파워풀하고 그런 캐릭터로만 활동하다 보니까 제가 그런 색깔만 갖고 있는 사람인 줄 알았다"라고 밝혔다.

6개월 만에 나온 이브의 새 미니앨범 '아이 디드' 표지. 파익스퍼밀 제공

반면 회사가 바라본 이브는 달랐다. 이브는 "회사에서 만들어 주신 제 색깔과 캐릭터는 몽환적인 느낌도 있고 아직 소녀스러운 느낌이 남아있는 거 같기도 하다. 그런 색다른 부분을 발견해 주시니까 되게 감사하기도 하고 제가 갖고 있는 생각의 틀이 넓어진다고 해야 하나. 앞으로의 곡 작업이나 비주얼적인 부분에서 마인드맵이 넓어진 느낌이라 되게 좋다"라고 만족했다.

다인원 그룹으로 시작해 솔로로 무대에 서게 된 이브. '혼자여서' 불안하거나 외로움을 느낀 순간은 없었는지 질문에 이브는 "어… 그래도 약간 불안함을 느낄 때가 많긴 한데 다행인 점은 그룹 활동할 때도 PPT를 만들었다. 뭔가 한번 보여드릴 때 제대로 보여드리자는 게 있어서. 그때도 의견을 많이 내던 성격이어서 솔로 활동 때 고충이 조금은 적은 것 같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찾아오는 걱정과 불안은 아직도 멤버들과 매일같이 연락하고 서로 곡도 들려주고 얘기도 나누고 응원받으면서 해소가 되더라. 든든하고. 멤버들 통해서 힘을 많이 받는 거 같다"라고 덧붙였다.

"제가 조금 성격이 웃긴 게, 비관적인 동시에 긍정적이거든요. 그러니까 이게 마냥 한없이 비관적인 사람이라면 그 생각에 갇혀서 무기력해질 수도 있고 정말 행동도 비뚤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는 거는 마음의 매트리스를 까는 일이에요. '이런 일까지 일어날 수 있으니 미리 대비를 좀 해 놓자' 생각하게 되는 거 같고, 그렇게 하면서 여러 가지 상황을 다 준비하게 되는 거 같아서 오히려 비관적인 동시에 좀 긍정적인… 여러 가지 연습과 활동을 하는 사람인 거 같아요."

타이틀곡 '비올라' 이미지. 파익스퍼밀 제공

올해 '솔로'라는 큰 도전을 한 것을 두고는 "걱정이 되게 많고 불안함도 컸지만 시작한 거에 있어서 너무 스스로가 대견하고 칭찬해 주고 싶다. '루프' 앨범 활동 또한 걱정이 되게 많았는데 무사히 잘해준 거 같아서, 그 무사히 잘 해냈다는 것만으로도 저를 좋게 평가해 주고 싶다"라고 전했다.

또한 "제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 자신에 대한 인정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맞다, 잘했다 이렇게 인정을 해줘야 '아, 그게 맞는 거구나. 그게 잘하는 거구나' 받아들일 수 있었던 사람인 거 같다. 좋은 평가와 결과가 나왔을 때 너무 좋고 감사한 것도 있지만 이제는 제 자신이 스스로 인정할 때? 그때가 제일 기쁘더라"라고 재차 말했다.

곡을 발표하면 반응을 "진짜 많이 찾아"본다는 이브는 "예전에는 (안 좋은 반응이면) 타격이 있었지만 (지금은) 피드백이라고 생각하고 자극받아서 더 열심히 한다. 제가 걱정한 만큼 저의 새로운 모습을 어색해하지 않으시더라.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이 계셨다"라고 돌아봤다. 지난 앨범에서 가장 자극받은 반응은 "'너는 그룹으로 돌아가라'였다. 너무 빠른 판단을 하시지 않았나. 관심 아닐까"라며 웃었다.

이브가 이번 앨범으로 듣고 싶은 말은 '하이퍼팝이라는 장르도 잘 소화하는구나'다. 그는 "저도 모르는 저의 모습을, 팬분들이 '되게 이브답다'라고 얘기해주실 때 조금 많이 감사한 거 같다. 그런 말을 요번에도 좀 듣고 싶다"라고 바랐다.

가수 이브. 파익스퍼밀 제공

지난 14일 '아이 디드'를 내고 활동을 시작한 이브는 오는 12월부터 첫 단독 투어 '디 애플 시나몬 크런치 투어'(APPLE CINNAMON CRUNCH TOUR)를 개최한다. 12월 4일 독일 베를린, 12월 7일 폴란드 바르샤바, 12월 9일 영국 런던, 12월 12일 프랑스 파리, 12월 15일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한다.

독특하고 긴 투어명을 짓게 된 배경에 관해, 이브는 "포스터를 보시면 제가 그린 소녀 그림도 들어가 있고, 그런 식으로 너무 솔로 첫 투어라고 해서 웅장한 느낌보다는 조금 더 여유 있고 키치하고 자유로운 느낌을 드리고 싶었다. 투어 이름, 포스터에도 재미있을 만한 요소를 많이 넣은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투어를 '유럽'에서 열게 된 이유를 묻자, 이브는 "제가 평소에 베를린을 되게 좋아하는데 제가 좋아하는 곳에서 제 음악으로 무대를 할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너무 감사한 일"이라며 "저도 되게 의미 있고 좀 더 잘해야겠다는 그런 동기부여가 생기는 거 같다. 저를 잘 모르고 오시는 관객들도 팬으로 만들어야지 이런 생각도 많이 들기도 한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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